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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18일 22시 24분 등록
50대 자영업자가 늘다보니, 정년퇴직한 사람을 대상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다. 이들의 퇴직금을 노리는 프랜차이즈 시장이다. 만일 창업 자금이 2억 정도 있다고 하자, 돈이 한참 모자라도 창업하는데 문제가 없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자기 돈을 꾸어주면서까지 창업을 시켜준다. 그들 입장에서는 일을 벌려놓으면 여러 수익이 발생한다. 인테리어, 간판, 주방식기, cctv, 포스시스템 등...장사가 되고 안되고는 그 다음 문제다. 물론 회사생활만 해본 사람이 경영을 잘할리 없다. 머리로는 알아도, 자식 보다 어린 사람에게 고개 조아리려고하면 어렵다. 어색하고, 누가 보아도 안어울린다. 의욕만 앞서다보니, 직원들이 일하는 것도 답답해 보이고, 차라리 직접 서빙도 하고, 아가씨 손님들 사이에 들어가서 음식 설명도 해준다. 참 안어울린다. 그렇게 발버둥치다 보면 한참 밑지는 가격으로 가게를 내놓는다.

우리 나라는 퇴사하면, 할 일이 없다. 아파트 경비, 학원 경영, 음식점 창업, 택시 운전, 딱 이정도다. 은행에서 지점장까지 하신 분이 정년퇴임해서, 주유소에서 일한다. 본인은 '과거는 과거일뿐이다'라며 현실을 받아들이며 일할 수 있어도, 몇십년간 쌓아온 노하우와 실무경력을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은 개인에게나 국가적으로 손해다.

퇴직금을 까먹기 보다는, 통장에 일단 저금해 두고 집에서 은둔생활을 한다. 이때부터 문제가 또 생기는데, 부인들에게 의존하고, 귀찮게 군다. 밥 차려주어야 하고, 말동무 해주어야 하고, 짜증 나면 그것도 받아주어야 한다. 이런 일상을 하루도 아니고, 40년이나 계속될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베이비무머 세대가 은퇴함에 따라서 65세 이상 이혼율도 매년 늘어날 것이다. 남자인 내가 생각해도 여자 입장에서 젊어서는 자식들 키우고, 나이 들어서 즐길려고 하는데 또 남편을 보살펴야 한다면, 피해의식에 폭발할 것 같다. 그것은 사랑일까? 사랑을 빙자한 착취다.

퇴직후에도 30년 이상의 시간이 남는다. 일해온 시간보다, 일해야할 시간이 더 많이 남는 셈이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는 퇴직후에 생각하면 늦는다. 그렇다고 현업도 바쁜데 딴 생각할 겨를이 없다.

자영업자로서 고민은 이런거다. 남들 하는대로 따라하면 수익은 떨어진다. 그렇다고 따라하지 않으면 눈앞에 손님을 놓친다. 예를 들면,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검색광고가 엄청 비싸다. 점점 비싸지고 있는데, 여러 매체가 생겼기 때문이고, 같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을 넣어야 한다. 이런 폐단이 싫다고 광고를 하지 않아버리면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다.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나는 밖에서 손님을 호객하거나, 전단지를 뿌리는 성격이 아니라고 가만히 있으면, 옆집이 내 몫을 채간다.

남들 하는대로 따라하기만 급급해도 문제다. 모두가 같은 업종, 같은 광고, 같은 상품,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하면 결국 모두 침몰하고 만다. 나는 애플의 스티븐잡스가 좋다고 그를 따라하기만 한다면, 바로 앞의 손님을 놓칠 것이고, 빌게이츠 처럼 제품 보다 영업과 사업에만 몰두하면 내 특별한 상품이 안남는다.

결국 두가지 다할 수 밖에 없다. 남들 하는대로 광고도 하고, 도우미도 써야 하며, 남들이 하지않는 시도도 틈틈히 해야한다. 넥슨은 우리나라 최대의 게임 회사다. 지금은 시가총액 10조의 거대 기업이 되었다. 하지만, 1994년 창업당시 참 어려웠다. 그들은 온라인 게임이라는 비전이 있었지만,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 당장 입에 풀칠하기 어려웠다. 웹디자인과 홈페이지를 만들며 연명하고 또 한편으로는 게임 개발을 해나갔다.

대량 실업시대에 전략은 이렇다. 현업을 하며, 현업 다음의 일도 동시에 준비한다. 어려운 일일까? 살펴보면 이미 투잡이다. 부장님도 이사님도 모두 주식투자하지 않는가? 주식 시세 보느라 회의도 일찍 끝내고, 스마트폰으로 화장실에서 주가 확인한다.
이런 투잡 보다는 생산적인 일에 골몰한다면, 퇴직후에도 눈치밥 먹을 필요 없다. 예를 들어 지금 하는 일을 하나의 회사로 독립하는 방법은 어떨까? 출판사는 이런 전략에 유연하다. 어린이책이 유행한다 하면, 사계절 어린이, 문학과 지성사 어린이, 김영사 어린이등 담당 부서를 하나의 회사로 독립시킨다. 거품이 꺼지면 다시 본래 부서로 편입시킨다. 인재개발팀에 있다면, 인재개발 회사를 만들 수 있고, 회계팀에 있다면 회계 컨설팅 회사를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말하기 쉽고, 이런 생각 안해본 직장인들은 없겠지만, 회사원으로서가 아니라, 사장의 눈으로 회사에서 자기 일을 보는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직장에 다니면서 사장으로서 일한다는 것은 이렇다. 노동자로서 내 권리만 찾아먹는 것이 아니라, 경영자에게 제안을 하는 것이다. 경영자는 실무자가 아니기에, 현장에서 놓치는 것이 많다. 눈에 빤히 보이는데 시키지 않는다고 안하는 것이 아니라, 혹은 돈 더 주는 것도 아닌데 내가 바보야, 왜 그런 일을 사서 하냐?라고 생각하면, 참 깜깜하다. 나도 그랬지만, 이런 직원들 보면 답답하다. 요즘 전에 회사 사장님들 찾아가 인사 드린다. 잘못했다고, 내가 사장하니까, 당신 마음 알겠다고. 직장인들은 좋건 싫건 사장이 되어야 한다. 사장의 시각으로 지금 일을 보는 것은 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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