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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30일 23시 49분 등록
어린 시절부터 담배 피우고, 여자 만나고 사고 치는 학생을 일컬어, 싹수가 노랗다고 한다. 이들은 크면 지겹도록 하게 될 것을, 참지못하고 저질러버린다. '만족지연 능력'이란, 미래의 더 큰 이익을 위해서 현재의 욕망을 포기하거나 잠시 유보하는 능력이다. 마시멜로 실험으로 '만족 지연능력'을 측정할 수 있다. 마시멜로 하나를 주면서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만일 10분을 기다렸다가 먹는다면, 마시멜로 하나를 더 주겠다.' 참지 못할 경우에는 앞의 부저를 누르고, 마시멜로를 먹으면 된다. 당장 먹는 대신 그걸로 끝이다. 다수의 아이들이 참지 못하고 낼름 주워먹는다. 개중에는 10분을 기다렸다가 마시멜로 하나를 더 받는 아이도 있다. 먹고 싶은 욕구를 직접적으로 참기 보다는, 주의를 딴곳으로 돌리면서 시간을 버텨낸다.
 
만족지연능력이 높은 아이들은 사회적으로도 성공한다는 보고가 있다. 얼핏 보아도 그럴것 같다. 난 외고를 나왔는데, 다양한 스펙트럼의 친구를 경험했다. 공고 다니는 친구의 오토바이 뒤에 타고, 락칵페를 전전하다가 학교에서는 전국 1%의 친구들과 함께 공부했다. 고교때, 담배 피우고 오토바이 타고, 여자랑 동거한 친구들은 일찍이 소식이 끊겼다. 상위 1% 친구들은 판사, 의사, 가끔 엠비씨 뉴스 기자로도 나온다. 이들이라고 고교시절 담배 피우며, 당구장 가지 않은것은 아니나, 일찍이 소식이 끊긴 친구들과는 한가지 차이점이 있었다. 

'공부하고 논다'
 
내 인생에도 '만족지연 능력'이 없어서 곤란했던 때가 있었다. 몇년전으로, 매일 고속도로를 타고 용인에 있는 여성능력 센터에 출퇴근했다. 하루 3시간 넘게 걸리는 통근시간이었다. HRD 회사였고, 내가 원하는 경력의 회사였다. 몸도 힘들지만, 일하는 사람들에게 적응이 되지 않았다. 1년을 버텼는데, 퇴사하면 갈 곳이 없었다. 부장님에게 파견 근무를 바꾸어 달라고 이야기했다. 부장님은 그럴 수 없다며, 딱 4개월만 참으라고 이야기했다. 난 그래도 고민에 빠졌는데, 너무 답답해서 '커리어 코치'라는 사람을 찾아가서 코칭을 받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는 글쓰기 강의도 하고, 아이들 대상 직업 상담도 하고, 전문적으로 특화된 사람은 아니었다) 1시간 넘게 나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그 역시도 참으라는 이야기였다. 1년 짜리 경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그의 말은 맞다. 나라도 1년 짜리 경력은 채용하지 않을 것이다. 좀더 버텨보기로 하다. 그래도 피곤이 엄청 쌓였는지, 결국 사표를 냈다. 회사 사람들에게 미안했기도 했지만, 앞으로 일이 더 깜깜하다. 

얼마전 이력서를 써보았다. 실로 오랜만에 써보는 이력서다. 여행사 가이드로 취업하고자 쓰다. 쓰다보니 새삼 깨달았는데, 당시 회사를 그만두고 근 1년간 공백기간이 떴다. 그 시간은 내 사회경력에 부끄러운 시간들이다. 회사를 전전하고, 한량처럼 이리저리 떠돌았다. 구직 활동을 하다 하다가, 이럴바엔 차라리 자영업을 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장사를 시작하다. 장사를 일찍 시작한 것은 잘했다 싶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해보지 못했다는 자격지심도 느낀다. 만일 4개월만 참았다면 좀더 회사생활을 오래할 수 있었을 것이고,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삶이 나아갔을 것이다. 지나간 일이고, 후회하다고 변하는 것은 없다. 이제부터 잘 살자. 

잡스 서거 이후, '잡스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겼다. 조직에 자신을 맞추기 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서, 창업하겠다는 젊은이가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음계를 알아야 피아노 연주가 가능하듯이, 하고 싶어도 비지니스 기본을 모른다면 사업이 되겠는가? 잡스와 빌게이츠도 제대로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없지만, 그들의 사업 감각은 타고났다. 일반인은 그렇게 타고나지 못한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실제로 그려보기도 하다. 그렇게 원하던 그림을 막상 그려보면, 예상 보다 재미있지 않다. 왜 재미없을까? 고민을 했는데,  '무엇을 그려야 '하는지 모른다면 재미가 없다. 'what'이 확실하면 방법은 자연스럽게 나오고, 테크닉도 좋아진다. 적절한 질문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그릴 것인가? 이다. 글으 쓰고 싶다.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무엇을 쓰고 싶은 것인가?'라는 질문이 옳다. 종목을 정하는 것도 시간이 걸리지만, 어느 필드에서 뛸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기다린다고 확실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마음이 한번 뛰었다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성급하다. 

주어진 일을 먼저 잘 끝내는 것이 순서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 일로 밥벌이가 되어야 하고, 기본적인 수입이 나올정도의 사업계획은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벌인다. 해보면 생각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도전 이라는 것이 정복할 고지가 있고나서 가능하다. 그때까지는 참고, 기다린다. 
IP *.111.2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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