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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7일 22시 21분 등록
'바늘로 우물 파듯이 글을 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터키의 '오르한 파묵'은 말했습니다. '자기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의 말은 단순합니다.

'바늘과 파기'는 방법도 도구도 단순합니다.

자기개발 열풍이 한창입니다. 직장인들은 퇴근하면, 각종 세미나와 강연을 찾기 바쁩니다. 이런 교육은 달콤한 사탕처럼 유혹합니다. 먹기만 하면, 대인관계, 시간관리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인양 꾸밉니다. '하루만에 훌륭한 작가 되기'라는 강좌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강연에 많이 참석했고, 이런 교육을 기획해 보기도 했습니다.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돈주고 듣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럴듯하게 포장해야 합니다. 실제로 기획할 때 예상했던 기대감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왔습니다.

디지털시대에 여러가지 상술과 더불어서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유혹은 '긁어다 붙이거나, 가져다가 조립하면 된다'라는 생각입니다. 빠른 시간에 그럴듯한 무언가를 생산할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해도 학습에 있어서 '스피드와 질은 반비례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바이올린을 연습하는 사람들은 빠르게 연습하지 않습니다. 한 음, 한 음 정확히 집어가며 천천히 훈련을 합니다. 근력운동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근육의 이완때 느껴지는 고통을 날치기 하지 않고, 고스란히 느낍니다. 그 과정은 따분하고 지리멸렬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뇌가 알아듣지 못합니다. 머리가 알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반복이 필요하고, 자연스럽게 체화하기 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리적으로 실력은 신경세포간의 통신속도에 좌우됩니다. 동시다발적으로 통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은 물론입니다.

나쁜 버릇이 있는데, '짧은 시간에 끝마칠 수 있다'는 오만입니다. 일이건 공부건 관계이건, 빨리 끝낼 수 있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이런 생각이 발전하면, 비현실적인 감각을 갖습니다.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높은 목표를 설정합니다. 당연히 실패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립니다. 약간만 어려워도 금방 싫증을 내고, 끝까지 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성과는 없고, 벌려놓은 일은 많기에 복잡합니다.

스토리텔링 형식의 자기개발서, 동영상으로 시간 때우는 세미나와 강연이 판칩니다. Less is more, 지식 사회의 필요악은 오히려 너무 많은 방법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방법만 찾다가 볼장 다 봅니다. 방법을 아는 것은 자기개발이 아닙니다. 진실된 자기개발은 하나도 재미없습니다. 이승엽은 혼이 들어간 연습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성공하기 위한 방법을 버젓이 말했는데, 이승엽같은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재미없고,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 무엇'을 개발하는 과정은 고독하고 지루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1년 확 지나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럴 수없고, 한없이 늘어지는 시간의 길이를 직시하며 1각 1각 오롯이 느낄수 밖에 없습니다. Ctrl+V가 아니라, 바늘로 땅파기입니다. 새로운 바늘을 찾겠다고 투정부리거나 더 잘파지는 땅으로 옮기는 것도 지루함을 면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합니다.

오늘 한 일 내일도 하고, 그 다음날도 하고, 그렇게 10년을 쌓아가는 것이 가장 확실한 자기개발임을 이제서야 깨닫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앞으로 70년은 더 살테니까요.

학력위조가 판치는 곳에서도 아랑곳 하지 않고, 우뚝 선 사람들. 장정일이 시간관리 강좌 듣고 저술했을까요? 서태지가 1인기업 강좌 듣고 최고 뮤지션이 됐을까요?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바늘로 우물 판 사람들입니다. 날뛰는 본성이 관찰을 방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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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9.07 15:41:01 *.70.72.121
그래요. 물방울이 바위를 뚫지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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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
2007.09.07 16:20:20 *.138.143.165
참으로 일침이 되는 이야기네요. 동감합니다. 높이 달린 사과를 따기위해서는 사다리를 놓던가 점프를 하던가..나무를 흔들던가..아예 나무를 뽑던가 해야하지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무 주변만 서성이며 생각만 합니다. 무언가를 해야하는건 피곤하니....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사과를 따기위한 개념만 열심히 구상하고 계획만 수십번 만듭니다....결국 사과밑에서 입벌리고 있는것과 크게 다를바가 없습니다. 제 생활부터 우선 반성을 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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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9.07 20:29:13 *.70.72.121
좋아서 다시 듣는 노래처럼 구직자님의 글을 다시 읽습니다. 글이 되돌리기를 하여 듣고 또 듣고 따라 불러보고 싶어지는 노래가 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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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7.09.09 11:00:03 *.209.110.33
아주 고집스럽고 원칙적인 글이 마음을 파고듭니다.
위의 글이 '씨앗글'이 되어, 님의 저술계획에
박차를 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처럼 결연하고 의지력강한 새로운 정체성에 어울리는
새로운 이름을 갖는 것은 어떨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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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
2007.09.09 13:38:49 *.207.136.252
바꿀려고 생각중입니다. 좋은 이름 추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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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07.09.09 14:19:40 *.243.5.20
윽, 찔려라...며칠 전에 '하루만에 훌륭한 작가 되기' 세미나 다녀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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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강
2007.09.09 18:02:56 *.59.91.79
정.직.과. 성.실.로 일.상.을 재.창.조.하.는 과.정.은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입.니.다. 성.공.을 목.표.로 삼.지.않.는.이.에.게. 박.제.된.청.춘.에.게.도 날.개.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ㅁ ㅓ ㅅ. ㅈ ㅣ ㄴ. ㄱㅡㄹ 이네요. 천.천.히 사.색.하.며 읽.어.나.가.려.고 노.력.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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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9.09 18:04:12 *.70.72.121
바울이 어떠세요? 적으신 바늘로 우물을 판다는 원칙에 입각한 근면 성실함과 사도 바울 이라는 의미도 있어요. 그가 진실하게 예수님의 말씀에 순명하는 사람이 되기까지가 교훈적이고, 최초의 아름다운 사제가 되기까지의 감동적인 일화가 위의 글과 잘 어울리는 듯 해서요. 초아선생님께서 보신다면 더 좋은 이름을 지어주실 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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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7.09.10 00:06:37 *.209.111.54
막 써핑하다가, 누군가 명함에 '행복한 글쟁이'라고 쓰고싶다고 한 것을 보았네요. 살아보니, 스스로 즐기는 것만한 해답도 위안도 없는 것같아요.

대중의 호응에 상관없이, 꾸준히 오래도록 걸어가려면 스스로 즐기는 것이 최고이고, 그래야만 행복할 수 있을 것같아서요. 제 목표인데 살짝 빌려드리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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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
2007.09.10 08:35:54 *.10.148.214
생에 최고의 관심을 받았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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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2007.09.12 00:06:05 *.155.44.56
가슴을 울리는 좋은글이였습니다..출력해서 책상 유리판 아래 넣어두고 한동안만이라도 보고또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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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도리
2007.09.18 12:02:36 *.9.72.218
잘 읽었습니다. 막연하게 생각됐던 것들이 일순 환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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