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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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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18일 17시 57분 등록
스물 여덟번째 날

하루 하루를 버텨간다. 1초까지 잴 수 있을 만큼 되돌아 온 미각, 후각에 놀랍다. 그저 뭐든 감사히 꼭꼭 씹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식욕과 함께 몸에 이로운 음식과 독을 구별해 낼 줄 아는 순수한 감각들을 되찾게 되었다. 그저 빨리 포도밥 외에 다른 요리를 먹고 싶다는 일념이다. 그 외에는 세상만사가 다 귀찮다. 차기 대통령도 안중에 없고, 되돌아가 해야 할 일들도 관심 밖이다. 냇가에 빨래를 하러 가서는 물가에 놓인 김치통에서 솔솔 나는 김치향에 취해 뚜껑을 열고야 만다. 구경이라도 실컷 하고 싶어서다. 웁~ 제발 하나만 먹어 봤으면…… 간절한 소망을 고이 접고, 뚜껑을 아쉽게 닫는다. 見物生心, 苦盡甘來. 참자. 목요일에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끝낼 것이다. 창자에 눌러 붙은 똥덩이가 나오거나 말거나 점점 더 결심을 굳힌다. 금요일엔 과일만 먹을 테고, 토요일에는 볶은곡식이 나올 것이다. 사모님께 잘 말씀 드려 토요일부터 현미밥에 미역국을 달라고 해야겠다. 사정없이 조르면 해 주시겠지. 보식 하는 동안 덕산 읍내 ‘희정분식’집 컵 떡볶이를 반드시 먹고야 말겠다. 500원의 행복을 누리고야 말리라. 설마 대번에 들켜 혼이 나지는 않겠지. 이 장대하게 세워 놓은 요리들의 향연을 즐기기도 전에 몸에 무리가 오면 안 되니까, 내 위장들과 살살 잘 타협을 해 봐야겠다. 그 동안의 고행이 기쁨이었는지, 슬픔이었는지 꿈 속에서라도 얘기해주면 좋으련만, 건강을 되찾아 가는 것이 증거일 테지. 앞으로는 너무 무리하지 않겠노라 내 몸땡이들 하고도 약속을 해본다. 살면서 사실 많이 미안했더랬다. 불규칙한 식사와 술, 담배, 삼일 새고 이틀 자는 내 멋 대로의 취침시간들, 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자 선언을 하고 머릿속 어떤 생각들도 떨어 내버리는 멍청이 놀이…… 몸이 망가진 것도 너무나 당연하다. 아프다고 사정하느라 토하고 열이 나도 나는 제대로 돌봐주지 않았었다. 또 꾸역꾸역 술을 밀어 넣었더랬다. 이제 적량도 정했고, 담배도 끊었고 그야말로 개과천선이네. 실행의 결과가 나의 건강과 직결됨을 알기에 천천히 조심스런 변혁을 시작하련다.
아직 묵은 장처럼 그대로인 못된 성질머리만 어찌 퍼내면 좋으련만, 쉽지가 않다. 순간순간 이 놈의 속내는 변죽을 끓인다. 동기 할머니와 효진씨는 밥을 먹으면서 수다와 함박웃음에 목소리가 점점 높아 가는데 옆 방에서 자판을 두들기는 게 쉽지가 않다. 담벼락을 쿵쿵 치며 입 닥치라고 소리치고 날뛰는 내 속의 악마편이다.

안성에서 한 무리의 식구들과 원목사님이 감 깎는다며 오셨다. 저녁 예배와 건강강의가 끝나고 즉석에서 환영식이 이루어진다. 차린 것도 없는 즐거운 파티가 이어진다. 지연이과 지아의 ‘꽃가지송’이 율동과 더불어 재롱을 더하고, 어른 아이 모두 웃음꽃이 피었다. 간단한 소개가 이어지고 2부가 이어진단다. 저절로 흥이 나고 행복이 피어나는 게 이런 것일까. 부럽고 더불어 행복해진다. 내 속의 악마도 사그러드는 것 같다. 종교의 힘과 행복한 사람들의 생활이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 된다. 건강한 정신, 건강한 육체라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약한 의지를 신께 기대고 바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 내가 있다. 아직도 선명해지지 않는 무언가를 남겨두고 신께 빌었다. ‘제가 깨달아 평온함 속에 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도와달라 처음으로 빌었다. 알 수 있게, 느낄 수 있게 해 달라 빌었다. 진리가 무엇인지 굳이 알고 싶지 않았던, 차라리 거부하고 말았던 간절함이 되살아 났다. 다만 알지 못하더라도, 건강함 속에 겸손히 나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시길 빌었다. 행복한 저들처럼 소박한 행복을 내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집으로 돌아가서 스스로 행복을 가꾸어 나갈 수 있는 힘이 솟는 든든한 밧데리를 준비해 가야겠다. 매일 충전해 주위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커다란 밧데리로 말이다.

성경은 아픔이 많은 아이였다. 자살을 얘기하는 게 어딘지 나와 닮아 있었다. ‘아봐타’라는 프로그램 얘기를 했다. 야후에서 아봐타를 치란다. 영적 스승이라 불리는 종교인들이 득도를 한다는 프로그램이라는데 궁금해진다. 성경은 내게 일어난 이곳에서의 화산폭발이 더 크게 빨리 일어나기를 바란다. 멋진 영화배우가 되어 훨훨 날개를 펴길 바란다.
2007-11-06 10:03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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