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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 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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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22일 13시 56분 등록
'ㄹ'이 들어간 단어에는 생명이 깃들어있다고 배웠습니다. 달, 얼굴, 물, 말......

책쓰기로 인세 수입과 전문성 홍보를 계획했으나 글쓰기 자체가 삶을 구원하리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아이디어가 글쓰기 과정에서 샘솟고, 주위의 사물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도 독서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일상이 소재입니다. 업을 바라보는 그 시각을 바꾸고자 합니다. 회사를 다닌다는 것은 돈벌이가 아니라, 소재를 위해서입니다.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매일 출근을 합니다. 매력적인 문체는 심도 있는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가? 보다 무엇에 대해서 쓰고 싶은가?로 질문을 다시 합니다. 잘 쓰기 위해서 더 잘 삽니다. 일상을 먹기 좋은 콘텐트로 디자인합니다.

낮에는 글의 화두만 캐치합니다. 업무중에는 개념을 심화시킬 시간이 없습니다. 퇴근을 하고나서 물고 늘어집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채취한 화두를 올려놓고, 요리합니다. 하나의 화두는 가지를 뻗어서, 전혀 다른 소재와 화학반응을 하고, 그 과정에서 참신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야기의 배치를 바꾸어도 그 사이에 틈이 생기고, 새로운 거리가 나옵니다. 콘텐트도 숙성을 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깊어집니다. 잘 갈무리된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와 합성해서, 더 큰 이야기로 발전합니다. 블루오션이란 색다른 것이 아니라, 깊이 들어가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갈수록 바람직하다'고 움베르트 에코는 말했습니다. 부단히 글의 앞으로 돌아갈수록 깊이 들어갑니다. 앞으로 가서 고쳐 내려오면 어느새 본연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오랜만에 보는 모습도 있고, 내 모습인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글쓰기는 드러내기입니다. 더해지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걸러지고 핵심만 남습니다. 본질을 드러내서 단순해지고, 집중해서 깊어지고 싶습니다. 전문가가 되어서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단, 글은 읽을만해야 합니다. 마치 영업사원이 실적을 올리지 못하면,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각오처럼, 글이 끝날 때까지 절대 움직이지 않겠다는 약속이 필요합니다. 변화는 생각의 변화보다 양과 깊이의 변화일 때 분명합니다. 생각의 변화는 도피일 가능성이 큽니다. 2시간이라면, 충분히 하나의 이야기를 완결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쓸때는 그 시작과 끝에 시간을 기록합니다. 깊이 들어가는 데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림을 알고, 처음과 끝 사이에 불순물이 들어가지 못하게끔 자각하지 위해서입니다. 순도가 높은 주위(attention)를 투입할수록 결과물이 좋습니다.

종교인들이 기도를 중심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일상은 중심축이 필요하고, 글쓰기는 의식을 정렬합니다. 글을 통해서 현실을 느끼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발전하고 심화되는 느낌이 없다면, 삶은 시들어버릴 겁니다. 작은 시간이라도 쪼개서 글을 쓰고자 할 것이며, 더 길고 내용 있게 쓰고자 노력합니다. 글을 통해 일상은 깊어지고 단순해집니다. 골수가 드러나며, 달란트가 나타나고, 내게 주신 사명을 깨닫습니다. 글은 나의 칼입니다.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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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물
2008.01.22 14:55:01 *.176.129.161
좋습니다. 연재된 님의 글을 읽어온 독자로서
님의 글이 점점 더 깊어짐을 느낍니다.
부단히 정진하시어 핵심으로 찔러드는 칼이 되시기를.
종양은 제거하고 필요한 곳은 봉합하는 멋진 칼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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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08.01.23 11:14:04 *.111.186.194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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