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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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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23일 23시 39분 등록

 

놀랐습니다. 생명 이야기에 사람들이 이토록 큰 열망을 안고 있었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초대받은 자리에 가서 강의를 할 때 마다 청중들의 눈빛이 빛나고 때로 촉촉하게 젖기 까지 하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여우숲에서 하는 주말 생태특강을 듣자고 먼 거리를 달려오시는 분들의 열망도 놀랍습니다. 비록 아직은 생각보다 적은 숫자의 참가자들이 숲학교 오래된 미래의 교실로 찾아오지만 강의를 듣고 돌아갈 때 그분들의 표정과 행동의 변화를 보며 나는 정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주말까지도 일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긴 했습니다. 하지만 마흔을 앞두고 숲과 자연, 생명을 삶의 주제로 삼아 숲으로 떠나온 것은 일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스스로 기뻐하고 있습니다. 특히 강의를 계속할수록 나 스스로도 인식이 확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습니다. 생명 사진 한 장에 담아 전달하던 메시지에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사실을 새롭게 알아차리게 되는 경우, 그 경험을 통해 잠들기 전까지 얼마나 큰 기쁨에 젖는지 모릅니다.

 

자연을 경제중심주의로 바라보거나, 환원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봐 온 시각은 우리를 자연과 생명으로부터 분리했습니다. 자연과 생명을 오직 사고의 채널을 통해서만 인식하게 했고 대상으로 바라보게 했습니다. 직관과 감각과 감정이라는 또 다른 인식 채널 자체를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자연과 숲을 느끼는 대상, 공감하고 나누는 대상에서 오직 분석하고 바라보는 대상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 결과 자연과 생명이 먼저 아픔을 겪었고 결국 이제 우리도 아픔을 겪어야 하는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나의 이런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인지 감조차 잡을 수 없다면 그대 역시 자연과 생명을 오직 사고의 채널을 통해 인식해 온 관습에 익숙해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애플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던 힘으로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견지한 인문에 대한 관심을 꼽은 바 있습니다. 과학과 기술이 환원주의적 방법으로 역량을 고도화해 왔으나 결국 그 역량만 가지고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데 부족하고 인문에 대한 성찰과 사유가 담겨야 함을 강조한 것이지요.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기술과 인문에 생명에 대한 교감 능력이 더해져야 다가오는 시간을 주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고가 갖는 한계는 직관과 감각, 감정이라는 채널로 보완될 수 있습니다. 사고에 쏠려 있는 인식 채널의 강도를 늦추고 그 균형을 찾는 방법으로 자연과 생명 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더 큰 방법이 없다는 것이 나의 믿음입니다.

 

숲에 들어 멈춰서고 눈을 감고, 가만히 팔을 벌려보는 것만으로도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고 듣지 못했던 소리를 듣게 되며 느끼지 못했던 바람을 피부 감각으로 느끼게 됩니다. 맡지 못했던 향기 역시 살아납니다. 다시 눈을 뜨면 다른 생명이 품은 열망이 보이고 그의 아픔이 느껴집니다. 분리되었던 존재들이 다시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자연과 생명이야 말로 과학이나 기술, 인문학보다 더 큰 힘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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