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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31일 02시 34분 등록
네이버에서 '텍스타일'이라는 설치형 블로그를 배포중이다. 1.'글감 수집', 2.'단락별 편집'이 특징이다. 수집한 글감에 살을 붙여서 단락을 만든다. 단락이 모이면, 재배치하고 구성해서 짜임새 있게 글을 만든다.는 기획이다.

니체는 '피로 글을 쓴다'고 했는데, 그가 현존한다면, 이런 저작도구들을 어떻게 사용할까?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의 보편화로 일반사람도 손쉽게 촬영한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자신이 찍은 영상을 텔레비젼으로 본다는 것이 신기했을 정도다. 디지털 장비는 대체로 가볍다.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은 마구 휘두르며 영상을 찍는다. 신혼여행 가서 찍었다는데, 추적 60분같다. UCC, 프로슈머 시대라고 하지만 볼만한 콘텐츠는 없다. 전문가는 카메라가 가벼워도, 매우 '무겁게' 찍는다. 디지털은 가벼워도, 이용자는 그 도구를 더 무겁게 다루어야 한다. 김훈의 글은 팝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유독 눈에 띈다. 디지털 장비를 활용하지 못해서, 연필로 쓴다지만, 어쨌든 결과는 독창적이다.

문체에는 작가의 성격이나 컨디션, 상황, 태도가 드러난다. 어느 소설을 읽으면, 작가가 컴퓨터 자판을 통통 튀기면서 글을 쓰는 모습이 눈에 선한다. 구본형 선생님 글은 그의 말대로 아침에 쓴것 같다. 새벽의 고요함을 마주한 성찰이 느껴진다. 무라카미 하루끼의 글도, 마라톤을 시작하기 전후의 문체는 다르다. 체력이 받혀주면, 글이 안정감 있고 호흡이 길다. 난 가게에서 쓴다. 글 쓰는 중에, 손님이 부르면 가서 써빙을 보아야 한다. 한 줄 쓰고, 손님이 필요한 것이 없나 확인하고 돌아와서 또 한 줄 쓴다. 이렇게라도 써놓은 양이 꽤 된다. 본의 아니게 가게 카운터가 집필실이 되어 버렸다.

애초부터 포기한 것이 있는데, 글 쓸 시간과 책 읽는 시간이다. 따로 시간을 만들어 놓으면, 존다거나, 야동 보거나 딴짓한다. 그대신 시간이 생기는 족족 글쓰고, 책읽는 훈련을 한다. 작은 시간을 활용하고자 애쓰면, 긴 시간을 대박으로 여기고, 감사하게 쓴다. 작은 시간을 무시하면, 큰 시간도 작은 시간이 된다. 시간관리의 고전,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에는 '그릇에 돌맹이 넣기' 비유가 나온다. 큰 돌을 먼저 넣고, 큰 돌 사이로 작은 돌을 넣으면 더 많이 넣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럴듯한 이야기인데, 문제는 우리 삶에서 그 '큰 돌'은 무엇이냔 말이다. 꿈, 돈, 가족, 체력...모두 큰 돌 같아 보인다. 물론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다.  책을 쓰는 것이 목표였는데, 책은 열정 덩어리로서, 열심히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결과물인 것 같다. 때문에 책쓰기 보다, '잘 사는 것' 이 내게는 큰 돌이다.

공병호선생님은 강연에, tv출연에, 기고에 바쁠 텐데 미니홈피에는 현재 독서하는 책 이야기로 가득하다. 물론 전반적인 서평은 아니다. 책의 내용중 한 단락 정도 발췌해서, 자기 생각을 덧붙인 정도다. 이런 조각글이 꽤 많다. 아무래도 가공할만한 생산력은 조각글들 때문이 아닐까? 네이버의 '텍스타일'은 유용한 도구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단락을 이리저리 짜맞춘다고 글이 써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단락들은 머리에 들어와 있어야 글쓸 때, 적절한 예시와 표현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니체라면, 컴퓨터로 쓰건, 연필로 쓰건, 똑같이 고뇌하면서 썼을 것이다.

조각글을 많이 쓴다. 그리고, 깁는다.
IP *.129.20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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