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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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창작 38일째 - 2010.04. 06
이번주 100일 창작 주제는 '금기'였다.
자유롭게 그림을 그려도 좋지만 되도록이면 '금기(금지된 것들)'를 그려보기로 했다.
그 주제를 품고 있는 동안,
초반에는 그림을 그리는 대신 '금기'된 사항을 저질렀다.
왜 내게 그런 기회를 주었는지 모르겠다.
호기심? 혹은 그냥 충족을 위해서.
그동안 애써 지켜오던 것들인데 쓸데없는 자존심을 버린다고 나 스스로에게 말했던가?
무엇인지 언어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나는 그냥 그 선을 조금 넘어가 보고 싶었다.
그 결과로 나는 중독되었고 후반부에는 몸이 몹시 아팠다.
며칠간은 몸이 계속 열에 들떠서 잠을 제대로 못 잤고 그리고는 결국에는 몸살을 알았다.
금지된 선을 넘는 것은 짜릿한 맛이 있었고, 중독성이 강한 것이었다.
선을 스스로 넘어선 나는 나 자신을 제자리로 돌려놓지 못했다.
아픔으로 마무리 지어진 그 결과는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산책할 때마다 그것을 생각해보았다.
내가 며칠동안 지나치다 싶을 만큼 빠져들었던 것들과
그리고 내게 금지했던 것들을.
그것들은 내 부모님께서, 사회가 내게 금지했던 것들보다 더 강력한 것들이었다.
타인이 내게 그어놓고 넘지말라고 한 선은 내 마음 내키는 대로 넘을 수 있었으나,
자립이나 자존감이란 이름으로 부여하며 나에게 나의 세계의 경계라고 그어둔 금(선)들은 넘을 수 없었다.
나는 왜 오랫동안 그 선들을 유지했을까?
그것이 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그 선들이 희미해진다면 나는 나를 지킬 자신이 없었던 것일까?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100일 창작으로 주제로 두었던 '금기'라는 것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여전히 사회에서 금기시 하는 것은 그리지 못했고,
그것을 다른 방법으로 표현할 궁리를 하지 못했다.
같이하는 멤버들이 한차례 더 이 주제로 다시 해보자고 해서 그렇게 하자고 동의했다.
'아직 제대로 표현해보지 못했다'라는 것이 멤버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 선들을 그림으로 넘어가 보고 싶다.
그림에서 내가 넘어보고 싶은 것들이 몇가지 있다.
어느 때부터인게 스스로 꺼려해왔던 것들.
'검은꽃'을 그리는 것,
검은 색으로 그리면 안된다고 하는 것들을 그리는 것,
속에 그리진 그림들을 무시하고(그림을 망칠만큼) 화면을 검게 칠하는 것,
사회적으로 금기시 하는 것들을 그리는 것,
피나 죽음이 연상되는 것을 그리는 것이다.
카페에 앉아서 몇차례 시도해보았다.
나는 다을 듯 하면서 '검은 꽃', '검은 화면'을 살짝 비켜갔다.
여전히 '검은 꽃'은 검지 않았다.
몇년 전 내게 강한 충격을 주었던, 검은 토끼 솜인형을,
검은 토끼를 그리려고 시작했다가도 결국은 검은토끼를 그리지 못하고 다른 색을 칠했다.
몇차례 시도를 해보면서...
'나는 아직도 '검다'라는 것은 내 세계 바깥쪽에 두고 싶어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주에는 '검은 꽃'까지 가봐야겠다.
문의 저편에 서보고 싶다.
거기엔 뭐가 있을까?
어렸을 적 본 만화 '율리시즈' 시리즈에서는 자신의 형상을 한 신이 있었고,
우주가 나오는 만화에서는 그 경계 바깥에 지극한 '고요'와 평안이 있었고,
'강철의 연금술사'에서는 또 다른 세계가 있었다.
문의 저쪽, 바깥쪽에는 뭐가 있는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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