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2013년 5월 3일 06시 12분 등록

해마다 이 맘 때가 되면 봄날의 꽃 쇼를 즐기게 됩니다.

공기 속에 떠도는 향기가 은은합니다. 꽃은 불처럼 타오르고. 한 주일은 꿈처럼 흘렀습니다. 꽃과 불은 모두‘화’ (花, 火)라고 불립니다. 우리말 발음이 같은 것은 우연일까요? 봉오리로 있다 돌연 피어오르는 꽃이나 불씨로 있다 확 피어오르는 불이나 서로 닮았기 때문일까요?

 

며칠 전 국가의 지원을 받아 전직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이미 직장을 나온 사람들과 아직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 지 알기 위해 손을 들게 했습니다. 이미 실직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과 그래도 아직 직장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는 매우 다르기 때문에 어떤 마음으로 그 자리에 와 있는 지를 알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기질과 적성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 지도 손을 들게 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밑천이 바로 기질과 탈렌트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 한 사람이 손을 들고 내게 말했습니다.

“좀 더 압축적이고 요약하여 말해 주면 안될까요 ? ”

 

순간 나는 이 사람이 급하기는 해도 아직 절실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챘습니다. 추측컨대 직급 정년제에 해당하여 곧 옷을 벗어야 하는 현역 군인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는 머리 속으로 무엇인가를 잘 정리해 두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말 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는 것이 매우 자존심이 상하는 듯 했습니다. 잠시 후 주섬주섬 보따리를 싸 가지고 나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작은 해프닝이 생긴 것이지요.

 

나는 강점을 찾아내는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고 과거에 의해 지배당하는 대신 자신의 기질과 재능이라는 유산 위에 건설된 미래에 대하여 강조했습니다. 강연 후에 여러 사람들이 찾아와 자꾸 위축되는 마음을 털어 내고 한 번 살고 싶은 대로 살아 보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거리로 나왔는데 거리로 봄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잎이 꽃처럼 예쁜 가로수 사이로 무르익고 있는 봄 속을 걸었습니다. 머리 속으로 ‘압축과 요약’이라는 단어가 스쳐 갑니다. 인생을 압축하고 요약하면 무얼까 ? 여든 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여든 번의 봄’일까?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잠시 기다리는 동안 거리의 화단에 심어진 작은 철쭉이 막 터져 나오려고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벌어지기 직전의 꽃봉오리는 축축하고 끈적이듯 젖어 있었습니다. 마치 아이를 낳듯 온 몸으로 오직 그 일만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듯 했습니다. 그 많은 꽃들이 모두 그런 최선의 순간을 통해 피어났다는 것이 경이롭기 그지 없었습니다.

 

" 내 꽃도 한 번은 피리라”

작곡가 윤이상 선생이 매우 어려울 때, 고생하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의 한 귀절입니다.

 

자신을 꽃피워 내는 것은 인생의 한 클라이막스입니다. 인생은 피어나는 것이며 타 오르는 것 입니다. 인생은 압축할 것이 아니라 펼쳐내는 것입니다. 가방을 챙겨 떠났던 그 사람도 어느 횡단보도에서 꽃 한 송이를 보고 그렇게 열렬하게 온 몸으로 불처럼 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2007.4.27

 

*** ***

 

오늘 저녁 '살롱 9' 에서‘내 마음을 시에 담아, 두 번째 추모의 밤’이 진행됩니다.

거리에서는 봄 꽃쇼가 벌어지고, 살롱에서는 시와 사연을 담은 내용들이 서로의 마음속에서 흩날리는 꽃잎이 될 것입니다. 

사전에 시를 제출하지 않으신 분도, 시낭송은 하지 않고 참여만 원하시면 아래로 신청하시고 참가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bhgoo.com/2011/494065#11

 

IP *.34.224.93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56 [월요편지 74] 놀라운 예외, 카우아이 섬의 비밀 [1] 습관의 완성 2021.09.05 1342
455 [화요편지]영혼의 독립운동 [2] 아난다 2021.09.07 958
454 다 살 것 [1] 장재용 2021.09.07 1451
453 하거나, 하지 않거나 [1] 어니언 2021.09.09 1319
452 [용기충전소] 생각의 나비효과 [1] 김글리 2021.09.10 1242
451 <알로하의 영어로 쓰는 나의 이야기> 영어로 쓴 나의 첫번째 책 [1] 알로하 2021.09.12 1621
450 [월요편지 75] 수상한 그녀, 90년생 신입사원의 돌발행동 [1] 습관의 완성 2021.09.12 1824
449 [화요편지]나에게 가장 친절하고 편안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힘 [2] 아난다 2021.09.14 1528
448 N포를 위하여 [1] 장재용 2021.09.14 1173
447 마음을 담는다는 것 [1] 어니언 2021.09.16 1527
446 [용기충전소] 내 한계를 명확히 아는 일 [3] 김글리 2021.09.17 1519
445 나아지기 [2] 어니언 2021.09.23 1361
444 [용기충전소] 쓸모없음의 쓸모 [1] 김글리 2021.09.23 1370
443 <알로하의 영어로 쓰는 나의 이야기> 지적 허영심과 중이병의 콜라보 [1] 알로하 2021.09.26 1555
442 [월요편지 76] 감히, 당신의 멘토가 되고 싶습니다 [1] 습관의 완성 2021.09.26 1348
441 [화요편지]원하는 변화에 이르는 유일한 길 [2] 아난다 2021.09.28 1351
440 어느 등산가의 회상 [1] 장재용 2021.09.28 1405
439 충격에서 흐름으로 [1] 어니언 2021.09.30 1291
438 [용기충전소] 개인사정으로 오늘하루 쉽니다 김글리 2021.10.01 1314
437 [화요편지]군더더기를 덜어내는 수련 [1] 아난다 2021.10.05 15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