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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23일 18시 22분 등록
고객을 영웅으로 만드는 법 , SDS, 6월

어느 날 어떤 바보가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하여 탑승 수속을 하려고 할 때, 신분증을 집에 두고 온 것을 알게 되었다. 참 바보같은 일이 생겨 버린 것이다. 바보는 묘책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그 바보의 직업은 작가였다. 문득 자신이 쓴 책을 이 공항의 어느 책방에서 팔고 있는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한 권이 있었다. 표지에 공동 저자인 다른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이 실려 있었다. 바보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바보는 체크인 박스로 갔다. 그리고 비행기 표를 내밀었다. 체크인 하는 직원이 신분증을 요구했다. 바보는 책의 표지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 신분증을 집에 두고 왔습니다. 대신 이것으로 어떻게 안될까요 ? ” 직원은 바보의 얼굴과 책의 표지를 번갈아 보며 같은 사람인지 확인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 이 손님, 돈 슐라 감독이랑 아는 사이야, 일등석에 태워드려” 사람들이 모두 환호해 주었다. 바보는 마치 영웅이 된 듯 했다. 수하물을 담당하는 직원 하나가 웃으며 바보에게 말했다. “ 제가 터미널 까지 동행해 드리겠습니다. 거기 보안 요원들을 알고 있으니까요. 통과시켜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 그는 바보를 에스코트하여 무사히 비행기를 타고 가게 해주었다.

참고로 영웅이 된 이 바보의 이름은 켄 블랜차드라는 작가이며,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공동저자 사진이 실린 책의 이름은 ‘모든 사람이 코치다’라는 책이다. 공동저자인 돈 슐라 라는 사람은 미식축구의 감독이라 미국에서는 얼굴이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리고 이 바보를 태워 준 항공사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이며, 이 비행기에는 일등석이 없다. 일등석에 손님을 태워주라는 말은 농담이지만 그 밖의 나머지 일들은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고 한다. 켄 블랜차드가 자신의 다른 책에서 이 사례를 소개하면서 자신이 겪은 실화라고 자랑했으니 사실일 것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바보를 영웅으로 만들어 주었고, 난처한 상황을 즐거운 일화로 전환시켰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최고 경영자 허브 캘러허는 얼마 전 콜린 배럿에게 회장직을 물려주고 은퇴했다. 그는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현장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결정권을 위임했다. 회사에 방침이 없는 것이 아니며 지켜야할 규율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직원들이 회사의 방침을 해석할 때, 그 규칙의 뒤에 숨어 있는 진정한 이유를 물어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권장했다. 공항에서 신분증을 확인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 그것은 비행기표의 탑승자와 실제 탑승자가 동일인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책의 표지 사진에는 얼굴과 이름이 있다. 동일인 확인을 위한 훌륭한 증빙자료인 것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직원들은 상황을 해석할 수 있는 머리를 가지고 있었고, 고객을 도우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난처한 상황을 유쾌한 서비스 현장으로 만들 수 있는 자율권과 재량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신분증 대신 책을 내미는 이 엉뚱한 고객을 바보로 만들지도 않았으며, 장난치지 말라고 정색을 하며 화를 내지도 않았다. 내 매니저에게 물어 보겠다고 말하지도 않았고, 보안요원이 통과 시켜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고객을 도와주려고 했다. 그리고 도와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 힘을 회사로부터 위임 받은 것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월급을 많이 주는 회사가 아니다. 항공사의 평균 월급 수준보다도 약간 밑도는 수준에 불과 하다. 그들은 글로벌 컴퍼니도 아니다. 그저 미국 내에서 국내 도시들 사이를 운항하는 항공사일 뿐이다. 그들은 장래가 촉망되는 첨단 기술 산업에 종사하지도 않는다. 숱한 문제들에 시달리는 그 많은 항공업에 종사하는 기업 중 하나일 뿐이다. 그들은 대기업도 아니다. 그들보다 훨씬 더 큰 항공사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가장 훌륭한 기업 중의 하나다. 미국인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기업 중의 하나인 것이다. 이 재미있는 이야기는 그 이유를 밝혀주는 좋은 사례이다. 그들에게는 마음대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고, 위임은 허울 좋은 제도에 머물지 않고 현장에서 실제로 고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일 맛으로 전환되었다.

캘러허는 이 재미있는 회사의 경쟁력의 비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이다. 그것은 다른 경쟁사들이 도저히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이다.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바로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애사심, 즉 기업문화나 정신을 잃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그 정신을 잃으면 우리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

정신과 문화, 즉 사람이 사우스웨스트의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인 것이다. 경영자와 관리자들은 이 믿음을 경영의 현장에서 수없이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서로 긍정적 사례를 쌓아감으로써 강화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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