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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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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2일 11시 15분 등록
열번째 날

옆 방 할머니는 목욕을 가신다고 포도밥 도시락을 싸가지고 사라지셨다. 물론 같이 가자는 얘기를 하지 않으셨어도 그 마음을 십분 안다. 하지만 그 먼 곳까지 걸어서 목욕을 하러 가고 싶지는 않다. 더군다나 할머니와 함께……. 죄송한 얘기지만 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씀이 많다. 귀도 어두우신지라 목소리는 꽥꽥대는 오리소리 저리 가라다. 하루 종일 심지어 혼자서도 중얼거리신다. 나는 듣는 둥 마는 둥 귀찮은 내색을 하지만 친절한 효진씨는 다르다. 물론 친절에 치인 효진씨에게도 불편한 일이겠지만, 꼬박꼬박 웃으며 대꾸를 한다. 그 새 두 아이들은 이모라며 안기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내 한마디에 꼼짝 못한다. 잘 하는 짓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가르쳐야 한다는 게 내 주의다. 남의 자식이건 내 자식이건.

사모님은 자꾸 도균에 대해서 물으신다. 잘해보라며 결혼하라신다. 오늘은 이쁜 애기 얼른 낳아 데려오라고까지 하신다. 진도 참 빠르시다. 도균에게 편지를 써보라는 권유도 있었고, 지난번 결심만 하고 실천하지 못한 김에 오늘은 편지를 썼다. 먼저 노트북을 펼쳐 놓고 다 쓴 후에 오래된 사무용 편선지에 펜으로 옮겨 적었다. 역시 글씨는 날아 다녔다. 컴퓨터가 출현한 이후로 자필로 무언가를 쓰는 게 영 어색해져 버렸다. 가뜩이나 못 쓰는 글씨가 오랜만에 쓰는 장문의 자필편지로 춤을 춘다. 도균이가 좋아할 지 의문이다. 감동의 이벤트는 일단 시작했는데, 그 물결이 여기 지리산에서 끝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사모님은 내가 전해 준 편지와 주소를 들고 우체국을 다녀와서는 ‘누구는 참 행복해지겠다’시며 본인이 더 좋아라 하신다.

오늘의 <날다타조> 주제는 역시 <그대의 아름다워야 할 사랑을 위하여>다. 사랑은 사랑으로 다듬고 깎아야 한다는 구구절절이 지당하신 말씀이다. 만나고 싶은 사람 목록도 만들어야겠다. 이외수 선생님을 언젠가는 한 번 뵙고 싶어 목록을 만들었노라고 말씀 드려야겠다.

오후에 양재우님에게 전화가 왔다. 내일 구본형 선생님과 김귀자, 김주영님과 함께 오신단다. 위문공연이란다. 숙제검사 하러 오시는 건 아닌지 내심 오그라든다. 내일은 효진씨 남편도 오고, 손님이 많은 반가운 하루가 될 것 같다.
2007-10-19 11:0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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