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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21일 03시 26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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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공방에 가다. 계동으로 이사했다. 변경연 선배와 종각에서 돈부리를 먹었는데, 관심사가 비슷하기도 해서 내친김에 갔다. 소장님은 근 4년만에 만나다.  달라진 것이 없다.  인쇄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꿈은 여전하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6년 전이다. 오늘까지 3번 만났다. 그런데도 매일 보는 직원이나 사장님들 보다 대하기가 편하다. 

얼마전 그가 쓴, '북바인딩'이라는 책을 구입했다. 김진섭 소장의 두번째 책이다. 책을 제본하는 방법을 기록하고, 충무로 뒷골목의 인쇄 업자들을 소개하고 인터뷰한 내용이 있다. 그 책을 보며, 직업에 대한 진정성을 느꼈다. 적어도 돈때문에 사람을 내치거나, 감언이설 할 사람은 아니다라는 느낌이었다. 난 사람을 꽤 가리는 편이고, 친해지기까지 상당히 시간이 걸린다. 이상하게 그에게는 마음이 자연스레 열렸다. 책의 힘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상대가 무슨 생각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어떻게 그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는가? 책이다. 책을 쓴 사람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돈 보다 더 높은 가치를 꿈꾼다. 

커피숍을 운영하면서, 기존의 제본 워크샵도 함께 진행한다. 북촌 한옥마을이 근처에 있어서 외국인들도 꽤 많았다. 그들도 기념품으로 수제 노트를 구입한다고 한다. 고급 가죽으로 표지를 만들고, 금박으로 '책공방'이라고 인쇄되어 있다. 이런 노트에는 무언가를 쓰고 싶어진다. '글을 써야겠다'가 아니라, 노트가 글을 부른다. e북과 A4용지는 절대 이런 느낌을 연출할 수 없을터. A4용지에는 정보만 있다. 정보를 둘러싼 정서는 배제된다.  

김진섭 소장은 독일에서 인쇄 장비를 구입해오고는 한다. 딱 한번 기계가 작동하며 종이에 인쇄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만화영화 멍텅구리 박사의 발명품 처럼, 요란하게 작동했다. 증기를 내뿜으며 씩씩하게, 종이에 인쇄를 한다. 인쇄물을 보면 결코 기계가 오버하는 것은 아니다. 고급 종이에 요철을 만드는 그 인쇄물의 아늑함을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잉크젯으로 뿌려서 인쇄하는 A4인쇄물과는 비교가 안된다. 

2시간 가깝게 기록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그는 기록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며, 한국의 기록 문화에 대해서 개탄했다. 옛 물건이 사라지면, 그에 관한 기록도 사라진다. 책을 쓰는 이유는,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한다. 부모가 젊은날 자신의 방황을 기록으로 남겼다면, 그의 자식들이 보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으리라. 작가의 힘이 되는 것도 결국, 기록이다. 나처럼 전업 작가가 아닌, 업을 책으로 쓰고 싶다면 더욱더 치열하게 기록해야 한다.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그냥 기록하면 된다. 기록은 방법보다 습관의 문제다. 스마트폰 및 컴퓨터등 기록 매체가 늘어날수록 사람들의 기록하는 습관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기록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인데, 인간만 할 수 있는 일은 하나같이 귀찮다. 자연에 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의지를 발해서 기록을 해나간다면, 특별한 콘텐츠를 빠른 속도로 생산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록하지 않는다. 기록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일이다. 

두번째,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 자신의 일과 사람, 피부로 느껴지는  모든 것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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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개월 동안 영업일지를 적었다. 몇 번 테이블에 손님이 무엇을 먹고, 어떤 반응과 태도로 먹었는 지 기록했다.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과 그때 내 감정이 어떠했는 지도 알 수 있다. 앞에 횟집 손님이 음식 먹고 도망간 이야기도 있다. 

춤을 출때는 선생님의 말씀을 기록했다. 항상 반박자 앞서간다는 이야기에 내 성격이 그러하다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멀게는 고교때 일기장에서 부터(중학교 일기는 좋아하는 선생님에게 주었다), 군대시절 몰래 적은 일기, 직장다니면서 쓴 메모, 책들을 초서한 노트들. 

이런 기록이 어떤 의미가 있는 지 아직 모르겠다. 단지 기록을 하기 위해서 깨어있었고, 기록하는 그 순간은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팃낫한 스님의 마인드풀니스 명상을 시도한 적이 있었으나, 어려웠다. 정말이지 사람은 한순간도 온전하게 몸과 마음과 정신이 일치하기 어려운 존재다. 사람의 속성은 '흩어짐'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집중자체가 목표가 아닐까? 

기록은 정신집중하는 구체적인 방법이다. 기록이 많을수록, 집중력도 강해진다. 기록은 노력과 시간의 구체적인 결과물이다.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 일상을 기록한다. 소소한 편린을 소품상자에 넣어두는 것은 중요하다. 의미는 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시간을 두고 삭혀야 한다. 보고 또 보면 기록은 무르익는다. 

가족을 기록한다. 아이가 글을 읽고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그에게 성장일기를 선물해준다면 아이는 어떤 마음을 가질까? '나는 소중하다'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가질 것이다. '나는 소중하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그 사실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천지차이다. 자존감은 강력한 하드웨어로서 아이에게 장착된다. 하드웨어가 없으면, 소프트웨어로 살아야 한다. 고달프다. 

업을 기록한다. 

나를 기록한다. 3년 전, 4년 전의 메모를 보면, 나는 같은 걱정을 하고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걱정과 문제가 없어졌다. 분열된 자아는 통합된다. 받아들임 전에 필요한 것은 인식이다. 나에 대한 기록은 나에 대한 통찰력을 준다.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정성껏 기록한다. 기록 만큼 중요한 것은 정리이다. 잘 정리되지 않은 기록은 다시 보기도 싫고, 재활용하지 못한다. 기록으로서 의미가 없는 기록이다. 보고 또 보아야지 기록은 성장한다. 기록을 도와주는 보조도구도 많다.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이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디카, 캠코더등을 다룰 수 있고, 편집해서 여러 매체로 다양하게 출력할 수도 있다. 아마도 나는 기록에 욕구가 있는가 보다.  기록하는 사람인가 보다. 

대학교 시절, 일본에서 찍은 다큐멘터리도 있고, 카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을 읽고 현지를 답사한 비디오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기록에 함몰되지는 말자.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만 기록하고, 그 만큼이 내 삶의 능력이다. 09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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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내 삶을 잡아준다. 내가 엉뚱한 곳으로 빠져들려고 할때, 기록이 나를 잡아준다.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책공방. 공교롭게도 내가 중학교를 다닌 맞은편으로 이사왔다. 20년전 중학교 시절이 오버랩되었다. '당시 일기장이 남아있더라면 좋았겠다.라고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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