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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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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27일 08시 23분 등록

 

인간은 두 개의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 눈이 두 개일까요 ?

 

신화 속에는 세 명이 눈 하나를 번갈아 쓰는 괴물들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라이아이Graeae인데, 그 이름은 '노파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한 번도 젊어 본 적이 없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노파였으니까요. 눈이 하나니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들의 하나뿐인 눈을 훔쳐, 그들을 협박하여, 고르곤의 자매 중의 하나인 메두사를 죽일 수 있는 비밀을 알아 낸 인물이 바로 페르세우스입니다. 그래서 세 개의 신물을 얻어 메두사를 죽이고 영웅이 될 수 있었습니다. 세 개의 신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늘을 나는 날개 달린 샌들

메두사의 목을 담아 올 키비시스라는 배낭

쓰면 눈에 보이지 않게 몸을 숨길 수 있는 하데스의 투구

 

신화 속에는 눈이 하나 뿐인 괴물 폴리페모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가운데 둥그런 외눈이 달려 있지요.   그런데 그가 '우유빛 처녀' 라는 뜻을 가진 갈라테이아라는 처녀를 짝사랑하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그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기에 그녀가 사랑하는 다른 청년을 질투심에 불타 바위를 던져 죽여 버리고 말았지요. 상대를 배려하지도, 그녀의 불행이나 아픔을 생각하지도 않는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사랑 아닌 사랑을 한 괴물입니다.

 

그런가 하면 이번에는 눈이 백 개나 달린 아르고스라는 괴물이야기도 나옵니다. 온 몸에 눈이 달렸고, 잘 때도 두 개의 눈만 감고 잡니다. 나머지 아흔 여덟 개의 눈은 모두 뜨고 감시의 눈길로 세상을 쳐다보는 파수꾼입니다. 헤르메스가 아르고스를 죽이기 위해 애를 쓰는 장면이 나옵니다. 백 개의 눈을 다 잠재우지 않으면 그를 죽일 수 없기 때문에 헤르메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쉬지 않고 들려줍니다. 이야기만 가지고는 안되기 때문에 최면의 지팡이를 써서 겨우 백 개의 눈을 다 감긴 다음 초승달 같은 칼로 아르고스의 목을 쳐 죽이게 됩니다. 헤라는 아르고스의 백개의 눈을 숫공작의 꼬리에 달아 두었습니다. 공작이 꼬리를 펼칠 때 현란하게 아름다운 둥근 무늬는 모두 아르고스의 감긴 눈들입니다.

 

눈은 인간과 세상을 보는 시선을 상징합니다. 겨우 눈 하나로 세 명이 갈라 쓰는 그라이아이 노파들은 세상을 보지 못하는 어둡고 어두운 사람들입니다. 겨우 눈 하나로 세상을 보는 폴리페모스는 집착으로 모든 것을 보는 사람이며, 아르고스처럼 100개의 시선으로 세상을 살피는 사람들은 세상사에 빠삭한 영악한 사람들입니다. 세상과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는 삶을 어떻게 이해하는가를 결정합니다.

 

눈이 몇 개든 가장 중요한 시선의 원칙은 자신에 대하여 절대 눈을 감아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눈이 하나라 하더라도 가끔은 자신의 내면을 향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다운 일인지 물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눈이 백 개여서 밖을 향해서는 사방팔방에 보지 못하는 것이 없다하더라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눈을 감아 버리면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습니다.   내면을 향하여 눈을 감으면 삶을 자세히 바라볼 수 없으니 열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어떤 때 살아있음의 떨림으로 마음이 온통 점령당하는지 지켜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광대무변한 우주에 좋은 것들이 철철 넘쳐나도 '자신에게 주어진 밭 한뙈기를 고생해 갈지 않으면 배를 채울 한 알의 곡식도 얻을 수' 없습니다.    그 많은 일들 중에서 어떤 일이 내 일인지는 나만이 알 수 있습니다.    눈이 두 개인 이유는 아마 하나는 나를 보고 또 하나는 세상을 보라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다 보면 나와 세상이 딱 만나는 어떤 지점을 찾을 수 있을텐데,  바로 거기가 내가 내 삶의 기쁨을  즐길 바로 그 자리가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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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7 08:32:02 *.38.222.35

훔.. 사부님 좀 뜬금없지만. 저는 날개 달린 샌들이 갖고 싶네요.

때론 하늘을 날며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또 때론 땅에 내려와 오로지 나만의 고독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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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7 10:39:27 *.78.83.25

너도냐??????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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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7 10:42:41 *.78.83.25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된 최근이었습니다.

바쁘다는 것의 의미를 재정의한 기간이기도 했지요.

약속을 하고, 기한에 맞춰 일을 하는 것만이 아닌

나를 위해서 시간을 내는 것도 바쁠 이유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끌고 다니지만 일부러가 아니면 보지 못하는 게 내모습인가 봅니다.

좀 더 잘 들여다 봐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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