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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26일 23시 09분 등록
'돼지의 왕'과 '북촌방향'을 대한극장에서 보다. 이 두 영화는 영화학과 학생들이나, 영화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 보리라는 느낌이 든다. 나도 이 영화가 땡긴 것은 아니었다. 트위터에서 어느 영화기자를 팔로잉하는데, 그가 '북촌 방향' 봅시다.그래야 홍감독 앞으로 더 영화 만들거 아닙니까?'라는 이야기에 보러가다.

트랜스포머나 007처럼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다. 기존의 헐리우드 영화라면 도입부분에 큰 사건을 터뜨려서 관객의 주위를 끈다. 주인공이 무언가 할려고 하는데, 잘 안되지만 결국 성취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공식에 따른다. 이러한 이야기 방식에 싫증이 난 사람들, 혹은 영화 감독들이 자본에 지배되지 않은 영화를 만든다. 

'북촌방향'의 홍상수 감독은 영화를 만들때마다 '어떻게 하면 돈을 조금 들이고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돈을 얻어서 영화를 만들면 감독 본인의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영화의 본질과 나의 목소리를 세상에 던지고자 하는 열망,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본연의 태도를 고집하는 사람이 홍상수 감독이다. 그의 영화에는 고현정이나 김상중 같은 출연료만 억대의 배우들이 십시일반 출연한다. 

'돼지의 왕'은 애니메이션인데, 더 열악한 환경에서 만들었다. 1억원 간신히 넘는 돈으로 1년만에 완성한 것 치고는, 완성도가 뛰어나다. 그림이 조잡하지도 않고, 이야기가 엉성하지도 않다. 보통 일본 아니메, 원령공주나 센과치히로 같은 영화 제작에는 수백억의 돈이 든다. 그에 비할바는 못되지만, 한국형 애니메이션이라고 자부할 수있는 영화를 단돈 1억에 만들었다는 것은 기적이다. 

이 두개의 영화는 상징하는 바가 크다. 기적적으로 영화를 만들어내지만, 정작 문제는 그 다음에 있다. 상영관 확보가 어렵다. 트랜스포머는 강원도 읍내 구석탱이 극장에서도 볼수 있지만, 돈 없는 감독의 가난한 영화는 독립 상영관이라는 특별한 곳에서 잠깐 상영한다. 서울에서도 찾아가서 뛰엄뛰엄 상영하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보아야 한다. 아무리 애정이 있어도, 관람하는 데 불편하다면 마음을 접기 쉽다. 

대한극장에는 상영관이 몇개가 되는데, 위 두개의 영화는 제일 후진 상영관에서 보여주었다. 지하에 위치한 그 상영관은 매우 작은데, 사람이 일어서면 그의 그림자가 화면에 비추는 그런 곳이었다. 독립 영화라는 나름 아기자기하고, 우리들만의 이야기라는 분위기에는 어울릴지 모르지만, 옆에 노숙자 아저씨가 깔아져 앉아있는 모습은 불편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의 열정과 기쁨이라고 하면, 자신의 영화를 보여주었을때 관객의 모습을 상상함으로써 생긴다. 놀라고, 웃고, 기똥차해 하는 관객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죽어라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영화를 만들어놓았는데 상영할 자리가 없으면 죽고 싶을 것이다.

요즘에는 여러 커뮤니티들이 많아서, 공간을 만들고 사람들이 모이면, 찾아가서 상영을 한다. 감독과의 대화도 가능하고, 오붓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영화감독은 영화감독 본연의 일이 있지만, 이 정도는 감독 스스로가 마켓팅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만 먹으면, 여러 채널을 만들 수 있다. 

작가는 글만 쓰는 사람이었다. 개중에는 출판사가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마켓팅에 참견하는 작가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오버하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작품을 잘 아는 사람은 작가 자신이다. 그 작품에 어울리는 마켓팅, 디자인, 홍보 방법 정도는 출판사 사람과 함께 생각을 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다. 책은 영화보다 더 많이 더 빠르게 쏟아진다. 좋은 책도 신간에 휩쓸리기 십상이며, 대형서점의 매대를 차지하지 못하면 금방 파묻힌다. 책이 팔려야, 출판사도 먹고 살고, 작가 본인도 다음 작품을 위한 재원을 얻는다. 작가도 작품을 어떻게하면 많이 팔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음반 업계는 이런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 그들의 마켓팅 방법은 보다 실질적이다. 2000년대 초에는 가수들이 음반을 쏟아내는 전략을 썼다. 이 전략은 지금도 많이 활용하는데, 양으로 승부하기다. 가수가 음반을 발표하면 활동을 어느 정도 한다음에는 잠적한다.( 서태지는 이런 전략을 지금도 쓴다. 처음에는 신비주의 전략이라고 했는데, 10년 넘게 똑같은 패턴으로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 전략이라기 보다는 그 사람 성향이 원래 그런것 같다.) 다음 음반을 준비하기 위해서, 활동을 중단하는 것이 보통인데, 바로 인기가 식는 기미가 보이면 다음 음반을 발표한다. 디제이DOC 음악은 그리 빼어나지는 않았지만, 쉽고 듣기 편하다. 이런 대중적인 곡을 끊임없이 쏟아내자, 전성기를 맞이했다. 

글 쓰는 작가는 인지도가 없다면, 양으로 승부해야 한다. 베르나라 베르나르'를 보라. 그가 소설 개미를 완성하는데 20년 가깝게 걸렸다.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면서 부터는 거의 매년 굵게 작품을 발표한다. 이번에도 '웃음'이라는 장편을 썼다. 단편 500편이나 써놓았다고 하니, 그 나름대로 속도가 나기도 하겠지만, 굵직 굵직한 작품을 해마다 발표하는 모습은 바람직하다. 

작가의 기량이라고 하면, 질 보다는 양이다. 양 자체가 마켓팅이 된다. 별 볼일 없는 이벤트를 하루만 하면, 아무도 모른다. 그런 이벤트는 하지 않는 것이 낫다. 그러나, 별 볼일 없더라도 매일 매 시간 마다 하면, 효과가 있다. 글 쓰는 작가는 빨리 쓰기 연습을 하자. 장정일의 목표도, '전쟁과 평화'같은 작품을 더 빨리 쓰는 것이었다고 한다. 작품을 노동의 결과라고 생각하면, 예술하기가 편하고,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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