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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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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9일 00시 52분 등록

영감을 불러오는 요령이 있을까요? 소설가 스티븐 프레스필드는 ‘있다’고 주장합니다. <최고의 나를 꺼내라!>에서 그는 매일 아침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하기 전에 뮤즈에게 기도를 한다. 나는 진정을 다해서 기도문을 큰 소리로 외운다. 그리고 기도를 마친 후에 내가 할 일을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뮤즈를 부르는 기도문’을 외우는 것이 영감을 부르는 그의 요령입니다.

 

그에게 이 기도문을 알려준 이는 작가 폴 링크입니다. 당시 프레스필드는 이십 대 후반으로 삶의 밑바닥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사랑했던 여인과 이혼하고, 직장에서 두 번 쫓겨나고, 열심히 소설을 쓰긴 하지만 한 번도 끝장에 마침표를 찍어보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폴 링크가 내게 해주었던 일들 중 가장 감사하는 것은 내게 기도문을 가르쳐주었다는 것”이라는 그의 말을 들어보면 기도문이 큰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실제로 기도문을 외우며 그는 첫 번째 소설을 완성했습니다.

 

어떤 기도문인지 궁금하시죠? 기도문은 호메로스(Homeros)의 <오디세이(Odyssey)>에 나오는 것으로, 로렌스(T. E. Lawrence)가 번역한 것입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오, 신성한 시여! 여신들이여! 제우스의 딸들이여! 나로 하여금 계속 다채로운 심성의 소유자인 한 남자의 노래를 부르게 하소서! 그는 패배한 트로이의 심장부를 약탈한 후 바다에서 길을 잃고 방황했습니다. 그는 해안을 떠돌면서 여러 부족들을 만났습니다. 그 부족들은 각기 다른 관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좋은 사람들도 있었고 나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는 바다를 떠돌면서 그 자신을 구원하고 그의 동료를 안전하게 집에 돌려보내기 위해 극심한 아픔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동료들은 그 누구도 집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그의 동료들은 자신들의 무분별함 때문에 스스로를 망쳐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그들은 고기를 얻기 위해 가장 높이 솟은 태양에게 바쳐질 황소들을 잡았습니다. 화가 난 태양의 신은 그들이 영원히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우리의 수많은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 움직이게 하소서. 오, 뮤즈여······.”

 

호메로스는 오디세우스(Odysseus)의 모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신성한 시’와 신의 딸들 ‘뮤즈’에게 허락을 구합니다. 그가 바라는 것은 부귀영화가 아닙니다. ‘다채로운 심성의 소유자인 한 남자’ 오디세우스에 관해 노래 부르는 것이 유일한 소망입니다. 그가 세상에 남기고 싶은 것은 자신의 이름이 아닙니다. 자신의 작품, 즉 자기 입으로 전하는 ‘이 이야기가 우리의 수많은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 움직’이기를 간절히 바랄뿐입니다. 요컨대 호메로스는 ‘자아를 버리고 자아보다 더 큰 것에 헌신하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이 태도가 오디세우스와 그의 부하들의 운명을 바꿨습니다. 자아의 욕망에 굴복한 오디세우스의 동료들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신의 뜻을 따른 오디세우스는 귀환에 성공합니다. 이렇게 호메로스의 태도는 오디세우스의 이야기와 연결됩니다. 두 사람의 태도와 이야기가 프레스필드가 기도문을 외우는 이유입니다. 영감은 작가의 자아를 넘어서는 더 높은 차원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프레스필드는 믿습니다. 그는 기도문을 외면서 ‘나를 도울 수도 있고 나를 파괴할 수도 있는 보이지 않는 힘을 경배’합니다. 호메로스가 연신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오디세우스가 신의 뜻을 따르듯, 그는 자신 보다 높은 차원에서 불러주는 이야기를 받아쓸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영감은 시인이나 작가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일을 예술로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도 영감이 필요합니다. 걸작은 사랑과 기술, 그리고 영감이 함께 작용할 때 나옵니다. 이기심보다는 이타심, ‘Passion’보다는 ‘Compassion’, 자아를 초월하는 목적에 대한 헌신을 담아 스스로를 영감의 원천과 접속시켜주는 기도문 하나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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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프레스필드 저, 류가미 역, 최고의 나를 꺼내라!, 북북서,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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