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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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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18일 00시 50분 등록

유리창에 반영으로 나타나는 풍경을 보신 적이 있으시지요? 더러 그 반영을 사진으로 찍어 표현해 보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어떻든가요? 반영으로 드러나는 그곳 풍경은 실재하는 이곳보다 훨씬 신비롭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주 편지에 실었던 새 이야기, 즉 유리창에 헤딩을 하고 기절하거나 죽는 새들은 모두 그 반영에 홀려 참사를 겪습니다.

 

우리 사람에게도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이곳이 너무 시시해서 혹은 너무 아프거나 피로해서 다른 곳으로 들어가 새로운 삶을 살아보려 할 때, 그것을 시도하는 사람들 중 아주 많은 비율의 사람이 반영 너머의 경지에 닿지 못하고 좌절을 겪습니다. 피로와 시시함, 상처와 좌절로 가득한 이곳이 아닌 저곳. 그 저곳에는 가슴 뛰고 눈부시고 특별하고 평화와 희망이 가득할까요? 차츰 나이를 먹어가면서 알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나이 들수록 책에 담기지 않은 책 밖의 삶을 살고, 사유가 아닌 날 것의 겪음을 두텁게 형성하게 되는데 그 자체가 주는 지혜들이 참 맛있습니다. 나는 그 지혜로 변화를 추구하는 나와 상황을 살펴 반영에 홀리지 않고 원하는 저곳에 닿는 법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삶과 상황에는 늘 양면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인정하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반영에 비친 풍경 너머에 존재하는 세계에도 아픔은 있고 상처는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삶이란 것이 본래 희로애락이 만나고 섞이며 빚어내는 노래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이곳이 아닌 저곳으로 가야겠다면 꼭 알아야 할 두 번째 현실이 있습니다.

둘째는 먼저 이곳에서 얻으라는 것입니다. 이곳의 좌절, 이곳의 아픔이 무엇에서 연유했는지를 알아채야 합니다. 비록 이곳에서는 해법을 펼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더라도 저곳으로 옮겨가도 비슷한 상황을 겪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때 이곳에서 겪은 아픈 경험과 교훈이 힘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삶의 국면은 형태와 얼굴를 바꿀 뿐 늘 반복되는 것이니까요.

셋째, 가슴 뛰고 신비롭게 느껴지는 그 반영의 유리창에 나의 코와 입과 이마를 바짝 들이대는 것입니다. 이는 반영 너머의 세계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이때 반영 너머 세계가 정말 내가 좋아하는 풍경인지, 그곳에 새 뿌리를 내리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나는 그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진지하게 가늠해 내야 합니다.

다음은 유리를 깨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좁은 입구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는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삶의 문은 늘 넓지 않고 좁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너른 유리창에 비친 반영은 환영일 때가 많습니다. 환영을 비켜선 어느 자리의 좁고 거친 문을 조심스레 여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넷째, 일단 문을 열고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가거든 거기서 아주 좁은 공간이라도 붙들고 씨름을 하는 것입니다. 옮겨 심겨진 나무로 치자면 일단 새 잎을 만들어야 하니까, 그러려면 먼저 작은 실뿌리라도 내려야 하니까. 새롭게 만난 땅은 결코 쉽게 정착을 허하지 않습니다. 이미 단단한 구조로 안정되어 있는 그 땅을 파고든다는 것은 늘 어려운 일임을 알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곳을 버리고 저곳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반드시 삶을 다시 이해해야 합니다. 이는 희로애락 범벅, 그것이 삶임을 알아채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의미합니다. 새로 시작하는 설렘이 힘을 잃고 좌절이 절망을 요구해 오는 순간이 올 수 있습니다. 이때 삶이 본래 그런 것임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고비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겪어보니 마지막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홀리지 않고 원하는 곳에 닿는 핵심 비결을 나는 이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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