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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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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29일 11시 28분 등록

마음에 드는 글 한 편을 쓰면 날아갈 것 같고, 쓰지 못하면 욕구불만을 넘어 불안해지는 것이 오래 되었다. 글을 쓰지 못해서 다운되는 건지, 아니면 기분이 좋지 않아서 글을 못 쓰는 건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나와 글쓰기는 한 몸이다. 글쓰기는 이미 내 일상을 주재하는 주인이요, 컨디션의 바로미터요, 행복감을 받쳐주는 바지랑대가 된 것이다.  작가들이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토로한 것을 보면 나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책을 읽다가 모아놓은 글귀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알고는 있었지만 글쓰기가 이 많은 일을 하다니...’  입이 쩍 벌려지는 기분이었다.


자아표현의 욕구야말로 살아있는 인간의 참을 수 없는 본능이다.

인간에게서 자아 표현의 욕구를 거세시키지 않는 한 글쓰기의 능력을 배양하는 일은 언제나 가능하다. -Lutz von Werder


간혹 동굴벽화에 접하면 경건해 진다. 1만년에서 1만 오천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들, 사냥을 위한 주술적 목적이었다고는 하나 구석기인들이 그처럼 섬세하고 우아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는 사실은 인간의 표현능력이 얼마나 원초적인지를 증명해 준다. 문명과 가식을 거부하는 상징인 나체촌에서조차 일정 시기가 지나면 자신의 몸을 장식하려는 시도가 일어난다고 한다. 꽃 같은 것으로 자신만의 특별함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는 것. 이처럼 본질적인 자아표현의 기저에 글쓰기가 있다.


글쓰기란 정신감응이다. -이만교


표현에 대한 욕구 못지않게 소통에 대한 욕구도 오래 되었다. 글은 이해하고 싶고 이해받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의 전령사이다.


글이란 '여기가 아닌 어딘가, 저 너머에 가고 싶다'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에서 기인한다.  태평스럽게 웃으며 잘 살고 있는 절대다수가 틀린 건 아닌가 하는 고독한 의심을 전제하고 있기도 하다.  -다카하시 겐이치로

그런가하면 ‘초월’은 또 어떠한가. 역사의 어느 시기에나 나비가 되고 싶은 애벌레, 더 높이 날고자 하는 갈매기가 있었다.  그들은 사회로부터 배척을 받기도 하고 갖은 불이익을 감내해야 했지만 결코 더 나아지고자 하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세상을 이끌어 가는 듯이 보이는 정치.경제의 이면에 인류의 정신사를 이끌어온 창조적 소수자들, 그들의 주요 무기는 글쓰기였다. 

이제 도처에서 고등교육을 접할 수 있는 고등교육 유비쿼터스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일반 대학에 짜여진 커리가 있다면 유비대학에서는 교양을 스스로 찾아 획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교양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조사하고 문서를 작성할 수 있는 글쓰기의 힘은 더욱 필요하다.    -다치바나 다카시


know-how가 아닌 know-where를 강조할 필요도 없이 정보는 어디에나 넘쳐난다. 중요한 것은 이 폭발적인 정보를 엮어낼 수 있는 나만의 시각, 글쓰기는 나의 관점을 훈련하고 집약하여 드러내는 주요한 도구이다. 배우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학습시대에  글쓰기가 새롭게 부각된다. 오랫동안 소극적이고 내향적인 사람들의 소일거리, 비주류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글쓰기능력도 시대적 요구를 파고들면  막강한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나의 에고는 내가 영원히 살아있고, 사람들 또한 영원히 살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 존재가 한순간의 찰나이며 유한하다는 사실, 그리고 시간을 붙잡을 수 없다는 진실은 나에게 더없이 큰 상처다. 부족한 나의 작품  만이 내가 가진 전부가 되어버리는, 그런 완전한 고립 속에서도 글을 쓴다.        -나탈리 골드버그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다 보면 표현과 소통 같은 고유함에 주목하는 책이 있고, 기능과 요령을 중시하는 책이 있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전자의 대표선수라고 할 수 있다. 신들린 듯한 문체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보았지만 그녀의 글쓰기에 대한 사랑과 혜안은 존중할만하다.  삶에는 분명 한없는 허망함과 절대 고독이 있고, 그것을 이겨내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글쓰기이다. 장영희교수 가는 길에 외롭지 말라고,  그녀가 쓴 책 십 여 권을 함께 묻어주는 것을 보았다. 나의 글, 나의 책은 분명 나의 분신이다. 자신의 책을 가진 사람은 외롭지 않다. 우리의 존재가 유한한 한 글을 쓰려는 욕망 또한 계속되리라. 


우리는 모든 어둠과 빛, 얼룩 투성이를 짊어지고 혼돈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  우리의 글만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라 삶도 대부분 그렇다. 이 혼돈 속에서 질문과 답과 아름다움을 찾기 위한 노력을 종이 위에 의미 있는 무언가로 펼쳐놓을 때, 당신은 드디어 당신만의 진실을 갖고 세상을 대하게 된다. 비로소 당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이다. -바바라 애버크롬비

그렇다! 분명 글쓰기에는 이런 위력이 있다. 표현, 소통, 초월, 학습과 성장, 위로와 영생의 추구 같은 중차대한 역할을 한 방에 수행하는 도구라니 실로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내가 글쓰기를 영접할 수 있었던 것을 자축하며 기꺼이 항복한다.  나의 모든 꿈과 시도와 기쁨을 들어 너에게 바치노니,  너에게 더욱 깊이 빠져들 것이니, 글쓰기여! 내게 천상의 음률을 들려 줘.

글쓰기의 목적은 돈을 벌거나 유명해지거나 데이트 상대를 구하거나 잠자리 파트너를 만나거나 친구를 사귀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스티븐 킹


어떤 구절을 제일 뒤에 놓을까 잠시 생각하다가 스티븐 킹에게 그 영광을 돌린다. 우리의 목적은 언제나 ‘지금, 여기에서’ 기쁘게 살아남는 것이므로. 그러고 보니 글쓰기에의 중독은 삶에 대한 지독한 탐구와 같은 말이었구나!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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