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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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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13일 13시 10분 등록

글쓰기에 대한 가장 커다란 오해는, 글을 재능으로 쓴다거나 영감으로 쓴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특별히 타고난 재능이 필요하다, 나는 그런 재능이 없어, 고로 글쓰기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야! ' 이런 생각이 그리도 넓고 뿌리 깊게 퍼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성장기에 문학작품이나 교과서를 통해 ‘글’을 접했다. 오랜 세월 문학적으로나 철학적으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의 글을 수용하며 살아온 것이다. 거기에 비해 우리도 글을 쓸 수 있다는  자각을 일깨우는 시도 자체가 없었으니, 언감생심 글을 쓰게 하는 훈련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강압적으로 주어진 일기나 글쓰기 숙제 같은 것들은 글쓰기가 지겹고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을 더했고, 글쓰기대회를 독식하는 소수의 ‘글쓰기 선수’만이 살아남았다. 어쩌다 쓴 내 글은 작가의 글은 물론 ‘선수들’의 글과 비교할 수 없이 초라했다. 아! 글쓰기에는 천부적인 소질이 필요해. 이렇게 생각하고 밀어놓았을 수밖에.

좀 더 커서 리포트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대학시절에도, 여전히 우리는 글쓰기에 대한 장벽을 허물지 못했다. 나는 졸업논문조차 논리의 일관성을 갖지 못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구절들을 여기저기에서 옮겨와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완성했다.  그 때 생각을 하면 아직까지 얼굴이 뜨듯한데, 딸애도 리포트를 그런 방식으로 작성하는 것을 보니 이상한 기분이 든다. 16년이나 학교를 다니는데 글쓰기처럼 중요한 삶의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는 학교 체제가 괴물같이 느껴진다.


그 많은 국어시간, 특별활동시간, 일기과제, 글쓰기과제, 리포트제출의 기회에도 못 배운 글쓰기를 우리는 문자와 이메일과 블로그를 통해 배운다. 아이러니 하게도 디지털의 보급은  글쓰기의 전성기를 가져왔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담소를 나누기보다, 글로써 나를 표현하고 일을 처리하는 기회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거기에 지식기반사회가 도래하여 직장인의 자기계발 열풍 속에서, 일반인도 책을 쓰는 시대가 되었다. 글쓰기라는, 다분히 재미없고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영역이 새롭게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내 블로그 리퍼러에 ‘글쓰기강좌’에 대한 검색이 꽤 많은 것을 보며,  글쓰기열풍을 짐작한다.


대략 외부상황은 이렇거니와 그렇다면 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 이것이 문제이다. 나는 우선 글쓰기에 대한 가장 커다란 오해에서 벗어날 것을 강조하고 싶다. 글쓰기가 타고난 재능의 영역이요, 영감으로 쓰는 것이라는 오해 말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글쓰기는  자기 삶을 주도하고자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갖춰야 할 삶의 기술이다. 문자, 이메일, 블로그, ‘전국민의 저자화’ 추세 같은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또한 어디서 오는지도 모를 ‘영감-보통 말하는 필feel’을 기다릴 이유도 시간도 없다. 몇 년 동안 글쓰기에 집중하며 정리한 바에 의하면, 글쓰기는 생각이다!


문자나 이메일에 하고 싶은 말을 쓰듯이, 모든 글쓰기에는 글 쓴 사람의 생각이 들어간다. 누구에겐가 혹은 세상에 대고 할 말이 있을 것! 그것이 글쓰기의 첫 번째 요건이다. 그 말을 설득력 있게 혹은 감동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비유법이나 미사여구가 필요한 것이지 그것이 먼저가 아니다. 그러니 글쓰기를 잘하는 기법에 대해 궁금해 하지 마라. 하물며 단박에 글쓰기를 잘 하는 비법 같은 것은 없다. 한 편의 글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라. 어떻게 하면 그 말을 잘 할 수 있을까 거기에서부터 출발하자.


타이틀과 첫 문장은 글의 문패와 같은 것이니 최대한 예쁘고 매혹적이어야 하겠지. 읽는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이론보다는 예화로 시작하는 것이 나을 거야. 한 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불쑥 다른 길로 가는 것처럼 맥 빠지는 일은 없어. 너무 난삽하거나 중언부언하면 안 돼. 간결하고 명확하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는지 계속 점검해야 해.  ‘일관성’과 ‘명료함’을 놓치면 안 되는 거지.  딱딱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손을 잡고 그 장면으로 끌고 가는 기술이 최고야. 모든 대가들이 강조해 마지않는 것처럼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라.’  그리고 글 속에 사람이 살아 있어야 해. 사람들은 사람의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하고, 살아가는 이야기에 감동하거든.


글쓰기에 대한 책을 30권쯤 읽었는데, 공통되거나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요점은 이 정도였다. 이것을 머리로 이해했다고 해서 좋은 글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삶이 깊어지면서 이웃에 대한 애정도 깊어진다. 갈수록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도 애틋해진다. 글 한 편에 한 가지 생각! 이것이면 충분하다.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이 말을 충분히 했는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그 다음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내 말에 귀 기울일 것인가 고심해 보자. 즐거운 고민을 하는 사이에 그대의 글쓰기 실력은 부쩍부쩍 늘 것이다.

IP *.108.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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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해
2010.05.13 15:09:56 *.93.112.125
글에서 정감이 느껴집니다.
길을 잃은 낯선 이에게 자신의 따뜻한 아랫목을 내어주는 편안한 마음씨에
게다가 시장할까봐 갓 지은 밥까지 손수 차려주는 속깊은 배려까지.
그저 숟가락만 내놓고 덥석 떠먹기에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쏙쏙 귀어 들어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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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0.05.13 22:50:38 *.108.80.129
강좌를 하고 있는 것이 커다란 도움이 되거든요.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궁금해 하고,
어떤 오해를 갖고 있는지가 명확해져서 내 글도 점점 구체적이 되어가는 것이겠지요.
근데 창용님이 그걸 낱낱이 읽어 주었다니 내가 더 고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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