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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28일 23시 52분 등록
잡스 자서전은 잡스 본인이 참여했고, 그 외에 빌게이츠, 앤드류 그로브 외 200여명의 사람들이 인터뷰에 참여했다. 자서전 하나만 놓고 보아도 대작임에 분명하고, 한 사람을 이렇게 심층적이고 다각적이고, 객관적으로 서술한 것도 잡스만큼이나 놀랍다. 

잡스의 성격은 한마디로 더러운데, 이런 성격이 완벽에 대한 강박으로 이어졌다. 이를테면, 그가 병을 키운 것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몸을 개봉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의사가 아니라, 심령술사와 식이요법으로 치료를 하고자 했다. 제품제작에도 이런 성향을 그대로 반영했다. 다른 제조사의 상품과는 달리 아이맥과 아이폰은 견고하게 닫혀있다. 아무나 여닫지 못한다. 아이폰4의 경우는 나사가 십자도 아니고, 별모양이라 특수한 도구가 없으면, 분해 못한다. 

한국 사람이나, 일본 사람이라면 누군가에게 지적을 받으면 움츠린다. 지적받지 않을려고 모난 행동은 하지 않는다. 실제로 모난 행동을 하면, 정을 심하게 맞기도한다. 잡스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원하는대로 살아나갔다. 물론, 과정이 쉽지만은 않아서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그가 혁신한 제품은 참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알려지지 않은 실패작도 많다. 기이한 식습관, 주변 사람을 극도로 피곤하게 만드는 강박증, 흔히 이런 성격을 결점이라고 이야기한다. 잡스의 특징이라고 하면, 이런 결점을 전혀 개선할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점이고 오직 자신의 혁신해야할 제품에만 강박적으로 매달렸으며, 오히려 상품을 만들어낼때는 그의 강박증이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드러커의 경영 철학을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강점 위에 구축하라'이다. 약점을 개선하는 것은 아무런 성과도 올리지 못한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면 탁월해지고, 탁월함만이 성과를 이룬다. 산업이 고도로 정교해지고, 전문화될수록 이런 현상은 더 커진다. 소비자는 탁월한 것만 택한다. 

잡스에 비견할 수 있는, 한국만의 자랑이 있다. 한류 열풍이라고 부르는 한국의 콘텐츠이다. 한국의 콘텐츠는 그 질이 매우 뛰어나지만, 제작 환경이나 유통과정은 열악하다. 드라마 제작 현장은 생방송이라고 부를 정도로 말도 안되는 환경이다. 작가가 소위 쪽대본이라고 하는 종이 쪼가리를 당일 팩스나 이메일로 보내온다. 배우는 충분한 리허설도 없이 연기를 해야한다. 감정 이입이나 상황 파악은 생각도 못한다. 대사나 제대로 치면 다행이다. 스탭들은 하루 2,3시간 수면을 취하며 아침에 촬영해서, 그날 저녁에 방송을 내보낸다. 주먹구구식 제작에 배우와 스탭 모두가 진절넌더리가 날 것이다. 

작가가 쪽대본을 주는 것은, 시청자의 반응을 끝까지 주시하기 때문이다. 시청자가 원하는 쪽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일본의 경우는 몇주전에 드라마 제작을 여유있게 끝마친다. 여유가 있고 안정적이라, 한국처럼 번개불에 콩구워먹는 분위기는 아니다. 헌데, 재미가 없다. 재미가 있어도, 한국의 드라마 같은 다이나믹한 재미는 아니다. '촉박한 시간, 불법 다운로드, 무개념 퍼나르기'는 콘텐츠 제작에 치명적인 약점이지만, 오히려 오늘날 한류열풍을 만든 요인이 되었다. 

잡스와 한류 콘텐츠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 둘은 성격적 결점,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자 애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로지 질 좋은 상품을 만드는데 전력투구했다. 상품이 탁월하면, 약점은 자연스럽게 극복 되거나 탁월함을 더 탁월하게 만드는 생산 요소가 되기도 한다. 또 한가지 공통점은 '분명한 초점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절대적인 상품의 질'이다. 본인의 일을, 최고로 잘해낼려고 하는 욕망이 모든 약점을 불식시켰다.  

'강점을 더 강하게 한다' 강점은 개발되지 않은, 그러니까 하고싶은 분야가 아니다. 강점은 현업무 안에서 찾는다. '해야하는데 밍기적거린다'면 강점업무가 아니다. 전체의 프로세스를 장악하고 있다면, 바로 착수할 수 있고, 그 프로세스가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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