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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12일 11시 53분 등록
품질 혁신에 대한 올바른 방향, 2007년 3월 20일, 로템

세상의 유행이 변하듯이 품질 혁신에 대한 정의와 방법도 유행을 타왔다. 한때 에드워드 데밍의 품질혁신 방법을 도입하여 품질 혁명에 성공한 일본의 품질관리 방식이 QC (Quality Circle)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소개된 이래 수많은 혁신의 방법들이 실험되어 왔다. TQM(Total Quality Mnagement), CWQM( Company- wide Quality Management) 이라는 이름들로 계승되어 오다가 1990년대 이르러 미국식 접근법인 Benchmarking,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 그리고 고객의 평생관리에 초점을 맞춘 CRM (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등이 힘을 얻어 왔다.

이때부터는 여기에 IT 기술력이 접목되어 시스템적인 품질경영혁신들이 유행의 첨단을 걷게 되었다. 2000년에 들어와서 가장 널리 알려진 품질과 경영 혁신의 대명사는 모토롤러에서 시작하여 GE에서 꽃을 핌으로써 우리에게도 잘 알려지게 된 6 시그마 (6 Sigma) 라 할 수 있다. 삼성 , LG, 포스코등 국내 최고의 기업들은 6시그마를 경영및 품질 혁신 우산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유행이 아니다. 이름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현장에서 우리가 ‘디자인한대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품질 경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축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하나의 축은 ‘질서 유지’다. 즉 제품이나 서비스가 우리가 규정한 영역을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통제하는 작업이다. 영역을 벗어나는 것을 에러라고 표현하면, 에러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영역 내에서 통제하는 것이 품질 경영의 한 축이라는 뜻이다. 대표적으로 6 시그마는 허용된 관리 영역을 벗어나는 불량품이 100만개의 산출물 중에서 3.4개 이내에 머물러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집행된다.

품질 혁명의 또 하나의 축은 ‘창조와 변화’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질서 속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실험’을 뜻한다. 이것은 불량없는 제품을 생산해 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장에서 실험해 가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관리와 통제가 아니라 창의력과 상상력이다.

한 예를 들어 두 개의 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자. 핸드폰이 등장하기 전에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던 제품은 일명 삐삐라고 불리던 페이저였다. 한때 이 제품은 영원한 생명을 가질 것 같았다. 이때 품질관리란 불량률을 줄여, 정해진 스팩대로 제품을 대량생산해 내는 것을 의미했다. 100만개의 페이저를 생산할 때 불량률이 0.1%에서 0.01 %로 줄었다면 비용은 훨씬 절감될 것이다. 만일 6 시그마 수준 까지 불량률을 줄여갈 수 있다면 품질관리는 완벽하게 성공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생각은 반만 맞는 생각이다. 어느 정도 까지는 성공적일지 모르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실제로 페이저 시장은 성장의 정점에서 갑자기 몰락하고 말았다. 휴대전화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아무도 페이저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사지 않는 제품을 6시그마 수준으로 만들어 낸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바로 이 대목에서 품질 혁명의 또 하나의 축이 작동되어야 하는 것이다. 즉 시장의 수요를 만족 시켜줄 수 있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해 내지 못하면 비즈니스는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다. 이때는 에러율의 관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창조와 변화가 중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일단 개념이 잡히면 만들어 내라. 만들어 낼 때는 품질을 관리하고 통제하라. 그러나 그것으로 만족해서는 안된다. 시장에서의 새로운 수요를 끊임없이 찾아내 지금의 수요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해 내라. 상상하고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것을 모색하고 실험하라. 품질이란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맞추어주는 것’ (Quality means fitness to the customer requirements) 라는 오래된 정의를 상기하라.

결국 품질경영이란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질서 속에서 변화를 만들어 내고 변화 속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작업이 서로 상생적으로 작동하는 싸이클’ 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둘 중에 어느 한 사이클에 편중해서는 안된다.

이 두 개의 축을 가장 잘 활용한 기업 중의 하나가 바로 캐논이다. 1997년 캐논은 시가총액에서 소니의 1/5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3년 소니를 추월하면서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부상했다. 1995년 9월 캐논의 사장으로 취임한 미라타이 후지오는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 즉 채산성이 없는 사업으로부터 과감한 철수를 단행했다. 1996년 1월에 퍼스컴사업에서 철수를 시작으로 1998년 전자 타이프라이터, 1999년 광카드 사업에서 철수했다. 1998년 가을에는 1000억엔 이상을 투자한 FLC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철수하고, SED 디스플레이 사업과의 일체화를 추진했다.

이것은 과감한 조치였다. 채산성이 떨어지는 사업에서부터의 철수는 인력의 조정을 불가피 하게 했다. 그러나 그는 사람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회사는 버려도 사람은 버리지 않는다는 일본의 전통적 정서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것이 바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라고 여겼다. 경쟁력이 약한 사업부와 계열산업을 도려내는 미국식 구조조정에 종신고용제라는 일본의 오래된 경영 스타일을 절충한 퓨전경영은 캐논의 성장 동력으로 작동했다. 여기에 1997년부터 셀(cell) 생산방식을 도입해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에 적합한 생산혁신을 이루어 냈다.

셀 생산방식은 숙련된 작업자가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팀을 구성하여 처음부터 마지막 공정까지 책임지고 완결 짓는 방식으로 기존의 자동화 벨트라인에 의존했던 분업화된 대량생산체계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실험이다. 이 실험은 일본 작업자들의 숙련된 생산력과 가이젠 문화에 적합한 생산 방식으로 그 효과가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일본의 특별한 차별성에 기초한 생산 방식이기 때문에 쉽게 다른 나라가 모방하기 어려운 측면 역시 커다란 장점으로 평가된다.

20세기의 대량 생산 방식체계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인간의 참여와 기여’를 과소평가했다는 점이다. 대량생산의 대명사인 ‘컨베이어 라인 생산체제’는 제품을 중심으로 고안된 체제다. 여기서 인간의 역할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분업화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사람이 주도하는 생산체계가 아니라 컨베이어벨트의 흐름이 생산을 주도하는 모형이다. 따라서 세세한 현장 감독이 필요하지 않을 뿐 아니라 요구되는 기능이 단순하기 때문에 작업자를 훈련하고 육성하는 데 많은 노력이 들지 않는다.

소품종 대량생산에 적합한 장점이 두드러져 산업사회의 상징물이 되기도 해왔다. 그러나 일종의 흐름생산이기 때문에 생산량의 변동에 대응하기 곤란하고 재공품이 증가하면서 리드 타임이 길어지고 작업자의 성취도가 매우 낮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셀 (cell) 방식은 컨베이어 라인생산이 가지는 약점을 대체할 수 있는 개념으로 도입되었다. 이 방식은 작업자가 한명 또는 여러 명이 팀을 이루어 부품의 장착에서부터 조립, 검사에 이르기 까지 모든 공정 혹은 일부 공정을 담당하는 생산 방식이다.

캐논 역시 1997년 이 방식을 도입했다. 6개월 간의 연수를 통해 5000 명의 작업자들을 교육시켰다. 이 속에는 공장장에서부터 일반 작업자 모두가 포함되었다. 이바라기 현에 있는 캐논의 아미 사업소는 1999년 공장 내 깔려 있는 2,649m 의 컨베이어 라인을 철수 하고 7개의 재고 창고를 폐쇄했다. 이를 시발점으로 캐논은 각 공장으로부터 총 연장 20km에 달하는 컨베이어벨트를 뜯어내고 45개의 재고 창고를 폐쇄하였다. 그 결과 1,739억엔에 달하는 원가절감 효과를 얻었고, 재공품 회전율도 31%가 상승했다.

작업자에게 일이 주어진다는 수동성은 작업자들이 ‘내가 제품을 만든다’는 능동적 사고로 전환되었다. 능동성과 보람은 1 인당 생산성은 1.5배로 높아지게 하는 동기를 부여했다. 숙달을 통해 생산라인의 작업자수가 줄어드는 것을 캐논에서는 활인(活人), 즉 사람을 살린다는 뜻으로 부른다. 생산현장에서의 낭비가 줄고, 생산성이 높아짐에 따라 약 27,000 명의 인원이 불필요하게 되었다. 캐논은 통상적인 방법대로 인원을 감축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이들을 모두 보다 성장성이 강한 부서로 이동 배치 시켜 활약하게 만들었다.

셀방식의 도입과 퓨전 구조조정등 일본성 경영 혁신을 바탕으로 3년 연속 순이익을 거푸 경신하며 시가총액에서󰡐전자대국󰡑소니를 누르고 정상에 오른 캐논은 일본 기업부활론의 선두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소니가 실적악화로 30대 직원들에게까지 명예퇴직을 신청 받기로 결정했을 때, 캐논의 미타라이 후지오 사장은 오히려 󰡐종신고용제󰡑를 재천명했던 것을 상기하면 이러한 순위의 뒤바뀜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는󰡐공동운명체의식으로 회사 전체가 단결하는 것이 캐논의 경쟁력이다󰡑라며 종신고용제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종신 고용은 전통적인 일본 경영 스타일의 우직한 답습이 아니다. 예를 들어 장기고용의 개념은 유지하되 연공서열의 보상제도는 완전히 바꿔 버렸다. 학력, 연령, 성별에 관계없이 오직 실력을 바탕으로 한 인사 및 보상제도를 정착시킴으로써 연령과 근무기간에 따른 프레미엄을 배제해 버린 것이다.

고용은 보장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계발한 전문가들에게만 승진과 높은 보상이 보장되게 되었다. 캐논은 특허를 경영의 핵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5 만건이 넘는 특허를 보유하고 매년 1만건 이상의 특허를 출원하여 미국과 유럽에 기술을 판매하는 회사가 되었다. 그리고 '회사는 버려도 사람은 절대 버리지 않는' 회사의 대명사가 되었다.

‘질서와 변화’, ‘통제와 창의성’ 이라는 품질 경영의 두 축을 모두 아우르면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만이 이 두 가지 모순을 안고 상생의 보완적 관계로 조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놓치면 품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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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4.12 12:07:03 *.166.0.204
쉽고 간결하여 경영에 문외한인 내역시 이를 이해 하겠습니다.
옛날에는 작은 시장 행상이 경제의 축을 이루다. 현대에는 경영이 복잡해 저 제일 어려운 학문으로 변하였으니 말입니다.

조금씩 읽는 컬럼에서 많은 걸 배우고 감니다. 선생님의 글귀를 보고 연구생들이 많은 공부를 하고 발전해 갈 것을 전 확신 합니다. 자주 글을 올려 주시고, 많은 가르침을 바랍니다.

- 부디 건강하시고 더욱 많은 컬럼과 명서를 부탁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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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7.04.12 13:24:49 *.191.117.254
품질관련 일을 하고 있는 저에게 아주 시의적절하고 핵심을 찌르는 좋은 글입니다. '사람을 놓치면 품질은 없다.'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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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4.12 14:56:54 *.70.72.121
떳다, 사부! 마음이 성급해져서 중간부터는 잘 못읽겠어요. ㅋㅋ
승완선배말이 자꾸만 생각이나요. 각자가 열심히 하지 않는 한 사부님께 배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연구원은 사부님의 품질이기에 항상 떨리고 두려워요. 그래도 어제보다 나은 품질이 되기위해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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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명식
2007.04.12 17:59:26 *.55.214.10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일본이 10년을 잃어버렸다는 말을 다시 생각해보네요. 캐논이나 도요타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들은 결코 10년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단지 변화의 결과가 나타나기 까지 10년이 걸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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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2007.04.12 21:29:34 *.252.102.167
드디어 구본형 선생님 글을 게시판에서 보게 되었네요^^. 역시 사람의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시니, 그래서 구선생님의 글은 가슴으로부터의 감동을 느끼게 합니다.

저는 외국계 건설업체에서 근무하는데요, 건설업에서도 품질은 매우 중요하거든요...그런데, 역시 서구 사람들은 사람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아니..아예 그런 개념을 생각 하지도 않지요.
그런 면에서 동양적 가치를 전파하는데 구선생님의 글이 큰 공헌을 할 수 있을거 같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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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용
2007.04.12 21:53:27 *.211.61.193
생산성의 시대에서 창조성의 시대로 전환되면서 품질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산업화시대에 생산성을 통한 품질에서는 일관되고 표준화된 시스템이 중요했던 반면에 창조성의 시대에서는 사람에 의한 품질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말씀과 맥을 같이 하고 있죠. 그래서 더욱더 사람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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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영
2007.04.16 12:26:21 *.78.130.218
품질관리는 결국 인력관리 라는 의미로 느껴집니다.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구요.
제가 생각하는 리더쉽과, 책에서 읽은 선생님의 주된 가르침이 너무
잘 맞아들어서 즐겁게 정독하고, 또 읽어서 제것으로 만들려구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남에게 표현할수 있을만큼 확립되지 못한 제 생각이 너무 안타까워서.....잠도 않옵니다. 좀더 일찍 선생님의 글을 접해서 저를 변화, 혁신할수 있었으면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에 선생님의 책을 많이 읽게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직은 질문을 할수있는 수준이 못되지만, 좋은 가르침에 대한 저의
작은 감사입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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