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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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몰입지수가 높은 편이라 한 번 빠져들면 아무 생각 없이 한 길만 간다. ‘안 되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또 자기중심성이 강해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내 일에 나보다 더 깊이 생각한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제3자의 의견이란 것이 다분히 즉흥적이거나 무책임한 측면이 있고, 누구나 생래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어쩌다 조언을 들을 일이 있으면 나는 그 사람의 기질과 상황과 연결지어서 접수한다. ‘어떤 성향을 지닌 사람은 이런 반응을 보이는구나’ 이렇게 정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 같은 사람이 그다지 많은 것 같지는 않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 뜻을 품고도 ‘이 길이 내 길이 맞나?’, ‘과연 될까?’ 지속적인 의구심을 품고 있다. 그래서 글쓰기에 대한 방법론 못지않게 동기부여나 자기확신을 북돋워주는 일이 더 필요할 때도 있다. 진득하지 못한 나로서는 취약한 부분이지만 조금씩 경험이 쌓이다보면 늘기도 하리라. 하지만 다른 사람이 촉발해주는 것이 얼마나 가랴. 길게 가려면 자신의 내면에서 에너지가 나와야 한다. 글을 쓰지 않고도 살 수 있다면 쓰지 마라. 그것이 아니라면 글쓰기의 부름을 외면하지 말자.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면 분명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겠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글쓰기도 그냥 내버려두면 바쁜 일상에 치여 흐지부지되기 쉽다. ‘주3회 포스팅하기’, ‘이 분야의 책 20권 읽고 리뷰쓰기’, ‘미스토리 50장 쓰기’ 등 구체적인 목표를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블로그나 커뮤니티에 공언함으로써 스스로 자발적인 강제를 두는 것도 좋다. 글이 술술 써질 때도 있지만 도무지 풀리지 않을 때도 많기 때문에 너무 느슨하면 아웃풋이 보잘것없어질 위험이 있다. 약속을 지키려고 몸부림치다 보면 막힌 부분이 뚫리는데 반드시 이때의 희열을 맛봐야 한다. 그래야 ‘뮤즈는 정기적으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더 자주 나타난다’는 법칙을 실감할 수 있다. 목표를 세울 때는 반드시 ‘시기’를 명기해야 한다. 계량화하지 않은 목표는 관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작은 목표를 달성하면 성취감을 느끼는 동시에 자신감이 강화된다. 이 힘으로 죽죽 걸어가면 된다.
꾸준히 글을 쓰는 분들 중에도 자신이 제대로 쓰고 있는지 피드백을 받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는데, 진정한 평가는 스스로 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마다 자신의 기호에 갇혀 있는 제3자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뱃심을 키워야 한다. 주변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비교하는 것도 잊지 말자. ‘어제의 나’와 비교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그 미세한 결을 알아채야 멀리 갈 수 있다. 자신의 글을 스스로 평가하는 포인트를 몇 가지 정리해 본다.
첫째, 글을 쓰면서 행복한가?
진솔하게 자기 속내를 털어놓은 글이 좋은 글이다. 진짜 관심사, 정말 하고 싶은 말을 풀어놓아서 글 속에 아무개라는 사람이 느껴지는 글이 좋은 글이다. 그러려면 실수나 상처, 괴로움, 부끄러움을 털어놓아야만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를 못하다. 글쓰기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80%는 자기검열이라는 말처럼, 이리 챙기고 저리 자르려니 글쓰기가 곤욕스러워진다. 만일 그대가 자신의 감정에 빠져들어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면 글 쓰는 일이 신날 것이다. 응어리가 빠진 듯 시원하고 해방감을 느낄 것이다. 글 쓰는 일이 행복하지 않다면 글감을 다시 한 번 살펴보라.
둘째,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는가?
글쓰기에 대한 책을 50여 권 읽었다고 했다. 자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한 탐구를 한 뒤에 하는 말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지금의 나에게 글쓰기에서 중요한 원칙을 딱 하나만 말하라면 ‘글쓰기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 글에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그 말이 잘 드러나 있는가?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바로 이것을 위해 흡입력있는 첫문장이 필요하고, 간결한 문장이 필요한 것이다. 문장론에서 벗어나 글 한 편을 통으로 보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잘 드러나 있는가? 끝까지 그 질문을 놓지 마라.
셋째, 사회적인 가치가 있는가?
사회적이라는 말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 글은 쓰는 사람 말고 단 한 사람에게라도 의미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 소재나 시각이 반드시 외부를 향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철저하게 자신의 내면을 파고들어간 글이라도 읽는 사람에게 던져주는 한 가닥 소회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아주 사소한 일,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도 살면서 일어난 일이다. 삶이라는 보편성과 닿지 않을 수가 없다. ‘인생의 뼛조각’을 찾아라.
넷째, 구토가 나올 만큼 고쳤는가?
문학평론가 정여울은 ‘구토가 나올 만큼’ 고치지 않은 글은 두고두고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그 정도는 아니라도 글을 쓴 뒤 열 번 읽으면 열 번 고칠 것이 나온다. 단어가 중복되었거나 의미 없는 문장처럼 명백한 잘못도 처음에는 보이지 않는다. 모든 글을 이렇게 써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쇄를 염두에 둔 최종원고가 이래야 한다는 말이다. 블로그나 커뮤니티에 올리는 글을 이렇게 쓰다가는 진도를 나가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보통 쓰는 글은 가벼운 마음으로 쓰는 습작이나 초고라고 생각한다. 방향만 맞다면 그리고 열심히 쓰고 있다면 모두 잘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평가를 구하기 전에 내가 쓴 글을 한 번 더 읽고 한 번 더 고치자. 내 글을 객관화하여 스스로 고칠 수 있다면 일정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 글쓰기강좌를 하고 있습니다. 곧 11월 강좌가 시작됩니다.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http://cafe.naver.com/writingsutra
안녕하세요!
현재 단군프로젝트 200일차에 참가하고 있는 김경인이라고 합니다.
이곳에 와 한명석 선생님의 글을 읽을 때 마다 가슴 깊이 와 닿는 바가 있어
오늘은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렇게 댓글을 남깁니다. ^^
저는 지금 현재 새벽활동 2시간을 활용하여 개인사를 작성하는 데 매진하고 있습니다.
목표는 글쓰기 수련과 함께 내년 7기 연구원 지원을 위함입니다.
글에서 언급하신 것 처럼 저 또한 제 이름의 블로그 (http://kimkyungin.com) 에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란 테마로 매주 1꼭지 이상의 글을 포스팅하고 있습니다.
사실 최근의 새벽수련이 활기를 띤 것이
선생님의 글쓰기 강좌 공지를 읽고 난 후 부터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글을 읽은 후 새벽에 일어나 약 20~30분은 워밍업을 하기 위해 '거침없는 글'을 씁니다.
그리고 나머지 90~100분 가량을 개인사 작성을 위한 '주제 있는 글'을 쓰는 데 보냅니다.
예전 같은 경우 어설픈 완벽주의 때문에 부담감이 생겨 한 꼭지의 글을 쓰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마감기일 (최소한 주 1회 포스팅, 평균 2~3회 포스팅)을 정하고 나니,
완결성은 부족하더라도 과감하게 마침표를 찍고 작성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글이 작성된 시기를 보니 벌써 한 달이 다 된 글이군요.
선생님께서 이 글을 언제 보시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라도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네요. ^^
그리고 선생님의 글쓰기 강좌에 꼭 참석하고 싶지만,
직장에 묶여 평균 퇴근 시간이 7시 이후여서 참석이 어려울 것 같네요. ㅠㅠ
혹시나 저 같은 직장인을 위한 주말반을 개설해 주시면 안될런지요?
언제나 가슴에 와 닿는 좋은 글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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