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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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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2일 10시 59분 등록
지리산에서의 첫날

10대 풍광 중 일 번을 시작했다. 지리산에 단식하러 왔다. 남부터미널에서 버스로 네 시간이나 걸려 원지라는 곳에 도착했다. 차가 세 대 정도는 들락대는 작지만 그래도 터미널일줄 알았다. 엄밀히 말해서 정류장이었다. 나를 포함한 몇 명을 떨구고는 바로 직진해서 가버리시는 게 아닌가? 드디어 시골 정류장에 온 것이다. 다행히 한 시간여를 기다려 주신 목사님 내외와 만나 자가용으로 이 삼십 분을 또 들어 온 지리산 끝자락에 짐을 풀었다. 산으로 따지면 끝자락 정도지만, 인가 쪽에서 보면 정말 맨 끝 집이다. 드디어 핸드폰이 안 터진다는 오지마을에 들어왔다. 내가 본 가장 허름하고, 어수선한 이 펜션에서 한 달여 동안 어떤 변화가 날 기다리고 있을까? 호기심과 기대감, 설렘과 두려움이 묘한 느낌이지만, 한 일도 없이 무척이나 피곤하다. 그냥 잠을 청할까 하다가 눈꺼풀을 억지로 잡아 떼놓는 중이다.
오자마자 시커먼 숯가루 몽글한 덩이들을 두 숟가락이나 먹었다. 매 삼 십분 마다 두 숟갈씩 먹으라신다. 오늘은 다행히 먹을 만 하다. 총 세 번을 불규칙적으로 먹었다. 이것도 딱딱 안 된다. 아직은 낯설고 난감하다. 8시가 좀 넘어 예배를 봤다. 이곳의 규칙, 하루 두 번 예배에 참석해야 한단다. 목사님, 서병호님, 장로님, 나 이렇게 넷이었다. 서병호님의 소개가 인상적이었다. 직장암 판정 후 죽마고우인 목사님을 찾아 이곳에 오셨단다. 54킬로그램 정도였던 몸무게가 포도단식 25일만에 43킬로그램이 되셨단다. 정말 말씀대로 피골이 상접해지셨다. 그런데도 정신은 또렷하고 맑다고 하신다. 기운이 떨어진 것 외에는 좋다고 하신다. 소개타임인데도 목사님과 장로님은 따로 소개가 없으셨다.
예배 후 진찰을 받았다. 무슨 대체의학 같기도 하고, 한의학 같기도 한 진찰이었다. 주소, 혈액형을 물으시더니 문진이 제법 기셨다. 대답을 하고 보니 정말 개념 없는 의식주란 생각이 든다. 흥청망청 막 가는 인생이 이런 걸까. 누우라 시더니 진맥을 하고, 손을 꼼꼼히 살피시더니 배 여기 저기를 꾹꾹 누르셨다. 참을 만한 아픔과 매우 아픔으로 나뉘는 대답을 적어나가셨다. 돋보기와 플래시로 두 눈을 차례로 살펴보시더니, 결론은 전국구라 하신다. 간에서 단백질 흡수가 안되어 효소를 제대로 생성 못하고, 그 결과 호르몬 생성이 안 된단다. 심장도 안 좋고, 특히 어깨와 유방 혈액순환 등 종합병원 수준이다. 그래도 참 잘 왔다고 칭찬해 주시니 기분은 좋다. 끝나고 나서 그 즉시 삼겹살에 소주를 먹으면 어떡하느냐는 내 질문에 한 달의 강의가 있어 그런 생각이 안 들 테니 걱정 말라신다. 난 또 걱정이다. 이놈의 고질병…….

2007-10-10 11:3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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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2007.10.23 22:59:13 *.187.230.228
gina님,

저도 올해 6월에 짧지만 포도단식을 했었습니다.
지리산에서의 단식은 어떨지 많이 궁금했는데..
이렇게 자세히 올려 주셨네요.
이제 첫날 일기를 읽었는데..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아주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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