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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19일 03시 06분 등록
'은총'이라고 하면, 특정 종교에 대한 느낌이 들어서 거부감이 생긴다. 스캇펙이 말하는 '은총'은 종교와는 관계가 없다.  아마도, 번역하는 사람이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은총이라는 단어를 쓴 것 같다.이 개념을 알면 삶을 살아가는데 오만하지 않고, 의사결정을 좀 더 잘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진작가는 사진의 주체가 되는 '대상'보다, 대상을 둘러싼 '배경'에 신경쓴다. 배경은 대상이 더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진에선 '더하기 보다, 빼기를 잘해야한다'는 말은 이런 의미다. 

내가 스스로 이해한 '은총'은 바로 이 배경이다. 2차원에서는 배경이지만, 실물이 움직이는 3차원에선 배경을 허공이라 말할 수 있겠다. 대상은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다. 때문에 사람은 대상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그 대상을 존재하게 만드는 것은 '허공'이다. 대상은 없을 수도 있지만, 허공은 존재하지 않을 수 없다. 허공이야말로 절대적인 존재다. 대상은 허공이 있어야 하지만, 허공은 허공 스스로 존재한다.  나를 둘러싼 이 허공이 나에게는 '은총'이다. 

쉽게 말하면, 세상사는 사람의 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성공한 사람들은 겸손한 면도 있지만, 한결같이 '자신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일을 이루는 것은, 사람의 힘과 함께 알수없는 또 다른 힘이다. 이 힘은 끊임없이 메세지를 주며 나를 가이드 해준다. 물론 직접 이야기하는 경우는 없다. 이를테면, 여행을 갈려고 하는데 마침 여행사에 다니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든지(그것도 몇년만에) 서점에 갔는데, 몇달간 안고 있던 문제의 해결을 제시하는 책제목을 우연히 본다든지.

절박할 때, 이런 은총은 빛을 발한다. 무라카미하루키는 째즈바를 운영할 때, 3만엔이 모자라서 가게세를 못내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공원을 거닐며 고민하는데, 어디선가 3만엔이 바람에 실려 날라왔다고 한다.  누구나 크고, 작게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연금술사_코넬료

화려한 이미지에 익숙한 요즘에는 사람들은 기적과 은총을 대단한 이벤트로 상상한다. 은총은 사람처럼 과시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의식하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지나간 일을 떠올리며 생각해보자. '그 일이 과연 운이 좋아서였을까?' '지금 내 모습이 오히려 최선이 아닐까?' '당연한 존재는 당연한 존재인가?' '지금 현 상태를 기적으로 보아도 이상할 것이 없지않은가?' '기적을 기적으로 보지 못한 나의 무감각에 새삼 놀라지 않는가?'

은총은 내가 성장하기를 바라는, 알수 없는 힘이다. 나의 모습을 항상 모니터링하면서, 적절한 때와 장소에 적절한 사람을 만나게 해주거나, 적절한 일을 준다. 고생하고, 고통스러운 순간이 꼭 나쁜 것만이 아닌 이유는 이 때문이다. 빅터프랭클은 수용소 생활을 3년 했다. 그 경험이 없었다면,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얻을 수 있었을까?반대로, 힘들고 짜증나고 무료할 때, 그만두어 버린다고 해서, 그 선택이 옳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후회한다. '조금만 더 버틸걸'  힘들어서 빠져 나오면,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나와서는 갈 곳이 없다. 힘들지 않으면, 능력도 얻을 수 없다. 은총은 언제 나에게 속삭이는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내 무의식의 발동이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찍는다. 사진 아카이브를 만들어서 몇년간 자기가 찍은 사진을 보면 몇개의 흐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책을 선택한다는 것은 이미 내가 답이 어디에 있는 지 안다는 의미다. 책장에 꽂힌 책들이 결국 '나'이고, 내가 가야할 길이다.

요즘 내가 읽은 책은, 스캇펙과 메슬로의 동기와 성격, 강상중의 '고민하는 힘'등이다.
 
진실이나 현실이 고통스러울 때는 피하게 마련이다. 우리 자신의 지도를 개편하려면 그러한 고통을 극복할수 있는 훈련을 해야만 한다. 그런 훈련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전적으로 진실에 충실해야 한다. 현재의 편안함보다 궁극적으로 옳은 일들을 추구하기 위해 우리는 언제나 진실 앞에 솔직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개인적인 불편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야 하며, 현재의 진실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 불편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정신건강은  모든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오늘의 진실에 충실하려는 진행형의 과정이다. 70_아직도 가야할길_스캇펙

타인과 깊지 않고 무난한 관계를 맺고, 가능한 한 위험을 피하려고 하며,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별로 휘말리지 않으면서 모든 일에 구애받지 않으려고 행동하는 그런 '요령이 뛰어난' 젊음은 정념과 같은 것은 사전에 잘라낸, 또는 처음부터 탈색되어 있는 청춘이라 할 수 있습니다. 90_고민의 힘_강상중

얼마전에 개인트레인닝을 받았다. 몇년간 운동을 해도 체력에 변화가 없었는데, 트레이너와 운동을 하고서야 이유를 알았다. '내가 편한대로만 운동했기에' 성장도 없다. 오도가도 못할 정도로 고통스럽지만, 버티면 근육과 체력이 늘어나며 성장한다. 트레이너는 '짧고 굵게' 근육을 자극해야한다고 했는데, '짧고 굵고 강하게'는 역시 힘들다.  

몇년동안 '성장'이라는 화두를 품고 있었는데, 이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편하지 말라고' 그리고, '도전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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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구름
2009.09.23 18:10:53 *.104.75.90

 늘 소중한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기쁨을 주어 감사드립니다.
 거의 댓글은 안 달지만 마음으로 항상 성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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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09.09.23 19:04:26 *.129.207.200
댓글로 성원해주세요. 사랑은 보이는 만큼만 사랑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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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출어람
2009.10.25 17:43:21 *.217.200.235
편하지 말라 그리고 도전하라~~ 명쾌한 답입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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