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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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업이 편안하게 느껴질 때가, 새로운 경력을 준비할 때다. 다니엘 핑크는 이런 직장인의 모습을 '레고 경력'이라고 했다. 경력이 쌓이면, 무너뜨리고 다시 조립한다.
[우리는 '레고 경력'을 갖게 될 것이다. 기본적인 조각(기술, 인간관계 그리고 흥미)을 이용하여, 우리는 노동의 조건을 조립할 것이다. 그러다 따분해지거나 혹은 그 일이 계속하기엔 너무 불안정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 모형을 해체해버리면 된다. 우리는 여러가지 이상한 모양으로 계속 이것저것 결합해볼 수도 있고, 견실한 모형을 꾸준히 유지할 수도 있다. 그런 결합의 가능성은 거의 무궁무진할 것이다. 프리에이전트의 시대 423_ 다니엘 핑크 ]
어떤 사업이건 마찬가지지만, 초창기에는 창업자의 노력이 필수다. 사장의 염력과 정성이 사업체 곳곳에 배기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일을 직원은 할 수 없다. 직원이 한다면, 직원이 사장이다. 비행기는 이륙할 때 최대 화력을 쓰고, 전쟁에서 이길려면 초반에 대대적인 살상이 필요하다. 사업이 궤도에 오를려면 창업 멤버의 피나는 헌신이 필요하다.
6개월 정도 지나면, 사장과 매장이 씽크가 맞는다. 가게에 일이 생기면, 느낌이 온다. 가게에 없어도, 상황이 눈에 훤해지는 경지다. 어떤 문제도 손 쉽게 해결한다. 사실 관리가 잘 된다면, 예상밖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포스시스템(POS-매출관리 시스템)이 골치였는데, 영업중 컴퓨터가 다운되면 속수무책이다. 손님이 결제할려고 앞에 서계신데, 컴퓨터가 먹통이면 난감하다. 이제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에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손님 접대나 컴플레인 대한 요령도 생긴다. 이렇게 보면, 적성을 따져보고 지레 겁먹을 필요없다. 하다보면 방법이 생긴다.
일정 기간 지나면, 매출은 크게 오르지 않고, 내리지도 않는다. 대박은 꿈꿀 수 없지만, 꾸준한 수익율은 어떤 재테크보다 낫다. 이정도까지 시스템을 안착했다면, 매장에 주인이 하루종일 있을 필요가 없다. 사장이 업장을 경계병처럼 지킨다면, 가게 분위기가 경직된다. 밖에 나가서 손님을 더 끌어오거나, 그것도 아니면 다른 수익원을 찾는 것이 사장의 일이다. 그것이 회사에게나 사장에게나 바람직하다. 이때가 새로운 경력이나 수익원을 찾을 시기다.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알아본다면 거의 실패다. 왜냐면, 고정수익이 있어야 이것저것 따져볼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수익이 없다면, 사람 마음이 갈피를 못잡고, 객관성을 잃는다. 공복에 짜증나는 것과 비슷하다. 밥을 먹어야 머리도 제대로 돌아간다. 무엇보다 인사담당자는 상대가 무직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불리한 조건을 내세우기 쉽다.
입사했으면 회사 돈 벌어주는 것이 1순위로서 나를 잊고, 헌신할 때 조직내 인간관계도 원활하다. 그 다음 자기 개발을 생각해야 한다. 이 순서가 바뀌면 갈등과 자괴감이 생긴다. 좋지 않은 조건을 안고 들어왔다면, 힘들어진다. 입사가 아닌 자영업은 더 위험하다. 큰 결정을 많이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자본가가 더 큰 돈을 버는 것은 시간적, 심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선택하고, 기다릴 수 있다. 반면, 하드웨어적 인프라가 부족할수록 다급하다. 고정 수익이 없다면, 심적 평정을 유지하기 어렵다.
경력 이동이란, 수직적이 아니라 수평적이어야 바람직하다. 중견기업정도 되면 인재개발팀이 있는데, 사내강사가 경력이 쌓이면 사외 강사가 되기도 한다. 이동할 때가 되면, 거의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지금은 좋아보이지 않지만, 앞으로 당연시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 경력은 내가 책임져야 하기에.
손자병법에 '이긴 전쟁을 이기라'고 했다. 새로운 경력을 위해서 회사를 그만두고, 새롭게 쌓아야 한다면 이미 진거나 다름 없다. 위험한 일에 성공하기 위해서 시뮬레이션 훈련을 수백번 반복한다. 우주 비행사는 우주에서 파리목숨과 같다. 우주에서의 작업은 극도로 위험하다. 하지만, 무사귀환할 수 있는 것은 실제와 모의훈련이 구분이 안갈정도로 훈련을 하기 때문이다. 경력 이동 또한 마찬가지다. 어제까지 했던 일을 그만두고, 아무렇지도 않게 오늘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가? 그 연결이 매끄럽고 자연스러울수록 성공적이다.
도저히 짬이 나지 않는데, 어떻게 다른 일을 알아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아무리 바빠도 시간은 있다. 정말로 화장실조차 못갈 정도라면, 지금 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옳다. 단지 안정된 상태를 즐겨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만들어낼 수 있는 시간과 심적 여유만큼만 준비할 수 있다. 이것은 힘들다. 하지만, 직장을 그만두면 더 어렵다. 1인기업가가 되려면, 적어도 2년간 수익이 없을 각오를 하라고 하는데, 보통 사람에게는 가당치도 않은 말이다. 2년 동안 수익이 없다면, 수익 없는 생활에 익숙해질 터.
이른 나이에 자영업을 경험하는 것은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사원일때는 알지 못했을 사장의 마음을 느껴보았고, 경영이라는 것이 어떤건지, 조직이라는 보호막이 없으면 어떤 느낌인지도 조금씩 알았다. 무엇보다도 지금 업을 기반으로 다른 업으로 이동할 수 있을만큼 시간과 기회가 아직도 남았다는 사실에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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