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승완
  • 조회 수 6455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2년 7월 24일 01시 50분 등록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는 수십 년 동안 소설을 쓰는 방법을 연구해왔습니다. 소설 창작에 관한 그의 연구는 ‘절실한 물음’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미 소설은 발자크(J. G. Balzac)나 도스토예프스키(F. M. Dostoevskii)와 같은 위대한 작가들에 의해 풍부하게 쓰여졌는데, 왜 내가 써야 하는가?’

 

그는 수십 년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면서 자신의 소설 집필론을 완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인물이 겐자부로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도쿄 대학의 불문학 교수 와타나베 가즈오입니다. 겐자부로는 평생의 스승으로 가즈오 교수를 꼽습니다. 그의 입을 빌리면 “소설가로서의 나의 인생에 실제로 유용한 가르침을 준 사람은, 나의 대학 스승이자 만년까지 나를 이끌어 주신 와타나베 가즈오 교수였다”는 겁니다.

 

겐자부로는 고등학교 시절 가즈오 교수의 책을 읽은 것을 계기로 그를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내가 처음부터 불문과 진학을 목표로 도쿄 대학에 입학한 것은 단적으로 와타나베 가즈오 교수한테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불문학 연구자 될 생각 없이 가즈오 교수의 책을 읽고 수업을 들으면서 영혼의 기쁨을 느꼈습니다. 스승은 젊은 제자에게 가르침도 주었습니다. 그런 가르침 중 하나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네는 자네 방식으로 살아 나가지 않으면 안 되네. 소설을 어떤 식으로 써 나가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시인, 작가, 사상가들을 상대로 삼 년 가량씩 읽어 나간다면, 그때그때의 관심에 의한 독서와는 별도로 평생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네. 최소한 살아가는 게 따분하지는 않을 거야.”

 

겐자부로는 이 가르침을 ‘인생의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나는 삼 년마다 대상을 정해서 독서하는 것을 생활의 기둥으로 삼았다. 그것은 젊은 내가 매스컴에 알려지면서 생겨날 수 있는 퇴폐로부터 나를 구해 주었고, 그러한 독서를 통해 다음에 쓸 소설에 대한 믿을만한 호소의 목소리도 들려왔기 때문이다.”

 

이 원칙에 따라 그는 3년 간 블레이크를 연구하고, 이 연구는 단테로, 그 다음에는 예이츠로 이어졌습니다. 블레이크에 대한 연구는 1983년 출간한 <새로운 인간이여, 눈을 떠라>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겐자부로는 이 소설을 ‘블레이크 주석 소설’이라 부릅니다. 1987년에 나온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는 단테 연구의 소산으로, “단테를 읽어 나가면서 살아갔던 생활로부터 성립”되었습니다. 예이츠에 관한 연구는 1993년부터 1995년까지 매년 한 권씩 출간한 <타오르는 푸른 나무> 3부작으로 집결되었습니다. 그는 <‘나’라는 소설가 만들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에서는 나의 독자적인 단테 해독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다. 그것은 <새로운 인간이여, 눈을 떠라>에서 블레이크가 수행한 역할과 같았으며, <타오르는 푸른 나무>에서는 예이츠가 마찬가지의 경우였다. 나는 이렇게 해서 내 생애의 소설 방법을 쌓아 왔던 것이다.”

 

‘이미 위대한 소설가들의 작품이 많은데, 왜 내가 소설을 써야 하는가?’, 젊은 시절 겐자부로를 사로잡은 물음입니다. 이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젊은이가 같은 질문을 한다면 그는 이렇게 답하겠다고 합니다. “이미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위대한 인간들이 살아왔는데, 그래도 자네는 살아가려고 하지 않는가?” 겐자부로는 자신의 뜻과 방식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스승에게 배웠고, 그 방법을 수십 년 동안 실천했습니다. 자신에게 본이 되고 영감을 주는 인물을 정해 3년씩 연구하고 모방했습니다. 그렇게 정신을 담금질하고, 삶의 지혜를 익히고, 자신만의 소설 집필론을 완성했습니다.

 

sw20120724.jpg

오에 겐자부로 저, 김유곤 역, ‘나’라는 소설가 만들기, 문학사상사, 2000년 3월

 

 

IP *.122.237.16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