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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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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18일 18시 00분 등록
서른 한번째 날

드디어 과일 먹는 날이 왔다. 안 올 것 같았던 보식의 시간이 다가왔다. 과일이 썩 달갑진 않다. 하지만 포도 외에 것이란 이유만으로 엄청난 반가움이다. 어제보다 더 기운이 없다. 요즈음 거의 포도도 잘 먹히지 않았던 터라, 점점 기운이 떨어진다. 보식의 아침이 밝았는데, 어제 먹은 포도씨와 너무 시어 삼키지 못했던 껍질이 그대로 담아져 있는 쟁반에 포도가 또 올라왔다. 아예 식욕이 싹 달아나는 순간이다. 이 곳은 영적인 것 외에는 현실의 안이함과는 담 쌓은 곳이라 여기며 달래보려 해도 너무 한다 싶다. 집수리 하는 통에 들어와 정신 없이 어질러진 상태까지는 어찌 이해 하겠는데, 너무 지저분하다. 산속이니 그러려니 해도 음식과 물이 깨끗한지 의심스러운 상태는 도저히 속이 울렁대 참기가 어려웠다. 그저 맑은 공기와 영적인 충만함으로 가득한 곳으로만 기억되길 바란다. 그 외의 것들은 모두 잊혀지길……. 아침 포도밥은 아예 손도 안 댔다. 성경이 먹다가 꿈틀대는 거머리 반토막을 발견하고 기절할 듯 놀란다. 웁~ 손 못 댄다. 세상에 완벽한 천국은 없는 법이다.

차례로 귤 하나, 수박 세 조각, 바나나 하나, 저녁엔 껍질째 올려진 배 반쪽이다. 그렇게 고대하던 포도 외의 다른 것들인데도, 맛이 없다. 배는 억지로 세 조각만 우겨 넣고, 옆 방 아이들 차지가 되었다. 제철 과일이 아니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기운이 없어 괜히 우울해지는 영향도 있을 테다. 아~ 내일부터는 기운 쑥쑥 활기차 지겠지. 달력을 보며 어서 세상 속으로 돌아갈 날을 손 꼽고 있다. 옆에서 성경은 첫 날부터 같이 센다. 20일 예상했다 하는데 잘 견딜 수 있을지 걱정된다. 매일 둘이서 먹고 싶은 음식들을 묘사하며 입맛만 다시고 괴로워하고 있다. 성경은 동그랗게 둘려 돌판 위에서 꿈틀대며 익어가는 소곱창을 양파에 곁들여 먹고, 나는 각종 야채와 깻잎, 싸구려 당면을 넣어 시뻘겋게 볶은 순대곱창을 먹는다. 집 근처 줄을 서서 기다려 먹는 ‘앗싸곱창’이 너무도 그립다. 한 달의 보식 후 다시 줄을 서 보리라 결심한다. 정말 이렇게 다 먹고도 괜찮을 수 있을지 아니, 먹을 수 있을 만큼 뱃속 상태가 괜찮을는지, 보식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를 귀딱지 앉게 들었건만 먹고 싶어 환장한다는 게 이런 상태 아닐까. 우람처녀는 괴롭다!

저녁 무렵 서선생님이 오셨다. 한 열흘 일정으로 감 따는 일을 도우러 오셨단다. 그 동안 중국 출장을 다녀오시고, 캄보디아 행을 접고 이곳으로 오셨단다. 참 반가웠다. 헤어진 친구가 갑자기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기분이 이런 걸까? 본격적인 수다는 내일로 미루고 마지막 관장을 하러 갔다. 오늘은 관장을 오전 9시쯤에 한 번, 오후 6시쯤에 한 번 이렇게 두 번을 하라신다. 관장해봐야 이젠 별 것도 없다. 워낙 먹는 것이 없다 보니 뱃속도 이젠 알아서 조용히 토해낸다.
2007-11-09 10:06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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