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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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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19일 11시 53분 등록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배우던 창작 드로잉 10주 수업이 끝났다.

 

선생님과 함께 여러가지를 해보고 같이 한 학생들의 그림을 보면서, 그림은 결국은 그 사람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보는 습관, 자신이 중시하는 것, 손을 움직이는 습관, 눈과 손을 연결하는 능력,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 기질이 그림 속에 그대로 반영된다.

 

자신을 확인했으니 그것을 살릴 것인지, 혹은 더욱 멋진 것으로 극대화 시킬 것인지, 다른 것과 결합시킬 것인지의 선택은 자신의 몫이라고 선생님께서는 매 수업마다 말씀하신다.

 

마지막 수업에서 어떻게 하면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 질문했다.

수업에 오게 되면 그나마 몇장을 그리게 되지만, 자유롭게는 잘 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을 위해 조언을 부탁드렸다.

선생님께서는 '그리고 싶은 것을 찾아라. 그리고 그려라.'라고 일러주셨다.

그리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첫 번째인가보다. 좋은 강좌들을 소개해 주실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자신에게 맞는 강좌는 자신이 찾을 일이다. 마지막 2주의 수업은 자유롭게 드로잉할때 각자 그리고 싶은 것을 가져와서 그렸다. 자신기 키우는 고양이를 찍은 사진을 가져오거나, 로모 사진집을 가져오거나, 여행월간지를 가져오거나 풍경이 멋진 것을 가져오거나 했다.

 

수업을 통해서 우리는 어떤 그림이 눈에 띄는지도 알게되었다. 그림을 보고 눈이 커지거나 눈이 뚱그레지는 지는 요소는 형태 이전에 색이며, 자신이 관심 갖는 것이 그려진 것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런 것을 아는 것과 자신이 그리는 것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같이 수업을 받은 사람 중에 커플이 있다. 같은 사진첩을 보고, 같은 사진을 두사람이 달리 표현했다. 여성이 그린 그림은 매우 귀여운 아이 캐릭터였고, 남성이 그린 것은 건담같은 애미메이션에서 나올 법한 잘 분석된 그림이었다. 형태적인 면에서 잘 그리는 쪽은 남성쪽이었다. 꼼꼼하고 보았을 때 잘 그렸다는 느낌이 드는 그림이었다. 반면에 여성쪽은 느낌을 담아내는 것이 우선이고, 자신이 즐기는 쪽이 우선되었다. 여성쪽의 그림은 느낌이 압도하거나 뭔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 했다. 둘 다 눈에 확 띄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 수업을 시작하기전에, 이 수업을 등록할 때, 커플의 남성쪽처럼 그림을 더 잘 그리고 싶어서 이 수업에 참여를 결심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러나, 수업을 진행되는 동안 자신에게 ‘어떻게 그릴지’를 계속 질문했다. 어떤 그림을 그릴지를.

그 질문의 답은 각자가 마음으로만 품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드로잉수업에서 그림을 보면서 얼마간 그 답을 엿볼 수 있다. 커플의 여성쪽은 자신의 즐거움쪽을 선택했고, 남성쪽은 객관적 사실을 자기화해서 표현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것이 그림이 말해주는 것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중에 선이 끊길지 혹은 연결될지 자신이 현재 긋는 선이 제대로 비례가 맞을지 조마조마하는 긴장을 즐기거나 혹은 자유롭게 그은 선이 자신을 웃게하거나, 한 장을 다 완성하고 나서 맞는 뿌듯함 등을 경험하곤 한다. 매 순간 그것을 즐긴다. 그리고 그 즐거움이 보는 이와는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는 그리면서 동시에 생각하기도 하고, 나중에 별도로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림을 그리며 자신을 만나고 그림을 통해 타인을 만나는 과정이 계속 일어난다.

 

선생님께 그림을 계속 그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라고 물었던 질문은 자신이 즐길 즐거움, 자신이 원하는 소통을 선택하는 기본적인 질문으로 돌아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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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93.4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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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0.05.20 11:07:39 *.251.229.103
위 글의  '그림' 자리에 '글쓰기'를 놓아도 모두 통용되네요.
글쓰기를 통해 나를 만나고 타인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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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0 11:24:17 *.93.45.60
그림자리에 '글' 에 공감, 동의.
저도 그림 그리면서 그걸 매번 확인해요. 그래서 사람은 자신이 선 모든 자리에서 연금술사가 될 수 있는가봐요. 
미궁으로 들어가는 입구만 다를 뿐 거기에 들어선 사람은 결국은 같은 곳을 거쳐간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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