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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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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18일 02시 18분 등록

* 아.. 제목 붙이기 정말 힘듭니다. ^^;;

1. 코칭 대화를 나누다

김지혜님의 4주간 무료코칭을 신청했습니다. 주일날 오전 7:30, 헤드셋을 통해 들리는 지혜씨의 담담한 목소리가 귀에 착 감깁니다. 돌아보면 이제까지 남에게 조언을 하는 위치일 때가 많았고, 윗사람에게 조언을 들어도 결국은 제 뜻대로 하고야 마는 사람이었는데요.
막상 첫 코칭대화 전날 준비양식의 질문들을 보니 제대로 정리해서 대답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이런 심오한 질문들에 답하라니.. ’ 갑자기 창피한 생각도 들고 신청을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일단 코칭이 뭘까 하는 호기심이 굴뚝을 막아버렸습니다.
첫 코칭대화, 저는 여러 번 당황했습니다. 대화의 이슈를 정하는 것이 제 몫이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이유냐, 그것만 해결되면 되느냐, 그래서 결국 원하는 모습, 얻는 유익이 뭐냐.. 얼굴이 보이지 않고 음성만 들리는 지혜씨의 질문에 땀이 삐질 삐질 났습니다.
가장 밑바닥, 색칠하지 않은 순전한 욕망과 이유에 대해서, 솔직하게 답하기란 힘들었습니다. 나중에 녹음파일을 들어보니 얼굴이 화끈거리더군요. 그래도, 가끔 거짓말한 부분,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던 부분, 정리 안된 얽힌 실타래 같은 언어와 생각들을 지혜씨가 잘 짚어주고 정리해 주어서 좋았습니다. 2번째 코칭대화 후 한주간 저의 실천사항은 [나의 성품에 대해 적어도 4가지 이상 칭찬하기]였습니다. 칭찬보다는 평가나 비평이 많은 편인데, 더군다나 나에 대해 칭찬하기라… 어렵다 생각했는데, 막상 해 보니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칭찬할 거리를 찾다 보니, 타인의 좋은 성품, 좋은 태도와 표현을 찾게 되고, 제 입에서 칭찬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칭찬한 나를 보니 흐뭇했습니다.
이제 2번 남은 코칭대화 시간, 또 어떤 이슈를 가지고 대화할 지 모르겠지만 좋은 시간이었고 몇 가지 중요한 깨달음을 준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가식 없는 관심과 지지를 느끼게 해 준 지혜 코치님에게 감사합니다.

2. 강의를 하다

교회에서 기도회를 인도하는 것, 성경공부 모임 리더를 하는 것, 대형집회 무대에서 악기를 다루는 것... 과는 다른 강의료를 받고 사람들 앞에 섰습니다. 자유시민대학의 새터민(*탈북자) 대상으로 취업강좌를 하는 것인데 토요일 2강좌를 얼떨결에 하게 됐습니다. 대부분 중국에서 일정기간 체류 후에 한국에 들어온 분들인데 정착한 지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아직 북한 말투가 배어 있었습니다. 오전 시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쓰기인데 인터넷에서 불펌한 내용들로 가득했습니다. 성격 장단점 란에 하나같이 정직하고, 성실하고, 남을 배려하는 인정이 많다. 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4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칭찬받았던 기억 5가지, 살면서 가장 잘 했다 생각하는 일 5가지, 생각만해도 좋은 것 5가지, 10년 후에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 상상하기. 쌀가마니를 잘 들어서 칭찬받았다는 근육질의 남자분, 몸매가 좋아서 해수욕장에서 수영복 입고 남들의 시선을 받을 때가 가장 잘 한 일라는 여자분, 돈을 많이 벌어서 중국에 있는 어린 딸을 데려와 같이 사는 것이 10년 후 목표라는 분, 7공주 중 막내딸이라 뭘 해도 아버지께 칭찬을 받았다면서 북한에 있던 아버지 생각에 통곡하던 여자분.. 다양한 대답들이 나오고, 서로 이야기 하고 싶어서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몇 분이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살면서 이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기분 디게 좋수다.. 북한에선 단순한 일만 해서리 남한 와서 머리가 터질라 합니다..
오후엔 개별 상담이었는데, 북한에서 했던 일이 무엇인지, 그 일이 즐거웠는지, 한국에 와서 직업훈련 받은 것이 마음에 드는지, 그 직업의 장래가 어떤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숨을 쉬는 분, 취업이 결정됐지만 문구용품 이름을 잘 몰라서 고민하던 분, 간호조무사 시험을 앞두고 암기 잘하는 법을 알려달라는 분. 15명이 각각 다르고 독특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타로 강의를 들어가게 됐지만 끝나고 나서 몇 가지 하고 싶은 것과 기분 좋은 느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알려주고 응답을 듣고 싶다는 것, 앞으로도 뜻밖의 기회가 생길 때를 대비해서 좋은 자료를 만들고 싶다는 것, 그 분들과 좋은 교감을 했다는 기분 좋은 느낌, 4가지 질문을 나에게 던져 줬던 이기찬 단장님, 구본형 선생님의 강의, 변.경.연의 많은 글을 쓰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아, 그리고 새터민들처럼 누군가 한번도 그런 질문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에게 내가 질문하는 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 했습니다.

3. 반도체, 한번 해보자

지금 이 직업을 가지면서 내게 있어 가장 인상적이고 성공적인 고객과의 STORY를 만든 업체는 DRAM Memory design house 입니다. 대만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고 해외업체라 부담스럽다 생각하던 차에 채용의뢰서에 적힌 알 수 없는 용어들을 보니 더욱 자신 없어했던 장면이 생각납니다. 국내에 R&D 법인을 오픈하면서 엔지니어들을 채용하는 건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S사, H사의 인력들이 오면 가장 좋다 했었는데 운이 좋았는지 첫 번째 채용된 엔지니어가 S사 출신이었고 고객사의 부사장님과 S사 시절 같이 일했던 사람이었습니다. 2명, 3명.. 순조롭다가 정말 후보자가 없어 고전할 때, 고객사의 부사장님이 사무실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무거운 발걸음을 했는데 미팅룸으로 들어가니 프로젝터에 불이 들어오고 부사장님의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됐습니다. 국내외 동종업계의 매출, 엔지니어 구성현황, 기술현황 등을 자사와 비교해 주시더군요. 어떤 부분에서 우위에 있는지, 구직자들에게 vision 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설명해 주시며, ‘당신은 우리회사 인사의 최전방에 있는 사람이다. 우리회사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잘 설명해 주기 바란다. 혹 그 사람이 채용되지 않더라도 당신과의 만남으로 우리 회사를 좋은 회사로 기억하게 되도록 해 주기 바란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인터뷰에 동행한 저를 불러서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먼저 묻고, 함께 인터뷰에 참석했습니다. 간혹 불량한 대답을 하는 후보자 인터뷰 때는 가슴을 졸이기도 하고, 정말 지금 생각해도 멋진 후보자 인터뷰 때는 웃음이 가득했었습니다.
지금까지 6명의 엔지니어가 채용되어 근무하고 있고 계속 오더를 진행 중입니다. 오더를 진행하면서 업계정보와 기술동향, 각종 용어들을 정리하고 공부했습니다. 저의 Strength Finder 결과 중 탐구심과 학습자 테마가 있습니다. 이기찬 단장님께서 재능해석 하면서 ‘자신의 강점 테마를 의식적으로 사용하고 강화하라’고 했던 말씀을 기억합니다.
이제까지 앞의 고객사와 비슷한 메모리업체들 대상으로 영업하고 오더를 받았었는데, 9월 들어서 분야를 넓히기로 결정하고 탐구심과 학습자 테마에 의거,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공대 출신은 아니지만 하다 보니 관통하는 깨달음(!@@)이 생기더군요. 지난 주 금요일, 한 기업체 인사담당자에게 전화(영업)를 걸었습니다. 담당자 왈, ‘반도체에 대해 뭘 알고 전화하십니까? 오늘만도 무수히 많은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 위의 고객 이야기를 하며, 방문약속을 잡자고 했습니다. 약간 긴장한 상태에서 가진 미팅에서 저의 일천한 밑천은 제대로 발휘를 해 주었습니다. 사실 새로운 용어들을 더 학습해야 하지만, 오늘 후보자들의 이력서를 해석(ㅋㅋ) 하면서 다시 흥미와 열심이 불끈 솟아오릅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국제 반도체,디스플레이 대전도 기대가 됩니다. 다 제 거래처가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마구마구 듭니다.

4. 임상시험 대상자가 되다.

얼마 전 구본형 선생님의 ‘배’ 사진을 보고, 사진을 찍은 분을 살짝 미워했습니다. 저런 무방비상태를 찍어버리다니.. 접히지 않을 때, 똑바로 서 있을 때만 찍어주지 말입니다.
태어날 당시 세브란스 여아 출생자 중 최고 우량아의 기록으로 어린 시절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우량아 대회 출전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물도 참 맛있게 먹는 저란 사람이 작년부터 갑상선 쪽 질환을 앓았습니다. 살이 더 찌기 시작했지요. 2달 전 신문에 난 ** 임상시험에 응모, 대상자로 합격했습니다. **약과 함께, 영양사, 정신상담사,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2년에 걸쳐 임상시험을 진행하게 됩니다. 매일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음식은 먹은 시간과 양, 칼로리를 기록하고, 만보계로 매일 걸음 수를 기록합니다. 병원 방문 시에는 영양사, 의사와 상담을 통해, 어떤 때 배고프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음식을 찾게 되고 먹었는지 원인을 밝힙니다. 저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가 나면 음식을 섭취하는 장애가 있다고 합니다.
어쨌든 회사와 집에 내용을 이야기하니 걱정하는 사람도 있고, 잘 해보라고 격려해 주는 사람도 있고, 더 맛있는 음식으로 저를 유혹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그런 걸 다 했냐고 신기해 합니다. 저도 그런 생각 들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무서운 게 없어진 걸까? 아님 진짜 독한 맘 먹고 살 빼려고 그러나? 스스로 의아합니다.



2007년 1월에서 9월까지, 제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데, 뭔지는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열린 마음, 사람들과 마음 나누는 것에 더 민감하고 예민해 진 것, 용감해 진 것, 좋은 것 가치 있는 것에 대한 쏠림, 나 자신을 연구하는 것. 좋은 서평의 멋진 경험을 읽고 도전 받기, 따라 해보기, 예전보다 조금 나아진 실천..

아무튼 확실히 표현하진 못하겠지만 변.경.연.홈페이지와 함성 식구들의 선한 영향력에 대해 감사하고 싶습니다. 이런 이야길 나누게 될 줄은 정말 몰랐던 ‘나’의 작은 변화에 스스로 칭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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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바다
2007.09.18 07:45:01 *.246.146.170
샬롬~ 사무엘님.
작은 변화와 그 작은 승리들이 모여서 큰 변화를 이루겠지요.
'선한 영향력'이란 단어가 착 감겨듭니다.
그렇게 선한 영향을 서로 주고 받으면서 계속 성장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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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2007.09.18 12:05:54 *.120.97.115
안녕하세요, 꿈벗 7기 김용균 입니다. 동경에 살고 있어 변경연 모임에는 거의 참석못하고 있지만 웹사이트는 자주 오고 있지요.

아이디만 봐도 선한 분이라고 여겨집니다^^ 파란바다 님의 말씀처럼 [선한 영향력]이란 단어가 가슴에 깊이 다가오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선한 하루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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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9.18 17:43:22 *.70.72.121
사무엘아, 늘 바쁘지? 그대도 연구원 하면 좋겠다. 총무로 말야. 잘하니까.

꾸준히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참 좋다. 꿈 벗 모임에서 보자. 잘 지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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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
2007.09.18 23:49:10 *.226.109.60
임상시험 대상자의 과제가 식사,운동일지를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거랍니다. am 7:20/ 흰우유/ 200ml/ 120cal. pm9:00 빨리걷기 5km.. 이런 식으로요. 마음과 생각으로 들어오는 것과 들어온 걸 바탕으로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이렇게 명확하다면 좋겠어요. ^^
늘 관심사가 생기면 책을 통해서 파곤 했는데, 요즈음의 저를 보니, 이 곳에서 좋은 글들과 가끔씩이라도 만나는 좋은 님들을 통한 input 이 많네요. 파란바다님과 김용균님의 댓글을 통해서도 '선한'기운을 받습니다. 아직 뵙지도 못했지만, 이렇게 기원하고 선한 흐름을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써니 언니, 지난 번 음악회 때 못 간 게 너무 아쉬웠어요. 바쁠수록 정돈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헤메이고 있네요. ^^ 연구원 총무가 가져야할 능력과 자질이 뭔가요? ㅋㅋ 아.. 너무 큰 꿈처럼 느껴져요, 연구원은. 못 만나도 늘 홈피의 댓글들과 게시물을 보면서 함께 있는 느낌이예요. 그래도.. 갑자기 보고 싶다는 생각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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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07.09.19 18:20:57 *.92.16.25
사무엘님의 인상과 글이 잘 매칭되네요. 푸근해져요. 지난 9개월을 아주 잘 보내셨다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앞으로도 그럴거라는 직감도 들고요.
제목은 "나, 사무엘의 작은 변화이야기",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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