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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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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26일 22시 24분 등록
눈이 뜨인다. 시계를 보니 3시 10분이다. 어제 11시에 잠들었으니 4시간밖에 안 잔 거다. 이게 도대체 먼 일이여! 그런데 몸의 낌새가 이상하다. 일어나 세수를 하려고 하는데 발걸음이 잘 안 떼진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는게 느껴졌다. (어제밤부터 가슴이 좀 크게 두근거렸다.) 힘들게 화장실에 도착해 샤워를 한다. 찬 물로 샤워하면 몸이 잠에서 깰 줄 알았는데, 흐느적거림은 더 심해진다. 겨우 방으로 돌아와 다시 정신없이 잠으로 빠져들었다.

다시 눈을 뜨니 5시다. 알람소리 듣고 깼다. 오늘부터 포도를 먹는 날인데 어젯밤 시간이 좀 늦어 씻지 않고 잔 것이 퍼뜩 생각나 싱크대로 갔다. 포도를 씻는데 몸은 계속 이상하다. 온 몸이 구타당한 것처럼 힘이 하나도 없고 반신욕할 때처럼 전신에서 땀이 솟는다. 이게 명현현상인 건가? 아님 30년 동안 먹어오던 음식을 확 끊으니 몸이 너무 놀래서 반항하는 건가 싶다. 이러다 위험해지면 어떡하지?라며 슬그머니 두려움이 생긴다. 오늘 잡힌 약속이 2개나 있는데 참석못할 것도 같다고 미리 걱정에 빠졌다.

포도를 겨우 다 씻고, 방으로 돌아오니 도저히 힘들어서 안 되겠다. 너무 덥고 힘들어서 이불 다 제끼고 다시 잠들었다. 숯가루 먹을 시간 놓칠까봐 자다깨다를 반복하다가 6시 반이 되어서야 다시 정신을 차렸다. 숯가루를 먹고 다시 잠들었다가 7시에 포도를 먹었다. 이제 좀 정신이 또렷해지고 몸이 기운을 차리는 듯 싶다. 아…몸이 당분을 원했던 건가? 이럴 때를 대비해서 꿀을 좀 사놓을 걸 하는 후회가 잠시 인다.

어쨌든 예상치 못한 위기를 (나름 많이 무서웠다 ㅠ.ㅠ) 혼자 겪고 나니 두려움이 생겼다. 내가 끝까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과 이러다 몸에 무리가 가면 어떡하지.. 혹 길에서 쓰러지기라도 하면….라는 생각들. 그래서 이 주제로 파트너에게 코칭을 받았다. 코칭을 받으면서 내가 미래에 발생가능한 (물론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위험을 미리 앞당겨와서 괜히 겁먹고 있다는 걸 알았다. 두려움과 걱정은 그리 합리적인 판단은 아니다. 내 머릿 속에서 이야기를 지어내고 있는 것일 뿐이다. 전에도 이런 가상시나리오에 겁먹고 포기한 적이 몇 번 있었지. 그 후에 남은 건 자책과 후회 뿐이었다.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설령 길에서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떤가. 누군가 도와주지 않을까? 피하지 않기로 했다. 단식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위험과 혜택을 온전히 대면하기로 했다. 현재 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고 있으니 큰 위험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다시 생겼다.

그래서 모임도 취소하지 않고 삼성동까지 다녀왔다. 말을 많이 해야 하는 모임인데, 하나도 힘들지가 않았다. 거봐라…잘 할수 있는데 지레 겁먹고 포기했으면 어쩔 뻔 했는가!! 외출했다가 돌아오는데 다리가 저리고 아프다. 마치 몸살난 것처럼 얼굴에 열도 약간 난다. 어제 요가를 3시간이나 했는데 오늘은 휴일이라 하나도 안했더니 그런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운동삼아 일부러 계단으로 이동했다. 집에 돌아오니 통증은 더 심하다. 수련원에서 어제 배운 동작을 기억해 내서 방에서 혼자 몇가지 시도해 보기도 하고 다리를 주물러도 보고 물구나무 서기를 해보기도 했다. 아프다고 힘들어 하는 게 아니라 극복을 위해 여러가지를 시도하는 내 자신이 다시 기특해진다.

오늘도 참나찾기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었다. 도대체 내가 찾으려고 하는 참나는 무엇인가. 어떤 상태인가. 변화하지 않는 고정된 참나가 존재할까. 여러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떠돌았다. 그러던 중 머리를 치는 한가지 깨달음이 왔다. 불가에서 말하듯 모든 것은 변한다. 고정된 실체는 없다. 내가 지금 찾아 헤매는 참나 또한 고정된 것이 아닐 것이다. 아직도 내가 에고(자아)를 못 벗어난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지금 이순간의 내 진정한 모습을 찾아내는 것이 현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이다. 진흙을 다 벗겨보니 불변의 나가 드러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할 것이라고 미리 가정해 버린다면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 되어 버릴 것이다.

그래, 일단은 현재 내가 존재하고 있는 모습을 찾아보자. 사회와 가족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내 마음속 깊은 곳의 울림을 찾아보자. 그것이 참나찾기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생각을 발전시키다 보니 단식이 끝나도 완전한 참나를 발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참나찾기는 평생에 걸쳐 진행될 일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참나대로 살고자 의도하는 것이리라. 세파와 외부의 요구에 휩쓸려 다니지 않고 언제나 내 가치관과 존재의 의도대로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리라. 한가지 기쁜 소식은 이번 단식을 통해 참나찾기가 내 머릿속에 깊이 각인될 것이라는 점이다. 참나에 대해 이리저리 머리굴리고 고민하다 보면, 참나를 화두로 요가에 몰입하고 센터링을 하다 보면, 내 머릿속 참나 시냅스 네트워크가 한참이나 굵어져 있을 것이다. 사회적 자아는 상대적으로 약해지겠지. 아 기쁜 일이다. 단식을 하고 있는 보람이 있다.

자, 그럼 지금 이순간 나의 진정한 모습은 무엇일까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자. 나의 진정한 모습이라는 것도 아직 좀 막연하다. 아..정진우 박사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지. 안해도 되는데 하고 싶은 일,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는데 하면 즐거운 일, 일단 그것부터 찾아보자. 참나가 이러한 외적행동양식으로 표현되는 것일테니, 이런 일을 적어보고 그 뒤에 숨겨진 이면, 즉 참나를 찾아보는 작업을 이차적으로 하면 될 것 같다.

- 가르치는 일 (특히 소수를 대상으로, 그들과 교감하며, 눈높이에 맞추어 가르치는 일)
- 갈등중재 및 문제해결
- 유머
-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균형잡기 (일한다고 집안일 나몰라라 하는 건 못한다.)
- 탐구, 이해, 독서
- 깊이 있는 대화
- 새로운 경험과 도전

그러고 보니 새로운 경험과 도전은 나의 참모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20대에 그런 다양한 도전과 경험을 하게 했던 것일까. 나를 이끌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러면 독서는 내가 진정 원해서 하는 것인가? 아, 머리가 혼란스러워진다. 나의 행동과 생각 하나하나가 다 재조립되는 듯하다. 그런데 아직은 조립의 원리를 모르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 일과 >>

5시 기상 및 포도씻기
7시 30분 코칭실습
9시 30분 스터디 참석
1시 30분 글쓰기 (단식일기 및 이메일)
3시 요가
3시 30분 데이트
7시 30분 관장 및 포도씻기
9시 인터넷
10시 독서 (코칭리더십)
11시 취침

* 포도씻기는 다소 지루했다. 밀가루로 하나하나 닦아 내는 것이 그닥 즐겁지는 않았고 팔도 아팠다. 그래도 나의 일용할 양식이라 생각하고 정성스레 닦았다.

* 관장은 정확히 6시에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여 느즈막히 집에 들어와서 7시 30분쯤 했다. 준비하는 것이 어제보다 더 쉬웠다. 팔 아프지 않게 자세를 바꾸는 요령도 생겼다. 관장액 주입후 좀더 오래 버텨야겠다는 다짐을 한 터인데 오늘은 이상하게 화장실 가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그래서 두번째 관장에서는 20분이나 지난 후에 화장실에 갔다. (선생님은 3~5분이라고 하셨지만 다른 책에 20분이라고 되어 있어서 버틸 수만 있는 거라면 괜찮지 싶다 ^^;) 그런데 관장액 양을 내가 정확히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선생님 책에 관장통이 다 찰때까지 물을 담으라고 되어 있는데, 내가 산 관장기에는 통이 딸려있질 않아서 통의 양이 얼마가 되는지 모른다. 현재 약 1~1.2리터 정도로 하고 있는데 잘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 포도 맛은 정말 꿀 맛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6~7알 정도 먹었다. 아침 7시에 먹을 때는 너무 맛있어서 알이 굵은 걸로만 골라먹었다 ㅋㅋ. 하지만 다행히도 더 먹고 싶어 안달나진 않았다. 포도만 먹었는데도 배부르다. 오늘도 음식욕구는 별로 생기지 않았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가끔 배가 꼬르륵대긴 했지만 어느 책에서 읽은 것처럼 이건 배고프니 음식달라라는 소리가 아니라 소장이 강력히 운동하고 있는 소리다. 그러니 괜히 음식 안준다고 미안해 할 필요 없다.

* 오늘은 물을 그닥 많이 먹진 못했다. 약 1.5리터 마신 듯한데, 포도먹는 시간 전후로 30분씩 피하고 벌컥벌컥 마시면 심장에 무리가 간다 하여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까 생각만큼 많이 마시질 못했다.

* 아침에 몸무게를 재보니 단식 시작전에 비해 2.3kg가 줄어있었다. 포도를 먹은 탓인지 저녁엔 0.3kg가 다시 늘어있었다. 무엇보다 윗배가 홀쭉하게 들어간 게 너무 좋다. 이게 얼마만에 보는 건가!

* 오늘도 화학물질은 하나도 쓰지 않았다. 머리감을 때가 다가오긴 하는데..그냥 맹물로 한번 감아보련다. 도저히 안되면 모자쓰고 외출하지 뭐 ^^
IP *.187.22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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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 민정
2007.05.25 08:15:49 *.97.37.246
어려운 상황, 현명하게 잘 극복해내셨네요~(짝짝짝)
마음으로 응원많이 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지혜님의 글에 중독되고 있어요~ㅋ
6월 9일날 건강한 모습으로 꼭 뵙도록 하죠~
수다 떨 소재(아니 도움받을 얘기)가 많을 듯..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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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쌤
2007.05.25 13:38:06 *.207.221.12
몸을 소중히 함은 곧 마음을 소중히 하는 일이지요.
몸 못지 않게 마음이 건강해지는 단식일기가 잼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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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2007.05.25 22:28:09 *.187.228.73
민정님, 저도 6월 9일이 아주 기다려집니다.
다른 중요한 일이 있는데 것두 취소하고 달려가는 거니
아주 뽕을 뽑고 와야죠 ㅋㅋㅋ
마음으로 응원해 주셔서 무지하게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매순간이 더 즐겁습니다!

오리쌤님, 저는 철학이나 종교 쪽은 잘 모르지만,
요즘 부쩍 느끼는 건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라는 것입니다.
몸을 엄격히 돌보니 마음도 세심하게 관찰하게 되네요.
이번 단식을 통해 둘다 더욱 건강해지길 바랄 뿐입니다.
응원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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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씸~~토옹~~
2007.05.25 23:12:54 *.207.221.12
ㅎㅎ 지혜님 화이팅!!
짓궂은 질문하려다 남친 있다고 해서 억지로 참고 있는 중임. ㅎㅎㅎ
홧팅하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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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2007.05.26 18:56:01 *.187.228.73
오리씸토옹~님, 무슨 짖궂은 질문이신지
디게 궁금하네요 ㅋㅋㅋ
공개적으로 하기 그러심
나중에 만났을 때 꼭 해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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