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나의

일상에서

  • 맑은
  • 조회 수 283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9년 7월 20일 22시 42분 등록
5년전의 나를 불러와서, 지금 내 모습을 보여주자. 그는 어떻게 느끼는가?

IMF 직후, 동대문에 밀레오레, 의류상가가 생겼다. 전국이 폐업, 도산하는 분위기에서 밀레오레의 성공은 눈부셨다. 동대문은 핵심 상권으로 부상했고, 순식간에 건물값이 5배가 뛴다. 입주한 상인들은 그 어려운 시기에 자본가가 되었다. 주변 음식점은 24시간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손님이 북쩍거렸다. 어머니는 이곳에서 생에 6번째로 장사를 시작한다. 20년 장사수완은 빛을 발했다.

자영업자에게 손님을 대하는 기술, 직원을 다루는 기술은 기본이다. 상권을 알아보는 눈이 핵심이다. 운영은 직원들이 알아서 한다. 내가 없어도 돌아간다. 손님을 끌어오거나, 손님이 많은 곳에 입지하는 것이 사장의 몫이다. 창업 설명회에 가도 예비창업자가 가장 듣고 싶어하는 것이 상권이다. 목이 장사의 90%다. 자본이 없으면, 목이 안좋은 곳에 입지할 수밖에 없다. 없는 돈으로 그나마 좋은 곳을 찾기 위해 눈물 날정도로 돌아다닌다. 그러나, 상권은 특별히 말해줄 것이 없다. 기껏해야, 퇴근하는 방향이라든지, 언덕이 아닌 곳이라든지 정도가 고작이다. 인구의 흐름을 파악하고 베팅하는 것은 결국 창업자 본인의 몫이다.  

어머니는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틈틈히 좋은 상권을 보러 다녔다. 많이 보아야 안목이 생긴다. 물론, 정보를 가지고 있어도, 실천하기는 또 다른 문제다. 사전에 결심하고, 결심해야 기회가 오면 잡는다. 눈에 빤히 보이는 변화의 물결을 외면하기에 많은 사람이 성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제 알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위기를 보지않기에, 몰락한다. 이번 DDos 피해는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안철수 교수는 말한다. 정말이지, 알면서도 뭉게는 성향은 인간 속성에 고질적인 악惡이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동네 식당이나 슈퍼는 망한다. 근 20시간 영업하는 슈퍼도 있다. 가게에서 먹고 자고 다한다. 마트가 문닫는 시간만이라도 영업을 하기 위해서다. 그래도 적자다. 식당이나 재래시장은 권리금도 못받고 가게를 비워야 한다.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거대자본을 상대로, 궐기대회를 하는 것뿐이다. 물론 자본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서명 뭉치는 휴지다.

자영업자도 예외는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이 소자본으로 외식업에 뛰어든다. 우리나라는 회사 나오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자영업, 건물관리, 택시운전이 고작이다.  경쟁업체가 많아지면, 단가를 낮출 수 밖에 없다. 서비스를 더 준다든가, 양을 더 많게 한다든지...식으로 단가를 조금씩 낮추어간다. 질 좋고, 맛있으면 손님이 그나마 온다. 박리다매는 많이 팔아야 하는데, 값은 싸지만, 많이 팔지 못할 때는 답답하다. 물론 식재료는 곡예하듯이 가격변동이 심하다. 배추 한망이 쌀 때는 3천원이지만, 폭우가 지나가면, 1만8천원이 된다. 매출이 올라도, 모두 다시 나갈 돈이다. 돈의 사용권만 일시적으로 갖는 것이지, 모아둘 수가 없다. 모든 재화는 나라의 것이다. 나는 불가피하게 청지기인 셈이다.

위기다. 위기인줄 모르기에 위기다. 오히려 상황이 최악일 때, 위기가 아니다. 바닥에 있으면 위기 의식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암이나 당뇨로 삶을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까? 전처럼 생각없이 산다면, 재발이다. 식이조절과, 체중조절에 극도로 신경쓴다. 변화하지 않으면, 죽기 때문이다.  

다시 5년전 나를 불러오자. 지금 나는 내 모습에 그럭저럭, 그런 느낌이다. 아쉬울 것은 없다. 주색잡기 안하고, 매일 가게에 나오며, 자기개발에 열심이다. 하지만, 5년 전 나는 화내고 있다. 고작 이거냐고.

세상 변하는 것도 위기이지만, 내 스스로 나에게 실망하는 것은 더 큰 위기다.
IP *.129.207.20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