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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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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18일 15시 49분 등록
동아일보에서는 2006년 11월 16일자부터 6회에 걸쳐, ‘대한민국의 50대’에 대한 집중적인 기사를 다루었다. 전국의 50대 862명에게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그리고 그 설문 결과를 정신과 전문의, 사회학자, 심리학자 등 18명에게 분석하게 했다. 그 결과 한국의 50대는 퇴출 불안 속에 놓인 일중독자, 부양받지도 못하면서 자식에게 퍼주는 마지막 ‘바보’ 세대, ‘뽕짝’이 놀이의 주류인 문화 소외세대 등의 키워드로 압축됐다.


그러나 이 기사는 상당히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며 끝을 맺고 있다. 50대가 갖고 있는 경제적 문화적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나는 거기에 시대적 경험을 추가하고 싶다. 7,80년대에 젊음을 보낸 50대는 ‘사회적 자아’를 가져본 세대이다. 민중과 더불어 사회변혁을 쟁취한다는 대명제에 몸을 바친 세대이다. 사회과학적인 안목을 갖추기 위해 치열한 스터디를 했으며, 공장과 감옥으로 젊음을 투신했다. 이제 전무후무한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젊은 날의 경험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우리 자신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입지를 꿰뚫어보고 새로운 역할모델을 만들어나갈 소명이 있다는 얘기이다.


프랑크 쉬르마허가 지은, ‘고령사회 2018’ 나무생각 2005.4 이라는 책은 굉장히 혁신적이다. 신기할 정도로 내 생각과 같은 저자였다. 저자에 의하면 우리 사회를 점령하고 있는 연령 인종주의는 거의 재앙의 수준이다. 주름살도 근심걱정도 없는 젊은이를 척도로 삼아 그렇지 못한 인간을 무능하다고 비난하는 행위는 살인적이다.


젊은이위주의 문화는 노화를 터부시하기 때문에 이제껏 나이든다는 경험은 언어화되어 주목받지 못했다. 미디어를 통해 증식되는 젊음의 모델에 비해 나이든 사람들이 역할모델을 갖지 못하게 된 이유이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지난 160년간 여성의 평균수명은 해마다 3개월씩 연장되었다. 지금 성장하고 있는 어린 세대의 평균수명이 95-100세가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 평균수명 100세라는, 인류학적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수명은 길어진 데 비해, 은퇴는 빨라졌다. 3-40년 동안 천천히 죽어갈 것인가. 아니면 새롭게 나이드는 법을 배울 것인가.


통계학은 영혼이 없다. 퇴직하는 사람을 늙었다고 부를 뿐이다. 이렇게 달라진 수명달력을 채우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우리는 스스로 도와야 한다. 세상에 차고 넘치는 젊은이의 문화에 비해, 나이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책도 영화도 시도 노래도 이데올로기도 없다. 이제 자의식강한 노년시대가 새롭게 자기를 확인하고자 하는 문화적 수요가 엄청나게 늘 것이다. 지금 나이들기 시작한 그대, 신천지가 열리고 있음을 자각하라. 인생60년에 맞추어져 있던 사회문화적 패러다임이 흔들리고 있다. 인생100년 사회로 가기 위한 과도기가 출렁이고 있다. 부모자식간의 관계가 달라지고, 평생교육 시장이 확대되며, 인생행로의 구조 자체가 바뀐다. 우리가 나이들어가는 하루하루만큼 역사가 바뀔 것이다.


지금 나이들기 시작했다면 그대, 우선 새로운 역할모델이 되어라. 우리는 어느 연령에서도 느끼고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 그럼으로써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젊은이 지배문화의 허위의식을 깨라. 수많은 선구자적 여성이 여성차별주의를 종식시키고 있는 것처럼, 다양한 시니어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이 연령차별주의를 종식시킬 것이다.


그 다음에 미디어를 장악하라. 그리하여 우리의 문화를 전파하라. 스무 살도 안 된 연예인들의 재롱으로 넘쳐나는 TV를 보라. 왜 우리가 그들의 사생활까지 알아야 하는가. 게다가 연예인을 키우고 이미지를 생산해내는 프로덕션의 존재라니, 시청자는 나날이 전문화, 대형화되어가는 프로덕션이 제공하는 취향을 받아들이는 기계인가. 미디어라고 하면 거창한 것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타임지가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했듯이, 정보화시대를 변혁시키고 있는 것은 언론-타임지가 아니라, 바로 얼굴없는 개인블로거인 ‘당신’인 것이다. 물론 힘이 쌓이면 유선방송이나 정기간행물로 확대될 수도 있다.


그리고 실버산업의 열매를 흡수하라. 보통 사회인이 되어 자리를 잡으면 서른이 다 된다. 그런데 쉰이 안 되어 명예퇴직을 하는수도 많다. 30년간 교육받으면서 준비해서 불과 20년 경제활동을 하고 물러난다? 그리고 30년 이상을 뒷방늙은이로, 사회의 조역으로 살아간다?
시니어세대가 새로운 출발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라이프사이클을 보든 경제적 요인을 보든 또 한 번의 인생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2018년이 되면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2026년에는 20%를 차지한다. 경제력과 사회경험을 갖춘 최초의 힘있는 고령인구이다. 사회자체가 재편되는 것이다. 지금 나이들기 시작한 당신이라면, 실버세대의 필요와 감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실버세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한다면, 무엇이든 발견해낼 수 있을 것이다. 실버산업의 주역이 되어라. 그리하여 끝까지 삶의 잔치에 참여하라.

IP *.81.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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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6.12.19 07:24:18 *.152.82.31
이렇게 좋은 글에 댓글이 달리지 않는다는 것은 아직도 연구소의 독자가 젊다는 것이겠군요.
시니어가 주목받는 사회문화를 만들어야 할 의무가 저한테도 있다는 말씀이시죠?
조만간 시니어로 분류될 가능성이 100%이니까요.
그리 멀지 않았네요.
그럼 샘도 시니어네. 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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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6.12.19 09:02:37 *.81.17.227
하하. 식이요법 열심히 해 놓고도 요요현상에 대비해서, 증인을 대두시키는 귀여움 앞에는 세월이 비껴갈 것 같은데요.
눈이 쌓여서 새벽 3시 반에 잠 못 이루는 분도 마찬가지이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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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반
2006.12.19 09:30:38 *.116.34.228
공연히 괜한 사람 끌어 들이네.

밟지 않은 눈은 햇볓에 조금씩 녹아 내리고 채양의 물홈통엔 간혹 낙수 소리 진다. 눈 내린 다음 날 나는 어린 제자 둘을 데리고 북한산 비봉에 올랐는데, 산은 미끄럽고 사람은 많아 그 아래서 사진 몇장 정겹게 찍고 내려 왔다. 생각하면 더 없이 고운 장면이다.

눈은 며칠 밤 낮 얼고 녹아 작은 얼음 알갱이처럼 되었다. 거울처럼 햇빛을 되받아 쏘아 내는데, 나는 이렇게 환장하게 밝은 날을 일년에 몇 번 보지 못했다. 사람의 지혜는 잘 늙을 수록 빛나고, 종종 아이 보다 더 밝은 노인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 사람이 되면 잘 살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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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2006.12.19 09:54:56 *.242.222.126
거 참 괜찮은 사람들의 괜찮은 이야기 마당일세.
힘이 나고 맑아질 수 있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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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
2006.12.28 20:36:50 *.75.166.98
좋은 글 감사합니다.
참되게 공감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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