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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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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31일 11시 48분 등록
열 아홉째 날

정말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닐까? 서선생님과 경숙언니가 오늘 서울로 떠났다. 만남은 헤어짐을 전제로 한다는 말은 만남의 기쁨과 헤어짐의 아쉬움을 적절히 반으로 접어 잘 말린 종이상자에 넣는 듯 하다.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들의 한계가 느껴지는 순간들이다. 홀로 지리산 자락을 내려가겠노라는 경숙언니를 배웅하며 ‘혼자 씩씩하게 가!’라는 말을 던졌다. 쇼펜하우어처럼 ‘인식과 의지’를 굳이 대명제로 논하지 않더라도, 생각이란 시간을 정해두고 특정한 공간으로 일부러 이동한대서 정리가 되거나 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살아가면서 때론 저절로 살아지는 것처럼 생각도 저 혼자서 저절로 성을 이루고 부수는 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나를 찾기 위해 종종 여행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공간을 찾아 나서곤 한다. 새로운 자극으로 잠시 내가 가둔 틀에서, 일상에서 벗어나 보려는 노력이 의지라면 스스로 펼쳐지고 접히는 인식들을 우리는 생각의 정리라 하는지도 모르겠다. 경숙언니는 그렇게 혼자 산을 내려갔다.

점심시간이 지나 각 처에서 손님들이 오고, 서선생님의 침례가 있었다. 기쁨과 환희의 순간들을 관찰하고 지켜보며 나는 또 호기심 많은 옵서버가 되었다. 교인들 무리 앞에서 간증이란 걸 하셨다. 죽마고우가 목사님이 되고도 그 동안 예수쟁이들이 싫었노라고, 결국 40년 만에 주님 앞에 무릎 꿇고 친구에게 침례를 받노라고. 차가운 지리산 개울물에 온 몸을 담가 죄 많은 육신을 사하고 다시 물 밖으로 나오셨다.‘정말 우리는 죄가 그리 많을까? 누가 태어나고 싶어 나는 것도 아닌데, 태어나는 순간부터 꼬리표처럼 붙는 세금딱지도 모자라 죄인의 신분이 되다니 그 분은 심술 많은 하나님이 아닐까? <믿습니다> 한 마디에 모든 죄 사함이 가능하다면 기왕 죄 많은 인생, 사는 동안 좀 더 보태고 꼴딱대는 순간 간절히 믿으면 하늘 나라 가는 맨 끝 줄에라도 설 수 있지 않을까? 종교의 숱한 종파들과 지금 이순간도 벌어지고 있을 종교전쟁을 왜 바라보고만 계시는 걸까? 자비의 하나님이 아니라 방관의 하나님은 아닐까?’ 함께 지내온 반 달 동안 서서히 종교인이 되어버린 서선생님께 여쭈었다. ‘정말 믿어지십니까? 어떤 말씀이나 현상이 나타나서 순간 믿음이 생기신 겁니까? 아니면 믿어 구원 받겠노라는 의지의 표현이십니까?’마치 방구를 뀐 사람한테 ‘왜 방구를 뀌었느냐’고 따지는 것 같다. 겸연쩍은 방구주인의 답은 ‘여러 권의 이쪽 관련 책을 읽다 보니 서서히 저절로 믿음이 생기더라. 니도 내 나이 돼봐라.’다. 암이라는 사단의 선물을 받게 된 나이든 육신이 하나님 말씀이라는 책을 읽고 믿음이라는 인식 후 침례를 받다? 아직도 선명해지지 않는다. 서선생님은 서울서 보자며 악수를 하고 떠나셨다.

이 곳에서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니고, 구구절절 사연 많은 만남도 아닌데 이렇듯 얄궂은 기분이 드는 건 아마도 내 심장이 이곳 홍시를 닮아가서 인가보다. 몇 번 더 서리가 내리면 더 달고 말랑해진다는 홍시처럼 오늘은 내 심장에 서리가 내리고 있었다.
어제는 경숙언니와 밤새 수다를 떠느라 혼자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다. 무슨 초등학생 방학숙제용도 아니고 경숙언니는 밀린 일기 한꺼번에 쓰란다. 초등학생 논술과외를 하신다더니 역시 그다운 얘기다. 언니가 행복해지길 진심으로 빌어본다. 2007-10-28 10: 2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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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11.01 01:01:36 *.70.72.121
저절로 찾아오는 죽음과 죽고 싶은 심정은 천지차이겠죠?

죽고 싶었을 때:
분노 폭발, 자폭하는 심정, 이꼴 저꼴 보고 싶지 않다는 어찌보면 잔꾀에 불과했을지도 모르죠.

부인과 질환 최소한 하나 안고 살아가게 되면서 혹시 암이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하지요. 그리고 어느 날 가슴이 조여오고 아파오다가 심장의 박동이 정지하는 순간을 느끼면... 그외 여기저기 아픈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어느 것이 더 절박하더냐고요?

순서가 그랬죠. 목숨도 버리고 싶었던 절망감... 딴엔 앞뒤 안 보고 그저 한 방향만을 향해서 미친듯 질주하다시피 매진하며 살아가다가, 그런 후 제법 많은 시간 흘려보낸 다음에 또다시 폐허속에 남겨진 초라함 같이 내 몸에 자라는 병... 너무 많은 출혈(하혈)은 산소부족을 일으켜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그리고 내부에서 암으로 발전 될 수 있다는, 더 정확한 것은 정밀검사 후 그리고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실상은 장기를 떼어내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는 의사의 설명을, 내 상황과 처지에서 듣게 되면 한 번쯤 사형선고라는 피할 수 없는, 내 의지가 아닌, 지난 시간 그때의 절망감과 어이없음처럼 나를 일순간에 허무하게 만드는 허탈감에 빠지게 되죠.

그래요. 자연적으로 다가오는 죽음에는 오기 같은 것이 생기지 않는 것 같아요. 받아들여야 함. 시간이 없음. 모든 허망한 것들의 집착을 떼어버리고 그야말로 자유를 그리워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고나 할까요. 매달리거나 아님 초연해 지려 하거나 그런 것 같네요. 나는 매달림?으로부터 거부당한 경험이 있으니까 이번에는 초연해 지려는 것 같아요. 일테면 아무리 발버둥쳐도 올 것은 온다 뭐 그런 거죠.

신이란 존재나 진리는 따질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이해하느냐 못하느냐,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 그런 것. 나는 아직 중심이 내 안에 있어요. 알에서 그냥 뭉쳐있죠. 자라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라요. 아니면 새롭게 태어나기를 갈망하거나. 그래서 이렇게 수없이 재잘대는 것 같기도. ㅋㅋㅋ 수다가 궁상스러워진 것 같네요. 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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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 줌마
2007.11.01 07:37:22 *.233.240.182
ㅎㅎ 나땜에 하루일기를 띵까셨네요..ㅎㅎ
서선생님 침례 보고 싶었는데, 지리산에서의 하루하루가 다 멋진 경험으로 지연씨의 삶을 살찌울거라는 생각이 마구 드네..
많이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끼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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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na
2007.11.02 11:29:54 *.152.178.52
언니! 오늘 또 느낀건데, 골방에 틀어박혀 있다가 나와야 바람도 냄새도 모두 신선한 자극으로 전율하게 될 수 있는 것 같아. 예전에 몰랐던 전기충격같은 자극이 읍내 나오는 동안도 숱하게 감전시킨다. 우린 그동안 너무 많은 음식, 너무 많은 정보들 때문에 힘들어 졌는지 모르겠다. 조금씩만 가져갈래. 그래도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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