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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p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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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2일 17시 24분 등록

북경에서 글을 올립니다. 북경은 영하 2도로 좀 춥네요...
하긴 서울도 오늘 새벽에 길을 나설 때는 서늘한 한기가 돌 정도였으니까, 북경은 더 춥겠지요...
일때문에 중국에 자주 다니면서 중국에 대한 부러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저는 오히려 한국에 대한 자부심이 더 커지는 것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북경과 서울의 차이를 얘기하라고 하면, 서슴없이 하나의 분명한 차이를 들 수 있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북경이라는 도시에 비해 더 친인간적입니다.
아직도 많이 모자라지만 그래도 서울 정도면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거리며 빌딩이며, 인간을 생각하며 만들어 진 것이라는 거죠(물론 장애우들에게는 아직 멀었지만...^^)

그러나 아직 북경은 그 거대함이야 세계 최고이지만 
거리와 빌딩은 그것 자체를 위해 지어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커다란 도로 사이로 단절된 두 지역, 인간의 편의를 대놓고 무시하는 무시무시한 빌딩들....

하긴, 서울도 친인간적이 된 것이 오랜 일은 아니지요...
선진국이라는 것이 그런 것인가봐요. 얼마나 친인간적인가, 또 더나아가 얼마나 친자연적인가...
뭐 그런 척도로 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자 오늘부터는 예고 해드린 대로 '心黑, 예측할 수 없는 비정형'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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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黑의 초보 단계는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든 관계 없이 냉정하게, 때로는 잔혹하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동들을 해나가는 것이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살펴 보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형제자매, 심지어 부모까지도 무참히 짓밟아 버린 사례라든지, 비즈니스에서의 승리를 위해 경쟁업체를 공격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자신의 파트너들까지 배신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심흑의 가장 초보 단계인 것이다. 목적을 위해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인 행동도 과감하고 단호하게 실행할 있는 마음을 일컫는다. 그렇기 때문에 심흑은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칠 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心黑도 단계 진화하면 잔혹하고 과감한 행동보다는 형체가 없는 마음, 경쟁 상대가 예측할 없는 비정형화된 마음과 움직임을 의미하는 수준이 된다. 비정형화라는 것은 아무런 형태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경우에 따라 모든 형태를 자유자재로 취할 있다는 뜻이다.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은 마음은 물과 같아서 어떤 형태로든 모습을 바꿀 있다. 이렇게 끊임 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경쟁 상대의 예측에서 자유로울 있다. 심흑이 수준에 이르면 초보단계에서 보이는 부정적 이미지는 사라지게 된다. 전략가라면 때로 대의를 위해 잔혹해 보이는 결정이라도 냉정하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겨야 순간을 만날 있다. 그러나 항상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다양하고 높은 수준의 전략을 만들 있다면 인륜에 어긋나는 행동을 피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다 높은 수준의 전략을 창조할 있는 힘은 끊임 없이 TPO (time, place, occasion) 맞는 전략을 창조하고, 신속하게 변화할 있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일정하게 지속되는 전략이 없고 다음 전략을 만들어 가는 일정한 패턴이 없기 때문에 경쟁 상대는 전략가가 무엇을 도모하는지, 그래서 무엇을 목표물로 삼아야 하는지 종잡을 없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心黑에서 黑而亮, 마음이 검으나 밝은 단계이다. 단계에서 , 검다 음흉하다, 잔혹하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보다는 깊다, 예측하기 어렵다, 무궁무진하다라는 긍정적인 이미지의 비중이 커진다. 

초보
단계의 심흑은 너무 잔혹하고 냉정하여 주변에 사람들을 떠나게 만든다. 그러나 흑이량(黑而亮) 수준의 심흑은 오히려 훌륭한 인재들을 주위에 모이도록 하는 힘이 있다. 가장 좋은 사례가 삼국지의 조조이다. 조조가 권력을 잡기 전에는 알다시피 매우 냉정하고 잔혹한 단계의 心黑 수준이었다. 도망 중에 자신을 도우려던 여백사 가족을 오해로 말미암아 몰살한 것만 봐도 있다그러나 권력을 잡은 후에는 黑而亮의 수준까지 발전하였고 이로 인해 많은 훌륭한 인재들이 그의 곁에 몰려 들었다. 권력을 잡은 조조는 배경이나 도덕성 보다는 역량에 주안점을 두고 인재를 모았으며 앞에 드러난 성과를 바탕으로 공평무사하게 보상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인재들은 어지럽고 혼란한 시기에 자신의 역량을 여한 없이 펼치기 위해서는 조조의 휘하로 들어 가는 것만한 대안이 없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조조가 유비처럼 넓고 깊은 인덕으로 사람을 끌어 모은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조조의 휘하에 훨씬 유능하고 많은 인재들이 모일 있었던 것이다.  조조는 또한 자신보다 더욱 유능한 인재들 속에서도 자신의 지위를 굳건히 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심흑이 흑이량의 경지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유능한 인재를 성심 성의껏 대하면서도 절대 자신의 마음을 보이지 않고, 간혹 배신하거나 실수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예기치 못한 잔혹하고 냉정한 방법으로 처벌을 하였다. 이를 통해 주변의 신하들로 하여금 도저히 예측할 없는 인물이 되었고 신하들에게는 오직 , 진심으로 충성하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길만을 남겨두었던 것이다. 

한비자 역시 군주가 함부로 생각을 내보이게 되면 신하들을 통제할 없다고 하였다. 군주가 일정한 틀에 갇혀 습관적인 행동을 하거나 쉽게 자신의 생각을 겉으로 드러내게 되면 신하들은 군주를 이용하고 자신의 마음대로 행동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라면 신하들이 그의 심중과 의도를 추측하기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스스로를 조심하기에도 급급하여 멋대로의 주장을 떠들어 없게 것이다. 그러므로 군주는 지혜와 용맹함이 없는 꾸미면서 지혜롭고 용맹한 신하들을 다스려야 한다. 군주는 오직 신하들의 역량에 따라 적재적소에 그들을 배치하고 그들이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할 있도록 해주면 된다. 군주가 침착한 태도를 보이면 신하들은 그를 없는 신비로운 존재로 느끼게 된다. 이것이 바로 군주가 신하들을 통치하기 위해 활용하는 心黑이다.

과거
군주의 입장에서는 경쟁 상대국의 군주만이 자신의 적이 아니었다. 사실 가장 위협적인 적은 자신의 바로 밑에 있는 잠재적인 , 신하들이었던 것이다. 없이 인자하거나 없이 억압적인 것으로는 신하를 제대로 통치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깊고, 무궁무진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지혜로 신하들을 통치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心黑의 黑而亮 수준인 것이다. 유방과 조조와 같은 군주는 이러한 지혜를 발휘하여 당대에 내로라하는 인재들을 자신의 휘하에 두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군주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젊었을 엄청난 창의력을 발휘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만 보수적이거나 소유 지향적으로 변하여 이상 새로운 가치 창출을 꿈꾸지 않게 된다. 정체성이 확립되고 습관이 굳어지면서 완고하여 손쉬운 목표물이 되고 만다. 누구나 그들의 다음 단계를 알아챈다.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권태를 유발하는 주범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권력을 가진 자가 과거에 갇혀 정형화 되면 자연스럽게 새롭고 참신한 세력들이 치고 올라오게 되는 것이다.

역사를
살펴 보면 대부분의 여왕들은 이러한 비정형적 통치에 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왕은 여자인 까닭에 백성들과 신하들로부터 통치력과 인품을 의심받기 쉽다. 이념 다툼이 벌어질 어느 쪽의 편을 들면 감정적으로 편애한다고 하고 반면 감정을 누르고 남자처럼 권위적으로 밀어 부쳐도 비판을 면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본능적이든 경험적이든 여왕은 유연한 통치 방식을 택하는 경향이 있고 결과적으로 이러한 방식이 직선적인 방식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여성적이고 비정형적인 통치 방식은 어려운 환경에서 기능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이를 따르는 사람들도 받아들이기 편하다. 유연하기에 강요당하는 느낌이 적고 통치자의 생각에 휘둘리므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처럼 비정형이 되기 위해서는 언제나 예측불허의 행동을 있어야 한다.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듯한 소중한 정보를 던지되 실제로는 자신과 무관한 거짓 정보를 던져야 한다. 경쟁 상대는 끝없이 철저하게 나를 파악하려고 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거나 잘못된 정보를 주어야 한다. 스스로를 모호하고 파악 불가능한 인물로 만들면 경쟁상대는 나에 대해 자신을 방어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것이다.

IP *.239.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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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0.03.03 09:58:37 *.254.8.212
전에 후흑학에 대한 책을 한 권 읽어서인지
이해가 잘 되고 재미있네요.
 흑이량(黑而亮)!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건호님!
출장 중에 급히 올리시느라
후반부에 몇 단락이 두 번 올라갔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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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pio
2010.03.04 00:33:10 *.48.218.2
네, 추진닝은 대만 출신으로 미국 이민을 가면서 리쭝우의 후흑경전을 손에 꼭 쥐고 갔다고 하지요.
하지만 진정한 후흑학은 리쭝우 것을 읽어야 합니다.

절판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도 리쭝우 후흑학을 제대로 번역한 책이 있습니다.
'후흑학'이름으로 나와 있지요

아주 재미 있습니다....^^

하지만 후흑의 개념은 비단 중국 리쭝우의 책에만 나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도 비슷한 이론이 있고,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리델 하트의 전략론 등등 전쟁을 다룬 모든 서적에 그와 같은 개념이 등장합니다.
개념은 간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두고 두고 연구해볼 만한 깊이가 있는 이론입니다.

후흑을 아시는 분을 만나다니 정말 기분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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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0.03.03 17:00:15 *.88.56.230

아! 후흑학이 그렇게 대단한 것인 줄을 몰랐네요.
아까는 기억 만으로 썼고,
다시 찾아보니

추친닝이 쓴 '승자의 심리학', 씨앗을 뿌리는 사람, 2005

이네요.

이종오의 “후흑학”에서 영감을 받아 썼다고 하네요.
내용이 아주 낯설지는 않고 재미있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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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pio
2010.03.03 14:44:47 *.239.96.3
앗, 이런 얼른 수정하겠습니다.
어째 다른 때 보다 양이 많다..는 느낌이 들더라니...

후흑학을 읽어 보셨다니 대단하시네요.
그거 아무나 보지 못하는 비급아닌가요???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서적이 2-3권 정도 나왔을 뿐이고
그나마 서울대 교수님이 제대로  번역하신 것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하는 정도인데,
중국에는 서점에 가면 후흑을 소재로 너무나 다양한 책들이 나와 있더라구요.

그것들을 다 읽지 못하는 것이 어찌나 한이 되던지...

하여간 좋은 답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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