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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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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18일 18시 37분 등록
스물 네번째 날

배가 고프다. 닥치는 대로 먹어도 뭐든 맛있을 것 같다. 소화를 장담할 순 없지만, 식욕만큼은 산을 이룬다. 옆 방 효진씨도 그렇다 하고, 아마 할머니도 그럴 것이다. 그 놈의 숙변빼기에 용쓰느라 덕산까지 또 걸어간다. 오늘은 세발 오토바이 뒷좌석에도 올라봤다. 시원하다. 모자를 꾹 눌러쓰고 속으론 ‘오빠! 달려!’를 외쳤다. 물론 오빠의 연세가 조금 과하시긴 하다. 못해도 족히 70세는 넘어 보이시니 말이다. 내가 추울까 세게 못 달린다 하시다, 모자 써서 괜찮다니 속도를 높이셨다. 남자는 역시 애나 어른이나 여자를 뒤에 태우고 사정없이 달리고 싶어하는 본능을 타고 난 것 같다. 저 뿌듯해하시는 어깨를 보면 알 수 있다. 시속 30km에서 40km로 부앙~ 소릴 내며 세발 오토바이는 세차게 속력을 높였다.

이메일 받은 편지함에는 거의 대부분이 제목만으로도 휴지통 행인 시덥잖은 메일들로 넘쳐난다. 선명하게 아는 발신인 이름과 친근한 인사말의 메일을 받으면 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한 느낌이 든다. 설령 그게 (Re: 잘 지내시죠? 김지연입니다) 이더라도 반가움의 강도가 그리 줄어들지는 않는다. 아~ 오늘 진주 하나를 주웠다. 울 회사 대표의 답장이었다. 절대 기분 망치는 말씀을 하시는 분이 아니란 건 익히 알고 있으므로, 적절한 멘트를 사용하셨을 거라 짐작은 했다. 역시 특별한 시간을 특별히 간직하라는 말씀을 하시고, 사진과 시를 한 편 올려 주셨다. 음악도 덤으로 따라왔다. 사실 긴장했더랬다. ‘올라 와서 얘기 합시다’란 얘기는 설마 안 하시겠지만, 행간을 조심스레 살피며 새 삶을 찾아가라는 우회의 통보를 하시지는 않을까 심호흡이 필요했다. 음…… 행간이 수상하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묵묵부답으로 일단 흔들리는 심경을 정리하고, 지리산에서의 모든 시간이 지나고 집으로 향해 하루를 쉬고, 전화를 드릴 것이다. ‘내일 얼굴 뵙겠습니다.’ 하고 뻔뻔히…….

저녁예배 시간에 민폐를 심하게 끼쳤다. 웬일인지 <고구마전도왕>이라는 제목의 비디오에 필이 팍 꽂혀 한 시간여를 웃다 울며 보고 난 후의 예배라서 질문이 많았다. 예배를 중간에 잘라 질문을 몇 개 쏟아내니 주위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기도를 끝으로 모두 밖으로 도망치듯 나간 후 목사님과 독대를 한다. 나는 화가 난 사람처럼 답답한 가슴을 한껏 열어 보이는 중이라고 고래 소리를 치고 있건만, 목사님은 성경을 읽어주시며 염불을 외듯 한다. 이런 인간담벼락들의 소통이여!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각자의 결론을 머릿속에 담고 헤어진다. 나는 그러길래 괜히 꺼냈다 싶고, 목사님은 나름 감화를 주지 못한 자신을 하나님께 속죄하시나 보다. 그냥 입 닥치고 있을걸, 꼭 이 놈의 호기심과 이상한 충동질이 공기를 시끄럽게 한다. 누가 좋단다고 그렇게 궁금하면 성경책 혼자 꾸역꾸역 읽어 보던가, 신학대를 갈 것이지, 그것도 아니면 하나님이고 부처님이고 잘 사시라고 절 한번씩 하고 내 갈 길 가면 될 것을…… 영생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윤회를 원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저 나뭇잎들처럼 흙으로 썩어 돌아가길 바랄 뿐이면서 뭔 말이 그리도 많더냐. 내일 일도 모르면서 천년만년 살 것처럼 걱정하고, 쌓아 모아두고, 앞다투어 외치고 싶지도 않다. 하늘의 해가 동쪽에서 떠 서쪽으로 진다고? 지구가 처음엔 네모 났었는데 사람들 자꾸 떨어진다고 하나님이 동그랗게 다시 그렸을지도 모를 일. 부처님은 그 옆에서 보기 좋더라 하셨는지도……. 온갖 죄악과 사단의 유혹과 찌꺼긴지 뭔지 안 좋은 찌끼들 이름은 다 갖다 대시면서 맘 속에 가득해 믿지 못한다 하신다. 젠장, 어느 쉐이가 나 모르는 사이에 똥들을 퍼 날라다 놨나. 내 속이 왜 진창이더란 말이냐. 설령 ‘딴 여자는 내 평생 없다’는 남자들의 새빨간 거짓말을 믿을 지 언정,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애국가엔 분명 ‘하느님’으로 우리의 옛 단군할아버지를 아드님으로 두신 분이 등장하신다. 하나님이 잠시 출장 다녀 오셔서 6.25동란이 나고, 일본넘들께서 친히 쳐들어 오셨나? 임진왜란 때에 남은 전 한반도 민족의 1/4도 아랑곳 없이 그 후로도 우리의 주님은 잦은 출장을 다니셨나 보다. “오~ 주여 죄 많은 이 어린 양의 교만과 속됨을 용서하시고, 주께 인도해 주소서. 나도 이렇게 기도 하고 싶다고요. 제발 그렇게 해 주십사고. 더 이상 종교 따위로 떠드는 시간을 줄여 달라고요. 별 것도 아닌 거 같은데 가끔 괴롭다고요. 혼란스러워 짜증도 나요. 하나님을 믿든 부처님을 믿든 별 상관 없는데, 기왕이면 조용했으면 좋겠습니다. 교회들은 너무 시끄러운 경향이 있습니다. 하긴 스님들은 곡괭이 들고 싸우는 통에 가끔 기가 질립니다. 그냥 입 닥치고 사는 게 나을 것도 같습니다. 가끔 하나님께 기도 드려 안부 여쭤도 괜찮을런지요? 부처님 안부도 전해 드리죠. 이만 그럼 접속을 마칩니다. 아멘”
2007-11-02 10:25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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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na
2007.11.18 17:52:15 *.5.38.246
하나님이 제 맘을 노크하시는 중이시라고 목사님께서는 오히려 좋아라 하십니다. 혹시 종교인들께서 심기불편하실까 염려 되어 소심한 제가 미리 양해 말씀 올립니다. 너른 맘으로 이해해 주실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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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줌마
2007.11.18 18:24:48 *.233.240.194
지나씨! 당신의 종교관 맘에 들어 나도 어중이떠중이 격으로 하나님 믿지만 잘 모르겠더라구 뭐가 뭔지....

저녁밥 하다 들어 와 잠깐 읽었어.담것은 이따가 읽어야지..

안그래도 오늘 생각 났는데 자기가..ㅋㅋ 보고싶다.

3일의 인연이 이리 깊을 수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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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11.22 11:54:12 *.75.15.205
내 속이 왜 이리 시원한지요.
게을러서 기도도 하지 않으면서 비평은 언제나 서슴없죠.

이 모습 불쌍히 여기시겠죠? 네? 하느님? 부처님? 그래서 우리가 좋아하잖아요. 만만하게 부르고, 잊어버렸다가 암 때고 답답할 때 숨 넘어가듯 외쳐대고, 날 배아파 낳은 어매도 모르는 심사로 고통 스러울 때 믿겠노라 눈물 콧물 뚝뚝 흘리며 애원하며, 또한 지쳐서 스러져 자빠져 잘 때에도... 나미아미 타블 관세움보살, 아멘 가슴 깊이 공평하게 부르죠. ㅋ

이런 내 모습에 내 친구는 저는 천당 가고 나는 못 가서 괴롭다고 하는데 난, 그 애가 못 갈가봐 더 걱정이에요. 아시죠? 하나님!

저는 한가지만 알아요. 당신들께서 편가르지 않았다는 것. 모두를 천국으로 인도하고자 했을 뿐이라는 것. 그리고 아주 인간적으로 약하시다는 것. 그래서 제외 되는 이 별로 없으리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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