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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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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28일 06시 45분 등록

언니는 조선 시대 태어났으면 보쌈 대상 1위였을 거야.”

어느 날 동생이 아침에 일어나는 내게 던진 말이다. 갑자기 잠이 확! 깨면서 왜앵?”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혹시 그 시대엔 쫌 통하는 외모, 머 이런 환상적인 대답을 꿈꾸며^^

 

잠을 디따시~ 깊이 자잖아.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가 아니라, 업고 뛰어도 전~~~혀 모를 정도로.”

^^::::::
가끔은 식구의 정의가 솔직함의 극치인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우띠~! -__-

 

그렇다. 난 잠을 깊이 자는 편이다. 이 또한 아빠한테 물려받은 유전자다. 오죽하면 엄마가 내가 애기일 때 아빠 퇴근 후에 부녀 끌어 안고 잠들면 몇 시간은 자유부인이라고 했을까 ㅋㅋ

 

그런데 깊이 자는 건 그렇다고치고 도대체 언제부터 올빼미가 되었을까? 가만 생각해보니 유학가서부터였던 것 같다.

 

재수할 때까지야 수탉인지 올빼미인지 앞뒤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이리 깨우고, 저리 깨워서 학교에 학원에 도서실로 질질 끌려 다니며 그 틈틈히 질새라 병든 닭마냥 꼬박꼬박 졸아댔으니, 아침형 인간은커녕 한낮형 인간도 못되었던 것 같은 내가, 서서히 잠버릇이 올빼미로 고정화된 건 나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맨 처음에는 나도 그리 새벽까지 눈 부릎 뜨고 있지 않았는데, 바로 그거였다. 혼자 있는 집에서, 불을 끄고 침대까지 걸어가는 그 순간도 무서웠지만, 침대에 누워서도 어찌 그렇게 온갖 무서운 생각이 다 떠오르는지. 결국에는 다시 불을 키고, 30, 40, 1시간, 2시간 차차 불면증에 빠져 들었다.

 

아마 그 때가 나로서는 처음 부모님을 떠나 아무도 모르는 낯선 타국 땅에서 홀로 지내며 심리적으로 무서움증에 시달렸던 것 같다.

 

결국에는 새벽 3, 4시는 일상이 되었고, 어떨 때는 새벽 6시 이후 해 뜨는 걸 보고서야 잠자리에 든 적도 많아졌다. 그러면서 자연히 올빼미 체질은 몸에 베기 시작하고, 이후 한국에 와서 8시 반에 퇴근하면 ! 왜 그렇게 일찍 가? 일이 없나?”하는 분위기 속의 직장에서 매일 10~11시 야근에, 가끔 철야까지 겹치면서 고착화가 된 것 같다.

 

물론 회사 다니면서는 늦게 자더라도 일찍은 일어나야 했지만, 어쩐지 늦게 자는 건 너무 쉬운데 일찍 일어나는 건 힘들어하는 체질로 변했다.

 

그런 내가 감히 수탉반에 지원했다!

 

이러다 변경영 홈피에서 대놓고 망신당하지 싶어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런 기회가 아니면 새벽 기상은 절대 혼자 이룰 수 없는 일이란 걸 너무도 잘 알기에 과감히, 아주 과감히, 앞뒤 생각 다 짜르고, 역시나 돌쇠 근성으로 저지르고 말았다!

 

그럼 난 왜 새벽에 일어나고 싶어하는 걸까? 그렇게 오랜 세월 올빼미 체질이 몸에 베었으면 그냥 그대로 미네르바의 지혜를 탐하며 야밤에 작업을 하면 될 일이지. 스스로도 궁금하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무모한 결단을 내리게 되었는지.

 

그건 새벽 기상의 뽕맛을 맛보았기 때문인 것 같다.

 

수행을 들어가면 새벽 3시에 기상해서 새벽 예불을 드리는데, 그 맑음, 그 고요함이 폐부 깊숙이 찔러 들어와 영혼까지 씻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벽 정기. 그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일이다. 오직 그 시간에 깨어있어야만 경험할 수 있는

 

올빼미로 작업 순위를 정해놓으면 가장 먼저 위험 요소가 자칫 하루를 건너뛸 가능성이 높다라는 점도 있다. 11~1. 그 날 갑자기 무슨 일인가 벌어지면, 자칫 밤 시간은 날라가 버릴 확률이 높다. 하지만,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필살기 연마부터 하고 나면,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하루를 시작하니 부담이 없다. , 내 삶에서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야 하는 필살기 연마를 1순위에 두고 그것부터 하고, 나머지 삶을 살고 싶어졌다.

 

다음은 에너지 혹은 기 차이이다. 같은 시간을 더 충만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은 얼마나 집중하느냐 혹은 얼마나 좋은 에너지를 갖고 몰입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데 올빼미 작업을 하다 보면, 하루 종일 이런 일 저런 일을 한 뒤 이미 엄청난 에너지를 소진한 후 그야말로 겨우 남아있는 에너지를 간신히 그러모아 일해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 아직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심신에 건강한 에너지가 충만한 상태에서 필살기 연마에 2시간 투자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단군의 후예가 되고자 하는 나의 신화 첫 부분인 것 같다.

 

새벽 정기 속에서 깨어나 기를 모아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

나의 필살기 연마 시작이다..

 

 

 

IP *.119.6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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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4.28 07:00:51 *.116.154.76
유학 다녀오셨군요. 저도 자취생활하면서, 올빼미가 된 것 같아요.

지금도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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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8 08:44:39 *.119.66.72
맑은님도 올빼미시군요. 괜히 방가요~
수탉으로의 변신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함 해보려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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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5.01 06:43:05 *.45.42.63

그래,
이른  아침은 좋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하루가 길어...  
늦잠자면 하루가 금방 가버리거든,  
난 그래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게 좋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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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10.05.03 09:17:17 *.126.210.78
그러게말이야. 참 이상치.
같은 24시간인데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하루가 길어지니 말이야.

나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게 좋아.
근데 넘 힘들엉.
그래서 단군이 해볼라꽁! ㅎㅎ

오빠, 건강하지? 글 계속 올라오니 좋아.
여름되면 볼 수 있는건가?
무튼 밥 잘 챙겨묵고, 운동도 열씸하공, 잘 갈키고, 좋은 생각도 마니 하공.
그래서 더 활짝 웃으며 만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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