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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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을 남의 일처럼 생각할 수 있다면 얻을 점이 많다. 살면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대부분 남의 마음이 내 맘 같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에 일어나는 갈등과 우여곡절이 아닌가. 이럴 때 나를 객관적으로 보고 내 일이나 남의 일을 같은 비중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내 입장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운하거나 괴로운 일이 대폭 줄어들어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미스토리를 쓰면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데 도움이 된다.
미스토리는 보통사람들이 쓰는 자서전이다. 굳이 ‘미스토리’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자서전’과 구분하기 위해서이다. 자서전은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생애를 정리하는 시점에서 쓴다. 미스토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아직 살아 볼 시간이 남아 있을 때 쓰는 중간기록이다. ‘자서전’을 검색하면 숱하게 많은 자서전이 나온다. 간디, 헬렌 켈러, 링컨, 이순신, 장영실...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위인들의 자서전이다. 전에는 위인전을 귀감으로 살았다면 요즘에는 연예인을 떠받들며 사는 것 같다. 오늘날 연예인의 위상은 ‘만인의 연인’을 넘어 ‘신흥 귀족’으로 등극한 것 같다. 거액의 출연료를 비롯해서 그들을 둘러싼 화폐단위는 일반인들이 꿈도 못 꿀 천문학적인 단위이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된다. TV를 거의 안 보고 크게 관심이 없는 나도 인터넷 포털 화면에 연예인의 특별한 근황이 뜨면 클릭하게 된다.
그런데 위인전이든 연예인에 대한 뒷담화이든 모두 남의 이야기이다. 평생 동안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며 산다면 얼마나 속상할까. 내게도 엄연한 삶이 있고 남들 못지않은 사연이 있는데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내게 정말 그런 일들이 있었는지 모호할 정도로 기억의 빛이 바래간다. 젊은 날의 순수함은 동화처럼 아득하고, 아이들을 키우던 때의 절정경험은 사진으로 남았을 뿐이다. 마음을 다 해 몰두했던 일이나 사람이 별 것 아닌 것으로 밀려가는 것을 보며 다시 무언가에 마음을 주는 일이 겁나기도 한다. 이럴 때 지나 온 세월을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글로 써 보자. 남의 이야기로 넘쳐 나는 세상에 내 이야기를 펼쳐놓는 것이다. 혼자만 보든지 블로그에 올리든지 상관없다. 미스토리의 위력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살아온 날을 글로 옮겨놓으면 무엇보다 내 삶이 정리가 되고 객관적으로 보인다. 두 번 다시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경험도 훨씬 심상해진다. 그 일을 불러 온 것이 엄연히 나 자신이었던 것이 확인되므로 남을 탓하지 않게 된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 속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분명해진다. 나는 2006년에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지원하면서 처음으로 미스토리 20장을 써 보았다. 그리고 나서 몇 달 후에 이것을 50장으로 늘려 썼다. 10포인트 활자크기로 A4 50장이었으니 제법 긴 분량인 셈인데 미스토리를 쓰고 나서 정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내가 살아온 것이 한 편의 영화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내가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영화를 이만큼 떨어져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관찰자적 시선을 획득하고 나니 크고 작은 문제들에 빠져 허우적대고 골머리를 썩은 것이 의아할 지경이었다. 우리가 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 주인공들이 갖은 갈등을 겪는 것을 보고 ‘재미있다’고 하듯, 당시에는 징글징글했던 일들도 이야기를 생생하게 만드는 구성요소에 지나지 않았다. 마치 높은 산에 올라가 내려다보듯 삶이라는 지도가 한 눈에 보였다. 이제부터는 누군가의 각본에 따라 움직이며 괴로워하는 역할이 아니라, 감독이나 지휘자 노릇을 하며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소소한 곁가지는 무시하고 삶의 본류를 따라 흐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 나의 이야기를 감동적인 스토리로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격하게 나를 적셨다.
나의 삶을 한 발 떨어진 곳에 놓고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은 중요하다.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시야가 넓어지고, 단순명료하게 나아갈 방향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 남의 일처럼 살아라. 바로 그것을 미스토리가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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