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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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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2일 11시 14분 등록
아홉째 날

분명 코끝이 찡해왔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도 같았다. 스스로 울지 못하는 병이라 이름 붙였건만, 신기하게도 이 병이 치유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별 기대 않고 집어 들었던 이외수의 <날다타조>. 제목도 평범하지 않았지만 차례가 더욱 눈을 끌었다. 백수들에게, 왕따들에게, 돈 못 버는 이에게, 시대에 뒤떨어진 이에게, 못 생겨서 고민하는 이에게……. 마치 <양지 바른 담벼락에 기대어 머릿니를 솎아내는 정겨움으로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주고 있다. 작가의 이런 진솔된 마음이 내게 파동을 전해 준 것일까? 제일 먼저 내 시선을 잡아 끈 제목은 ‘자살을 꿈꾸는 그대에게’다.

<……
그대여.
한 평생을 지독한 가난과 핍박 속에서
아름다운 시를 쓰다가
천수를 다하고 하늘로 돌아간 시인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겠다던 시인처럼
그대도 천수를 다할 때까지
천지만물을 눈물겹게 사랑하고
그대 자신을 눈물겹게 사랑하라.
이 세상에 아직도
외롭고 가난한 시인들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분명 그대도 살아 있을 가치와 희망이 있다.
용기를 가져라.
분연히 일어서라.
그대는 젊다.>

맨 마지막 구절에 나는 눈물을 쏟을 뻔 했다. 괜히 복도 끝으로 난 작은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피워 물었다.
오늘 저녁 나는 <자살을 꿈꾸는 그대에게>와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대에게>를 베꼈다. 한 줄 한 줄 베껴가면서 웃고 울기를 반복했다. 내게 날개가 생기려나 보다.
2007-10-18 11: 1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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