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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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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2일 11시 10분 등록
여섯째 날

역시 예배시간에 맞춰 시끄러워진 거실소리에 일어났다. 사실 새벽부터 어슴푸레 깨어있었지만, 비몽사몽 이부자리를 붙잡고 있었다. 게으름의 전형이다. 따뜻한 물 한 잔을 들이키고 역시 세수도 양치질도 없이 예배에 참석했다. 찬미가는 여전히 머릿속에서만 웅얼거리고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가 않는다. 포도밥을 먹고, 오늘은 덕산 문화의 집에 가기로 되어있다. 부지런히 두꺼운 <제3의 침팬지>를 읽었다. 10시반 포도밥을 먹고는 교통사고 때문에 생긴 렌터카를 몰고 덕산으로 왔다. 연료 게이지에 불이 들어와 LPG 충전소를 찾는데, 원지까지 가야 한단다. 내가 처음 도착했던 원지로 차를 몰고 가는데 옆의 서선생님은 풍경 얘기를 꺼내시고, 나는 연신 길을 찾느라 집중을 했다. 18km나 가서 충전을 하고 집까지는 아마 두 배는 넘는 거리를 와야 한다. 참 아깝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시골생활은 이런 점이 좀 불편한 것 같다. 이메일을 챙기고, 휴대폰 충전을 잠깐 하고, 아이들 용 비디오와 베르베르의 <뇌>를 빌려 집으로 향했다. 중간에 서선생님은 신문을 사고, 나는 담배를 두 갑 샀다. 목사님 아시면 혼날거라시며 끊으라 하시는데, 금단현상에 시달리느니 줄이겠노라고 겸연쩍게 웃어 버렸다.

구본형 선생님의 답장이 와 있었다. 10대 풍광을 자세히 그려오라신다. 밤이고 낮이고 골몰해 사업계획서를 만들라신다. 그 계획이 열정을 만들도록 하라신다. 가라실 땐 ‘그냥’ 가라시더니, 이제 와서는 단호히 주문을 하신다. 애정이 덜 가는 타입의 소유자로 나를 지목한 것은 나 또한 인정을 하겠지만, 정말 그 표현을 하신 건지, 원래 그러시는지……. 딱 세 줄로 쓰여진 이메일을 보는 순간, 읽고 또 읽어도 섭섭하다. 그러면서 정말 이게 다인 것을 무얼 더 바라는 건지 내 자신이 더 수상하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또 꿈틀대나 보다. 선생님의 짧은 답장은 나를 채찍질 하기에 충분한 것 같다.

집에 와서는 내내 책을 붙들었다. 역시 소설책은 진도가 빠르다. 베르베르의 소설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책 읽는 외에는 달리 할 일도 없다. 잠깐 운동 삼아 집 옆으로 흐르는 물에 가서 빨래를 했다. 그래 봐야 속옷 몇 장과 양말 한 켤레, 티셔츠지만 대몽둥이로 두들겨 가며 제법 시늉을 내니 재미있다. 유치원생 즈음에 걸레를 들고 동네 개울가로 빨래하러 다녀온 이후로 처음이다. 저녁엔 관장을 했는데 시원치가 않다. 뱃속이 차갑게 느껴지고 기분도 영 좋지가 않다. 예배 후 목사님을 붙들고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종교, 철학, 진화론 등 내가 흥미 있어 하는 얘기들을 조심스레 펼쳐 놓는데, 역시나 목사님다운 말씀이 넘치셨다. 성경말씀으로 시작과 끝을 맺으셨으니 말이다. 객관적인 시각을 원하는 건 애초부터 무리였다. 신념을 어떻게 객관화 시키겠는가? 그래도 이 곳에 있는 동안 많은 얘기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내심 기대된다.
2007-10-15 10:4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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