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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19일 20시 29분 등록
언젠가, 출판 관계자분과 식사를 하다. 소설가 김영하 이야기가 나오다. '고생하지 않으면, 그런 글이 나오지 않아' 라고 말씀하시다. 글은 경험으로 쓴다. 

회사 다닐때, HRD부서에서 러브콜이 오다. 그쪽 팀장님이 나를 이쁘게보셨다. 나는 책을 좋아하고,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를 즐긴다. 또, 동영상, 디자인등 멀티미디어 능력도 있다. 요즘은 아이폰으로도 뮤직비디오 찍고 그러던데, 상당히 퀄리티가 뛰어나다. 감각도 중요하지만, 기술적인 지식도 있어야 하고,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드는 능력도 중요하다. 난 그것을 잘했고, 좋아했다. 한때, 영화감독이나 뮤직비디오 PD를 꿈꾼 적이 있으나, 열악한 현장 분위기에 마음을 접다.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돈이 안되거나, 한계가 있으면 안한다. 

우리 팀장등 실무자끼리는 다 이야기가 된 상태였고, 윗분들의 결제만 남았다. 서로 부서가 다르기에, 이사님도 달랐는데 둘이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한 분이 출장을 가시는 바람에 내 인사이동건은 시간이 걸렸고, 뒤늦게 처리가 될라다가 두 분들끼리 또 싸우는 바람에 무산되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졌다. 당시 팀을 옮겼다면, 내 인생은 큰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아직까지 회사에 남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공부를 하고, 사람들 앞에서 준비한 것을 보여준다는 것은 매력적이다. 퇴사를 한후에도, HRD 쪽에 기웃거렸다. 관련 회사에서 일을 해본적도 있다. 직접 강사를 해본 것은 아니고, 강사를 관리하고 수업을 기획하는 일이었다. 그 일도 재미있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강연이었다. 그런데, 강연으로 잘 팔리는 선생님들을 보니까, 뛰어난 포트폴리오를 가진 분들이다. 디자인에 종사하시는 분들이었는데, 예를 들면 '어느 유명 웹사이트를 기획한 디자이너의 강연'이라고 뛰어놓으면 그 노하우를 듣고자 학생들이 몰린다. 이 분들은 강연료도 비싸다. 물론 지식을 전달하는 데 탁월한 분들도 계셨다. 결정적으로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없으면, 그저 그랬다. 그때 깨달았는데, 지식을 전달하는 방법이나 태도 보다 성과를 낸 사람의 이야기를 사람들은 더 듣고 싶어한다. 형식이야 아무래도 좋다. 이야기가 중요하다. 모두 아는 내용이라할지라도 사람은 그 사실을 그 성과를 낸 사람에게서 직접 듣기를 원한다. 

스위스에는 파워포인트 반대당이 있다고 한다. 파워포인트 작성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되기에, 파워포인트를 쓰지말고 문제의 본질에 더 집중하자는 의도다. 좀 웃기지만, 터무니없지는 않다. 맞는 말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고서 작성에 시간을 쓰는가?  

자영업의 길로 들어서면서, 내 인생은 전혀 HRD와는 관계가 없는 쪽으로 가고 있다. 음식 만들고, 써빙 보고, 직원들 관리하고 교육하고, 이벤트 하고, 판촉하고, 화장품 팔며, 여기저기 다리품 판다. 가끔 내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을 하는중에 어느덧 장사한지도 꽤 되었다. 문득 뒤돌아보니까, 내가 했던 일들이 모두 경영이었고, 매일 일상적으로 하는 나의 일들에, 지대한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업은 사업대로 하면서, 하고 싶었던 글쓰기, 그림등에 끈을 놓치 않는다면 언젠가 만나리라는 생각도 든다. 글과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리 큰 일이 아니다. 물론 학자에게는 글쓰기, 책만들기가 큰 사업이다. 하지만, 난 학자가 아니고, 되고 싶지도 않다. 난 성과를 올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결과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기술이 발전하면, 여러가지 그릇들이 나타난다. 지금은 미디어등, 그릇이 난무하는데 그 안에 들어갈 내용이 모자르다. '나꼼수'는 별 다른 기술력이 없는 방송이다. 컴퓨터 한대만 있으면 충분하다. 아이튠즈 세계 1위의 방송이 된것은 오로지 콘텐츠의 힘이다. 일반인도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이런 일은 참 어려웠다. 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더 퍼지기 쉽다. 콘테츠만 특별하다면, 기술은 문제가 아니다. 남극 이글루에 사는 사람일지라도, 그의 콘텐츠가 독특하고, 인터넷에 연결되어있다면, 세상은 그를 찾아낸다. 

당시 부서를 바꾸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지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대로 있었다면, 난 책에서 읽은 내용을 짜집기해서 마치 내것인냥,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전문가가 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엄밀히 말하면 사기다. 검증되지 않은 지식을 퍼뜨림으로써, 청중을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독특한 경력, 독특한 경험, 독특한 콘텐츠. 이것이 글쓰기의 재료다.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이 경험하고, 성과를 내고자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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