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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1일 17시 42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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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을 떠났지만, 여행업에 다시 집적거리는 것은, 동대문에서 사업을 할려면 여행사와 친해야 한다. 혹은 내가 여행사를 운영하면 바람직하다. 손님을 받아서, 우리 화장품 가게에서 쇼핑을 시키고, 우리 식당에서 밥을 먹인다. 이런 생각을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여행사에 있었고, 또 외국어를 전공했기 때문이다. 인바운드 여행사업을 하고 싶은데, 경험도 없고 아는 이도 없다. 나름 머리를 굴린 것이 가이드로 일을 해서 돌파구를 찾아보는 것이다. 가이드 일자리를 구할려고 했으나, 또 걸린다. 가이드 자격증이 필요하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외국어만 가능하면 가이드 일을 얻을 수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법이 강화되어서, 라이센스 없이 일을 하면 해당 여행사가 패널티를 물어야 한다고 한다. 지금 공부중인데, 시험은 내년에나 있다.

요즘은 일본 고교생 수학여행 시즌이다. 우리 나라 고교생도 이제 경주가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간다. 일본 학생들도 지금이 씨즌이다. 대량으로 고등학생들이 오기 때문에 가이드가 모자르다. 이런 경우에는 꼽사리로 가이드를 할 수 있다. 

오늘 해보았는데, 내가 가이드할때 처럼 비슷한 느낌이 들다. 나는 하나의 언어를 습득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물론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재하기 위해서 공부를 한 것 맞지만, 단순히 한 쪽 말을 '통역해'라는 부탁 같은 명령을 들으면 기분이 나빴다. 요즘은 의술이나 변호술 같은 전문 기능도 그 가치가 떨어지고 있기에, 외국어를 어설프게 한가지 하는 것이 내세울만한 것은 아니다.

한국, 일본 여고생을 데리고 동대문, 명동을 돌아다녔는데, 그녀들도 똑같이 나를 '통역기'로 대우했다. 아직 어려서이기도 하지만, 씁쓸하다. 우리나라는 기술과 쟁이를 천시해왔다. 사람을 살리는 의술 조차도, 일개 재주라고 폄훼했다. 이런 관념은 뿌리가 깊고, 어렵게 기술을 습득해도 그 대우는 시원치않다. 주변을 보아도, 오로지 기술만 닦는 사람들은 맨날 그자리에 있는 듯 하다. 만두를 만들거나, 스시를 만들거나, 양복을 만들거나 하는 사람들은 그 기술은 포정해우의 경지임에도, 변변치 않아 보인다.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대량생산으로 이런 기술은 점점 가치가 떨어지는 중이다.

언젠가, 주방장을 모집하려고 광고냈다. 한 주방장에게서 전화가 오다. 그는 호텔 경력20년이라고 했다. '그럼 많이 받으셔야 겠네요'라고 말하자, '그렇지요. 좀 받아야지요' 라고 답한다. 세상 물정 참 모르네...라는 생각이 들다. 요리사가 필요없는 것이다. 요리가 모두 반조리 된 상태로 나오기 때문에 특별히 요리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해도, 조리가 가능하다. 물만 부으면 되는 음식에 누가 몇백만원 주고 호텔 요리사를 쓰겠는가? 그도 돌고 돌아, 갈 곳이 없으니까 동네 식당까지 취업처를 알아본다.  

디자이너의 경우. 그들도 엄밀히 말하면, 쟁이다. 실제로 한국에는 매해 3만명 가깝게 디자이너가 나온다. 대다수가 오퍼레이터가 된다. 즉, 하라면 해야 하는 신세다. 일은 창의적이지 못한데, 급여는 낮다. 일본 아니메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거의 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판권을 팔아서 여러나라로 수출하고, 많은 프리미엄을 받는다. 하지만, 죽어라 그림만 그리는 한국의 그림쟁이들은 비참하다. 10년 가깝게 일해도 100만원 간신히 넘는 돈으로 연명한다. 

만일 디자이너가 스스로 혁신하고, 사업까지 하는 경영 능력이 있다면, 선순환 모양으로 성장한다. 사용해서 성과를 만들지 않으면 기술은 악세사리다. 타인에게 헐값에 서비스해야 한다. 

기술 보다 상위는 경영능력이다. 기획을 해서, 여러 기술을 조합한뒤 성과를 올리는 것이 기술습득 보다 중요하다. '이거 하나만 확실히 하면 먹고 살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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