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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2007년 11월 3일 14시 54분 등록
하루살이 마냥 하루 하루 오늘이 끝이다.
생각하며 버텨온지 9일째...
어제 힘입은 성원의 글의 약발이 아직 남아 있어
날 지탱하게 한다.

오늘은 정말 소풍 가고 싶을 정도로 기분 좋은 날씨다.
남편은 꿈벗 전체 모임에 가야 하고
난 결혼식에 참석 해야 한다.

남편과 함께 지하철을 타러 걸어가며
"나 오늘 뭐 먹지? 포도밥? 과일밥?"
"야, 이왕 10일 채우고 끝내 줌마로 글 올려라"
" 그래 하루 못 참겠어. 그러지 뭐."

내일 하루 다른 과일로 다섯끼를 즐기고
월요일부터 보식을 하기로 맘 먹는다.

요 이삼일은 먹고 싶은 음식이 스물스물 생각난다.
그것을 떠올리는 것도 재밌을것 같아 적어보기로 했다.

젤 먼저 근 2년 가까이 폭 빠져 있는 음식
바로 '닭똥집 튀김'
우리동네 건너 8단지에 작은 호프집에서 개발해
상계 8, 9단지 아줌마들을 사로 잡은 그 쫄깃하고 고소한 똥집..
조그마한 철판에 똥집 튀김과 마늘 슬라이스, 청색 홍색 청양 고추가
조화를 이뤄 환상적인 맛을 자랑하는 인기 최고 안주이다.

남편이 방학동 동료 부부와 구리 동료 부부에게 맛 보였다가
남편들 좀 일찍 퇴근하는 날엔 2-3판씩 포장 배달 해야하는
굴지의 음식이 돼버렸다.

가끔 애들 재워 놓고 아줌마 서넛이 모여 똥집 안주에 오뎅탕, 그리고
맥주 한잔 들이키는 맛이, 남편이 회사에서 일 끝나고 동료들과 한잔
하는것과 다름이 없음이다.
아~~ 한달은 된것 같다..

두번째, 중계동 최고집 낙지찜이다.
어제 친정 부모님 모시고 갔더랬는데, 곤욕도 그런 곤욕이 없다.
그 매꼼하고 쫄깃한 낙지찜을 앞에 놓고 물리고 물린 포도알을
씹는 기분이란.... 이럴때, 똥 씹는 기분이 바로 그것일거다.

세번째, 내가 만든 김치 지짐이다.
난 돼지냄새를 별로 좋아 하지 않아 올리브유나 포도씨유로
김치를 지진다. 약간의 설탕을 첨가해 푹 끓여 놓으면
신김치의 부드러움이 죽음이다.. 이글을 쓰며 고여 오는 침이
그 맛을 상기시킨다. 아~~먹고 싶다.....

보식이 끝나면 가입한 생협의 재료로 이젠 자연친화적인 밥상을
차려 보려 노력할것이다. (몇년전엔 생협을 잘 활용 못해 탈퇴했지만
이젠 제대로 함 해봐야겠다)

지금까지는 평일에는 애들과 셋이 먹는 밥상이 태반이어서
주말에만 걸어지는 반찬에 아이들 불만이
이마저만 아니었다. 당연히 그렇게 되는게 주부의 맘인데
그것까지 아이들이 어찌 알랴?

지리산엘 다녀 오고 남편이 일찍 오는 날이 잦아졌다.
애들이 무엇보다 좋아한다.
당연히 밥상도 푸짐해지는 날이 많아졌고...


"여보야! 유기농 재료로 건강한 밥상 차려 놓을테니,
지금처럼 일찍 들어 와야한대이~~~"


2007년 11월 3일 토요일, 내일은 바나나도,사과도 배도 먹을 수 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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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11.04 20:53:00 *.70.72.121
어려서 닭고기 먹을 때엔 오빠 셋에 외동딸인 내가 우리 집의 "왕"의 대접을 받았다. 특히 아빠는 내게 내가 좋아하는 간과 닭똥집(모이주머니)을 먼저 건져 주시어 항상 내 독차지 였다. 홀쭉하니 말라깽이로 자란 나는 가끔씩 부모님께서 간과 지라 등을 따근할 때 구해오셔서 참기름에 살짝 볶아 소금에 찍어 먹이시곤 하였다. 어려서부터 혈색이 그리 좋지는 않아서 그리하셨나 보다.

닭의 간은 퍽퍽하지만 많지가 않아서 오빠들에게 빼앗기지 않고 나 혼자 다 먹을 때의 흐뭇함이란 얼마나 으쓱하였던가.

닭의 모이주머니는 삶아놓으면 그야말로 닭에서는 그런 맛을 느낄수 없는 부위로 쫄깃하며 썰어놓을 것도 없어서 더 감질 났던 것 같다.

묵은지를 지질 때에는 들기름(엄마는 들기름을 애용하셨다. 들기름은 분한이 없어 짜면 짜는 그대로밖에는 안 나온다며 들기름을 아끼시는 것 같았다. 그래도 학교에서 마루 닦는다고 왁스나 기름 가지고 오라고 할 때에 나는 퍽퍽 쏟아가곤 했었다. 들기름 냄세가 고소하고 특유의 향이 좋았기 때문이다.)에 볶는 듯 자잘하게 지지거나 들기름이 떨어지면 가끔은 마아가린도 사용하며, 그야말로 설탕을 약간 넣어야 신맛이 가라앉고 약간 달달해서 맛이 좋다. 그래야 김치결도 부드럽고, 식은 밥이나 더운 밥에 얹어 먹으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밥 도둑이 따로 없다.


가만보니 제아엄마도 보통 풍류객이 아닌 듯 싶다. 알콩달콩 재미나게 열심히 사는 모습도 좋고 열심히 일하고 휴식할 줄 아는 야박하지 않은 마음이 또한 편안하다. 부창부수라는 말이 썩 잘 어울리는 한 집안의 진풍경이 평화롭다.

이심전심으로 마음으로나마 같이 참여함이었던지 칸의 얼굴도 약간 핼쓱해 보입디다. 나쁘지 않은 광경인 것 같아요. 이 가을 의미있는 한 해가 되기를, 그리하여 원숙한 가을로 익어들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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