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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28일 15시 29분 등록
담달에 모 잡지에 기고할 글입니다.
일단 초고를 써 보았는데요.
변화 경영에 관련이 있는 듯하여 먼저 올려봅니다.

모두 따뜻한 연말연시 보내시기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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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 받는 기업을 위한 기술혁신

애플, P&G, 도요타, 3M, GE, 노키아.. 이들은 지속적인 매출향상과 10%에 가까운 순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초일류기업이다. 애플을 제외하고는 포춘이 선정한 ‘2005년 존경 받는 기업’ 최상위에 랭크된 기업들이며 동시에 평균나이가 100세에 가까운 장수기업들이기도 하다. 이들 기업이 이렇게 건강한 생명력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적절한 사업변신전략? 아니면 뛰어난 리더십? 모두 틀린 말은 아니나 보다 근본적인 것은 바로 기술혁신역량을 갖추었다는데 있다. 꿈틀대는 유기체처럼 그들은 과거의 성공과 경험의 틀에 매몰되지 않고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변신을 거듭해 왔다.

신시장, 신재료, 신생산방식, 신제품 등을 강조했던 슘페터의 고전적인 혁신이론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혁신을 획기적 기술/방법의 개발 혹은 개선 정도로 이해하는 것은 무리가 없다. 이러한 기술혁신은 제품혁신과 공정혁신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통상 제품혁신은 기능적인 측면에서 제품기능이 진부화되기 이전까지 이루어지고 기능이 오버슈팅(Overshooting)되면 공정혁신이 이루어진다. 이 공정혁신은 다시 새로운 기술 니즈(Needs)를 촉발시켜 이 둘의 선순환을 통해 기술이 증폭된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기술혁신 매커니즘이다. 최근에 이르러서는 이 둘에 디자인 혁신의 개념이 따로 포함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기술혁신이 왜 중요한가? 과거에도 강조되어 왔던 개념이 현재에 이르러서 왜 더욱 부각되는가? 그것은 바로 시장에서 통용되는 기술의 수명주기가 크게 짧아졌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기술의 진입장벽을 높이지만 수많은 경쟁자의 행보도 그와 함께 빨라졌다. 더욱이 단발성 기술로는 지속적인 우위를 점할 수 없다. 영리해진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기도 쉽지 않다. 애써 내놓은 신제품은 다양한 정보로 무장한 고객에 의해 발가벗겨진 채로 재평가된다. 가격이나 기능 그 어떤 것도 더 이상 숨길 수도, 부풀려 포장할 수도 없다.

최근 진전되고 있는 융ㆍ복합화도 기술혁신의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기술혁신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같은 환경변화를 고려할 때 기업입장에서 기술혁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기술혁신으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게 어디 그렇게 쉬운 것인가? 대다수 기업들이 하는 고민이다. 그러나 혁신은 말처럼 그리 대단한 게 아니다.

기술혁신을 이루어 낸 사례의 면면을 보면 이들 기술혁신의 특징은 바로 ‘융합’과 ‘응용’이 핵심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처럼 정말 무에서 창조된 유는 찾기 힘들다. 모든 창의적 사고는 기존 사고의 연장선상에서 있는 것이다. 에디슨이 발명한 전구나 미국 포드가 세계 최초로 만들었던 ‘T 생산방식’, 도코모의 ‘i모드’ 등 단기간에 업계와 세계를 바꾸어버린 이런 기술혁신은 대부분 기존기술의 융합과 응용에 의해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몇 만대나 되는 수송차, 몇 백 만개나 되는 운송물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UPS(United Parcel Service)의 추적시스템을 자동차회사가 가져와 자사의 부품관리, 유통에 응용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을 의료기관이 환자 및 의료기기의 정보관리에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는 오랫동안 사용되어 오던 시스템의 단순응용에 불과하지만 잘 활용하면 훌륭한 혁신으로 연결될 수 있다. 컴퓨터 업계에 혁명적인 수익모델을 가져왔던 델 컴퓨터의 다이렉트 판매방식도 기존 아마존의 온라인 도서판매 방식을 컴퓨터 업계로 끌고 온 것에 불과하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서 그리고 이종기술을 융합해서 독특하고 신선한 기술혁신이 이루어졌다면 이제 성공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러나 모든 획기적인 기술혁신이 시장에서의 성공을 가져오지 않는다. 고객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 고객이 빠진 기술혁신은 헛돈을 들인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애플의 이야기를 해보자.

스티브 잡스의 애플.. 이름만 들어도 과거 컴퓨터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면 화려한 기술과 세련된 고가제품이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맥’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애플의 맥킨토시는 과거 고기술의 결정체라 불릴 만큼 선도적인 기술을 구현한 첨단 컴퓨터였다. 흑백 모니터마저도 일반적이지 않던 시절에 이미 세련된 컬러 모니터를 출시했었고 1980년대 초 깜깜한 도스 화면에서 일일이 명령어를 쳐 넣던 시대에 이미 마우스로 아이콘을 클릭하여 작동시키는 윈도우 방식의 운영체제를 구현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휴지통 기능도 이미 그 당시 애플에서 사용한 방식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애플의 야심작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었다. 시장조사는 불필요한 것이며 오로지 최고의 기술만이 인정받을 수 있다는 스티브 잡스의 도발적인 인식이 문제였다. 그러나 자신에 세운 회사에서 퇴출당하고 권토중래하여 다시 화려하게 복귀한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과거와 달라져 있었다.

스티브 잡스의 또 하나의 야심작 아이팟은 만 여곡이 넘는 저장공간, 음반업제와 소비자, 그리고 기업 모두 상생할 수 있는 합법적인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를 구현하면서 대중 속으로 들어갔다. 흰색의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은 과거의 고급스런 애플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면서 대중이 가슴 속에 감추고 있었던 ‘즐거운 사치욕’을 해소해 주었다. 앉아서 기다리던 영업방식에서도 벗어나 미국, 영구, 일본 등에 110여 개의 애플스토어를 개설하여 고객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애플스토어 내의 ‘지니어스 바(Genius Bar)’에서는 애플 본사의 R&D인력이 상주하여 전문적인 상담과 더불어 다양한 고객 니즈를 재빨리 수렴해서 본사에 전송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재 애플스토어는 전 세계 분기 매출의 16%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기술혁신의 또 하나의 중요한 고려사항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개방성에 있다. 기술기밀주의보다는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기술 시즈(Seeds)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과거 과도한 기술자만심으로 폐쇄적인 기술정책을 운용했던 애플이 PC시장에서 IBM에 결국 주도권을 넘겨주었던 사례를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제 애플은 OS소스코드를 공개하고 OS자체도 개방형 표준으로 만들어 새로운 기술허브의 역할을 꾀하고 있다.

2004년 매출, 수익, 주주수익률, 연간 배당금에서 모두 2자리 수의 증가율을 기록한 세계적인 가정용품 회사인 P&G도 개방형 혁신의 대표사례로 꼽을 수 있다. P&G의 기술혁신은 C+D(연결+개발:Connect+Develop)로 대표된다. P&G는 외부네트워크를 통해 상당 수의 기술 아이디어를 획득할 뿐 아니라 일부 응용연구와 기초연구에 외부조직을 활용한다. 외부네트워크와의 연결, 그리고 이를 다시 조직 내 연구와 결합시킴으로써 효율적으로 신기술을 확보하고 제품사이클을 단축하고 있다.

P&G의 기술 아이디어는 2000년 10%만이 외부에서 충당되었으나 2004년에는 35% 이상이 외부에서 공급되고 있다. P&G의 이 개방형 혁신은 R&D의 아웃소싱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과 학계 등의 외부시각을 충실히 고려해 단기적인 시각에 매몰되지 않게 하고 동시에 2만 6,700건에 이르는 자사 특허 같은 내부 R&D 가치를 늘리는 일종의 기술강화전략이다. 내부 R&D조직 역시 71개국의 과학자, 엔지니어, 기술자, 지원 인력으로 구성하여 문화적 다양성을 기술에 담아내려 노력한다. P&G는 이에 그치지 않고 전세계의 내 외부에서 나오는 기술 아이디어의 사업화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컴퓨터 모델링을 활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혁신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단발로 끝낼 수 있는 혁신은 없다. 도요타가 세계적으로 존경 받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도요타의 간판생산방식 때문이 아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도요타의 혁신 DNA 이다. 도요타는 직원 모두가 문제해결 중독자 집단이란 평을 받을 정도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유기적인 개선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도요타의 간판생산방식은 결국 도요타 시스템을 구성하는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이런 도요타의 생산시스템을 벤치마킹해도 성공할 수 없는 이유는 종업원 하나하나가 수 십 년간 여러 문제를 경험하고 개선하고 혁신하면서 가질 수 있었던 고도의 암묵지는 벤치마킹할 수 없었기 때문이며 이것이 바로 혁신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기술혁신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무언가 어마어마한 것을 만들기 위해 혹은 굉장한 돈과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하고 있는 ‘업’에서 개선점을 찾고 해결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을 혁신하는 방식도 고도의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 사용했던 방법들, 다른 산업에서 사용했던 방법과 기술들을 가져다 단순히 응용하더라도 훌륭한 혁신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혁신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시작하고 또 지속할 수 있는 문화이며 이런 ‘문화만들기’가 기술혁신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IP *.244.2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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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2005.12.28 18:52:45 *.93.136.251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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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기원
2005.12.29 19:03:04 *.190.84.135
글이 요술입니다.
요술공주 = 세리
위의 혁신은 일본의 개선이 누적된 형태인 것 같아요.
"문화만들기=기술혁신=>성공"<-이부분이 공감이 많이 갑니다.
저는 지난번 모임에서 세리님의 섬세함을 보았습니다?
글에서도 느낄 수있구요.
새해에는 원하시는 일 모두이루시는 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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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공주세리
2005.12.30 01:47:38 *.38.167.180
사랑의기원님.. 미숙한 글에 칭찬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마도 요술공주라는 필명은 저만 쓰는게 아닌가 봅니다.
전 아직 모임에 참석해 본적이 없는걸요.^^
언제 한번 만나뵐 수 있으면 좋겠지만요.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정내 평안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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