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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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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23일 07시 12분 등록
단식일기 6일째~10일째 입니다.

6일에서 10일째는 단식을 하지 않는 일상과 비슷하였고, 단식을 하면서 생기는 약간의 욕구가 추가된 변화가 별로 없는 나날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심정의 기록이 많아서 여기에 공개하기 좀 꺼려지는 것도 있습니다.
그냥 이런 것도 있구나하고 봐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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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째 - 2006.10.16월

스케줄에 짜여진 생활을 하다.
단식을 해도 할만하다.
To Do List를 아침에 짰다. 그리고 저녁때 점검해 보니 하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개혁은 나부터, 쉬운 것부터, 지금부터라고 하는데... 나는 '지금부터'가 결여된 것이다.

먹고 싶은 것 밥, 라면.
밥이 제일 먹고 싶다. 곱게 차린 한식 먹고 싶다.

자다가 꿈을 꾸었다. 기상청을 그만두고 집을 옮겨야 하는 상황에서 아버지 어머니께서 서두르는 꿈을 꾼것이다. 그만둔지 1년도 더 넘었는데 지금 이런 꿈을 꾸는 것은 내게는 실제로 지금이 그만둔것처럼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년동안 회사를 그만두고도 같은 일을 했던 사람들이 차린 회사에 비슷한 내용이 들어간 일을 했었으니까. 꿈속에 오랜시간을 같이 근무한 남숙영씨가 보인다. 편지 전화로 인사를 전해야 겠다.

EBS 특강 김홍경이 말하는 동양의학을 들으며 청소했다.

4674보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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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째 - 2006.10.17 화

병아리가 잠에서 깨었나 보다 조용한 7시 병아리 소리가 요란하다.
수첩을 보고 체크를 하다가 어제 하기로 한 중요한 일들을 오늘 하기로 했다.
우선 제일 중요하다고 표시해둔 장기계획을 방안에 게시하는 것을 했다.
눈에 잘 띄이는 방문에 붙여 두었다.
1개월, 6개월, 1년, 3년 10년 계획이다. 이것은 실천이라고 사부님이 그러셨는데,계획은 곧 실천이라고. 지금 1개월 것을 착실히 실천하자.

그리고 맘속에 지어두었던, 방이름으로 붙이리라고 맘 먹었던 것도 더불어 같이 붙였다. 방이름은 '지장산방(志張山房)'이다.

계획했던 것 하나씩 실천한다고 은행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이번주는 학원상담을 하기로 계획되어 있다. 오늘 하나쯤은 해주어야 이번달 안에 상담을 마치고 등록을 할 것 같다.

학원은 상담을 못했다. 근처까지 가서는 찾지 못했다. 한시간을 무거운 가방들고 헤맸더니 배가 무척 고프다. 많이 걷기도 했다. 잘 까먹는다는 내 자랑거리가 또 한번 일을 낸 거다. 그 앞에까지 가서는 왜 찾지를 못하는지....
(학원이 지난달에 이전했다. 그걸 모르고 있었다.)

오늘은 총 10,298보를 걸었다. 만보가 넘다니, 윽.

무척 배가 고프다. 밥이 먹고 싶다. 떡복이 라면이 먹고 싶다. 먹고 싶은 거 대신 물을 많이 마셨다.
사부님은 먹는 거에서 해방되라고 단식을 하라고 하셨을까?

관장을 준비하는 데 전화가 왔다. 얼마전 만난 사람이다. 통화가 길어질 것 같았다. 받지 않았다. 관장땜에 바쁘다. 관장 마치고 느긋하게 통화해야지.
문자가 와 있었다.
'전화도 생까고 소심 A형 삐졌다.'고. 귀찮다. 이해심이 없는 사람 같다.
관장을 마치고 전화를 했다. 욕실에서 씻느라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돌려서 말한 내 말은 무시되었다. 삐진다는 것도 유치해 보인다.

그사람은 학원에 다녀왔나고 묻고 그냥 몇번 빠지라고 권한다.
포도단식은 그만하고 밥 먹으라고 한다. 포도단식의 나쁜점만을 많이 알았다고 하지 말라고 한다. 전화를 통해 전해져 오는 그의 말이 불쾌하다.
교회는 안가냐고 물었다. 오늘은 화요일이라 가지 않은 날이라고 했다. 수요일에도 교회는 잘 안간다고 했더니 그것도 대충하라고 했다. 대충하고 하지말라고 하고 불쾌하다.
불쾌해서 전화 끊겠다고 말하고 끊어버렸다.

그리고 문자로 서로 잘 안맞는 것 같으니 여기서 끝내자고 했다.
무엇인가를 '하지마라'라고 하는 사람은 피하고 싶다.
부정적인 사람은 피하고 싶다. 그와 상대하면서 내 에너지를 소진하고 싶진 않다.

배가 고프면 사람이 신경질적이 된다고 그사람이 이야기했는데, 그건 맞는 말이다. 나는 배가 고프면 사나워진다. 예전엔 확실히 그랬다. 지금은 내가 배고프면 사나워지는 것을 알기 때문에 주의한다. 그리고, 먼저 상대에게 양해를 구한다. '제가 배가 고파서 말할 힘이 없어요' 혹은 '집중할 수가 없으니 이해해 주세요.' 이해를 구한다.
그러나, 오늘은 배가 고파서가 아니다. 그의 부정적인 말들을 계속 들으면서 시간 죽이기가 싫어서다.
낮동안에는 저녁에 전화통화할때보다 훨씬 더 배가 고팠지만 불쾌하거나 기분이 나쁘거나 전투적이지는 않았다.

나중에 그는 전화해서 친해져 보려고 그랬다고 말했지만 내 마음은 끝내자는 쪽이라고 말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더 이상 노력해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오늘 그쪽의 단점을 많이 찾아 버려서, 더 많은 장점을 찾는 것을 어려울 것 같고, 또 그렇게 노력하고 싶지 않다고.
그는 한번의 만남으로 이런 결론을 내린는 것은 너무 극단적이라며 2번은 더 만나자고 했다. 지금은 기분이 나빠진 상태라 더 만나자는 제안에 대답할 수 없다고 했다. 속에서는 싫다는 말이 여러번 나왔다.
나중에 전화 달라고 했지만... 지금도 그걸 생각하면 기분이 별로다.

나는 그와 같이 데이트 하면서 밥을 같이 먹지 못하는 것이 미안했었다. 그는 밥을 먹고 나는 포도를 먹으면 된다고 하는데도, 그는 밥을 먹지 않았다. 그의 배려이다. 그는 내 포도단식 하는 이유에는 관심이 없고 하지 말라고만 말했다. 그래서, 후회했다. 포도단식을 마치고 소개팅을 할 거 그랬다고.
그와 나의 대화는 공통화두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단식에 촛점이 맞아버린 듯하다. 이러면 안돼는데.

상한 마음 풀려고, 마음을 가라 앉히려고 책을 읽었다. <낯선 곳에서의 아침> 단식하는 이유가 흔들린 때, 나는 스스로에게 말 할 수 있게...
변화와 저항, 첫 마음 대목을 읽었다. '왜 변화하려고 하지?'자신에게 물으라고 한다.

'죽고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나로 온전히 살고 싶어서, 살고 싶은 데로 살고 싶어서' 아직은 이 이유가 절박하지 않다.

나는 오늘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을 했다. 전화통화를 계기로 나는 내가 좀더 너그러워지지 않았음을 알았다. 예의라는 것이 저멀리 가있는... 얼마전과 꼭 같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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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째 - 2006.10.18. 수

낮동안에 졸려 한숨잤다. 10:40~12시
오후에 학원갈때 훨씬 몸이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가뿐하다.
뱃살이 쏙 들어갔다. 가벼워진 몸에 예쁜 옷을 걸치고 싶었다. 가을옷 사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예쁜 치마와 특이한 웃도리를 샀다. 저녁에 집에 와서 입어보니, 옷파는 아저씨가 권한 옷은 내 체형에 맞지 않는다. 다른 것으로 바꾸어야 겠다.

이대로 포도 단식을 하다가가는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몸미 무척 가볍고 학원에서도 안 졸았다. 계단에서 오를 때 힘이 딸리는 것은 여전한다.
밤에는 밥이 무척 먹고 싶다. 배고픈 중에 참는 것, 이것이 내가 일생 안고 가야할 문제 일지도 모른다. 먹고 싶다는 것과 먹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극복해야 하는 걸까?
한달 후엔 먹을 수 있다. 좀 참고 기다리면 된다.

서법연구실 찾느라 인사동을 한바퀴 돌았다.(결국은 못찾았다. 그 건물 관리인에게 물으니 그런 이름은 없단다.) 엄청 힘들어야 하는데 아니다. 기운이 어디서 나는지?

만보계 ; 약 1500보(잘못 카운트 된듯하다. 평소대로 해도 3000보정도 나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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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째 - 2006.10.19 목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는 길에 어지러웠다.
다리가 아프다. 오른쪽 허벅지가 특히 굳은 것 같다. 손이 저린다. 앉을 때 허리에 힘이 안들어가서 팔을 받히고 앉았는데, 받힌 왼손이 특히 저린다.
머리는 떡졌다. 기름진 음식을 먹질 않았는데도 얼국엔 약간의 기름기가 있다. 자잘한 여드름이 이마에 났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너무 힘들다. 배는 고프지 않는데 밥은 무지 먹고 싶다. 졸음이 빌려오는 것은 여전하다. 학원수업 2시간 중 1시간은 졸음 쫒느라 정신이 없다. 집중이 안되어서 머리속의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선생님의 말 따라서 연습하는 것도 하기 힘들었다.

오전엔 비젼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우선 내가 다루기 쉬운 것으로 그렸다. 크레파스를 썼다.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있는 것과 묘사등을 스킬 업한뒤에 그리겠다가 미루다가는 언제 그릴 지 모르겠다. 크리파스는 섬세하게 그리는 것이 어렵다. 한국화(채색화) 배울 수 있는 곳 알아 봐야지.

5000보 정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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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40~09:20 졸음이 밀려오다... 잠을 잤다.
자는 동안 꿈을 꾸었는데, 꿈이 선명히 기억나 기록해 둔다.
퇴근하려는데, 동료 한명이 멋진 자전거를 타고 퇴근한다. 나도 그 옆에 낡은 자전거 한대 주워 조립해 타고 간다. 퇴근무렵이라 어둡다. 동료는 쏜살같이 간다, 나도 따라 힘껏 힘을 줘서 달린다. 내리막길이라 빨리 구르지 않고도 지나가는 차와 속도를 맞출 만큼 빠지르만 그래도 힘들여 굴러 빠르게 간다. 앞에 삼거리에 멈추어야 하는데 속도가 너무 빠르다. 힘줘 타는 동안 '툭'하고 어디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핸들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삼거리에 섰다가 이젠 오르막을 오는데, 앞쪽에서 앉아서 타는 다른 기구를 탄 사람들이 자동차만큼 빨리 쏟아져 내려온다. 모터가 달린 것이다. 그런데도 너무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냥 뭔가 다가오는 것을 느낄만큼만 보인다. 가까이 왔을 때 뭔가 구분이 되는 정도이다. 내 자전거는 불빛이 없다. 그 사람들을 피해 간신히 힘을 주어 오르막을 오르는데 툭하고 부러지는 소리가 또 났다. 핸들이 완전히 부러져 버렸다.

씻으면서 생각해봤다. 내가 혹시 뭔가를 너무 서두르고 있나? 그래서 꿈에서 압박받은 것을 무의식에서 표출됐나? 어둡고, 앞이 보이질 않고, 낡고 고장난 자전거에... 결국은 부서져버리기까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정말 새로 시작하는 것에 두려움이 꿈으로 나타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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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째 - 200610.20 금

오늘은 아침부터 배가 빵빵하다. 배가 고프지 않다. 거봉은 매끼니 6~7알정도씩 먹었는데... 오후 4시 이후에 먹었을 때는 목에 가슴에 뭐가 막힌 기분이다. 포도 먹고 살짝 언친기분이다. 기력도 보통만큼 나고, 몸의 가볍기도 보통정도다. 아주 가볍게 느껴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다.

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난 시간에 비전그림을 그리는 데 섰다. 다른 날들은 책읽거나 공부하느라 머리를 쓰는 일을 주로 했었다.
그림을 다 그리고 나니 12시쯤 되었다. 사진도 한컷 찍었다.
다른 종이에 다른 기법으로 다시 그려야겠다 생각중이다. 섬세한 작업이 안되는 것과, 파란색 색지를 사용한 것때문에 파란색이 지배적이어서 바탕색을 바꾸고 싶기 때문이다. 방안에 걸어두고 매번 쳐다볼 그림이기 때문에 맘에 쏙 들게 하고 싶다. 거기다가 내게 힘을 실어줄 붉은 기운이 감도는 것이었으면 한다.

오늘도 여전히 학원다녀오는 종로2가, 3가에서는 음식냄새 기름냄새가 자극한다. 계란부침냄새에 눈이 간다. 내 평소 한끼 식사량과 맞먹는 닭꼬치구이 1개를 들고 간식거리고 먹는 소녀. 부럽다. 평소에는 '흥'하고 돌아섰던 그 모든 군것질 거리들에 눈이 갔다. 이 거리를 지나는 게 음식 유혹이 강하다.
집에서는 혼자 지내니 누가 뭐 먹는 것으로 유혹하는 것이 없다. 간혹 옆집에서 나는 음식냄새가 자극할 뿐이다.

떡볶이, 튀김, 계란말이 김밥... 먹고싶다.
어머닌 늘 말씀하셨다. 먹고 싶은 땐 먹으라고. 그것은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이라 먹고 싶은 거라고.

나는 여전히 먹는 것에서는 못 벗어났다.
잠시 관심을 다른데로 돌릴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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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6.10.21 05:47:53 *.116.34.142
단식할 때는 먹는 것에 대한 생각들이 가장 많이 든다. 이상하게 여기지 마라. 그게 사람이다. 우리가 동물이라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잊지 마라. 우리는 그곳에서 출발한다.

2 주가 끝나고 나면, 지리산으로 이동하는 것을 생각하라.
그곳에서 철저히 보식하여 몸을 축내지 말고, 적절한 식생활에 대한 기본 교육을 받고 상경할 것.

'단식은 곧 보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철저히' 조심하여 일상으로 복귀할 것.

그러나 그 일상이 떠나 온 곳이 아닌 새로운 세계임을 명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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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6.10.22 07:29:35 *.152.82.31
서법연구실은 인사동 지리를 잘 모르는 관계로 위치를 설명하기가 어렵군요. 그 건물 3층에 있는데 ...
서예선생님 연락처를 알켜 드리지요.
천안에 사시는데 매 주 화, 목요일만 서울에 올라오십니다.
의암 김정호선생님 016-687-8448

조마간 저도 함 따라해보고 싶군요.
굶는 것이 두려워 못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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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10.22 09:05:00 *.145.125.146
계단오르기 진정 힘들지요.
저도 떡볶이 생각많이 났는데...
한달하다보니 언제 밥먹었던가..싶더라구요.
상상으로 먹는 법 추천드립니다.ㅋ
몸 소중히 가꾸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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