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한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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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이 극에 달하던 날, 20060903>
아침에 눈을 뜨니,
어제의 더부룩함이 거짓말 처럼 싹 사라지고, 대신 배고픔이 찾아왔다.
단식 이후 오늘처럼 눈뜨고 하루 종일 허기진 날은 없었을 것이다.
알람을 새벽 5시에 맞춰두었지만
오늘도 몸은 7시가 다 되서야 깨기 시작했다.
일어나자마자 숯가루 한숟갈 먹어주고, 바로 포도를 먹었다.
먹고나면 허기져서, 다음 포도 먹을 시간만 기다리느라 내 고개는 줄곧 시계를 향해 있다.....
위가 상태를 회복했다는 신호를 보내는 건지, 수시로 배고프다 아우성을 친다.
줄것도 없는데 이럴때 참 난감하다.
오늘은 위가 괜찮아진 대신 아랫배가 묵직하다. 뮤지컬 관람하러 외출하느라 평소보다 2시간 당겨서 한 '관장'도 효과가 없다. 내심 숙변이 나올 것이라 기대했지만, 물이외에는 나오지 않는다. 씹다만 껍처럼 뭔가 미적지근한 기분이 든다.
간만에 외출하면서 한가지 알게 됐다. 사람들에게서 나는 냄새가 아주 고약하다는 것이다.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향수를 뿌린 사람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이 요상꾸리한 홀아비 냄새가 났다. 신기한건 이 냄새를 나만 맡는다는 것이다. 내 몸에서 나는 냄샌가 하여 여기저기 맡았는데, 틀림없이 외부에서 나는 냄새다. 배가 고프니, 후각만 슈퍼급으로 발달하는가 보다. 사람들의 냄새와 매연 냄새가 어제보다 짙어졌다.
우후엔 뮤질컬을 볼 기회가 생겨 간만에 외출했다. 내가 본 것은 '밴디트'였는데, 여자 죄수들 4명이 밴드를 만들어 탈옥하고서 자유를노래하는 내용이다. 덕분에 내내 음악에 젖어서 몸을 흔들어 대다 결국엔 탈진 지경에 이르렀다. 단식임을 망각하고 공연 내내 소리지르고, 박수치고 흔들어 댄 결과다. 집에 와서 일기 쓰고, 공부하고, 책보며 하루를 마무리 하고 나니 배고픔은 극에 달했다. 배고픈 세포들의 비명을 뒤로하고 잠을 자야하는 상황에서 나는 그나마 위를 눌러보려고 몸에 끼는 쟈켓을 입고 잠을 청했다. 아프리카에선 배가 고파 잘때는 돌을 배위에 얹어놓고 잔다지. 나야 부족할 것없는 상태에서 자발적인 배고픔을 겪는 것이지만, 배고픔으로 굶어죽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상황을 생각해보니 가슴이 아파온다. 배고픔은 참...말못할 고통이다.
오랜만에 본 친구들이 단식 5일째란 말에 놀란다.
"어떻게 밥을 안먹고 살 수 있어?"
나도 살수 없을 줄 알았다. 근데 또 살아진다. 밥 세끼 먹고도 간식을 챙겨먹을 정도로 먹을 걸 좋아하던 내가 살 수 있다면, 누구나 다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어쨌든 단식은 철저한 '육식'이라는 말, 오늘 절감했다.
자는 동안 지방이 소모되는 소리가 들리는고나~~~~
<오늘의 일상>
일상이 갈수록 단순해져 간다. 평소처럼 많은 활동을 하지 못해서기도 하지만, 복잡한 것을 생각할 힘도 없다.
06:30 기상
07:00 숯 한숟가락
07: 30 포도 10알
10: 00 포도 9알
*독서
13:00 포도 9알
*리뷰, 인터넷
16:00 포도 8알
16:00~16:40 관장
*뮤지컬 밴디트 관람
21:00 포도 7알
22:00 포도 5알
*영어암송
23:40 취침
****나는 내가 '경쟁심'이 없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사실은 아닌것 같다.
제한된 시간에 누군가와 싸와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이 능숙하지 않을뿐,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실상 나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것이 내 자신일 경우에는 더욱더.
이제 단식이 얼마남지 않았다. 며칠 더 해보려 했으나, 할일이 많아서 아쉬운대로 하루 더 연장한 수요일에 마치기로 합의봤다.
IP *.252.33.150
아침에 눈을 뜨니,
어제의 더부룩함이 거짓말 처럼 싹 사라지고, 대신 배고픔이 찾아왔다.
단식 이후 오늘처럼 눈뜨고 하루 종일 허기진 날은 없었을 것이다.
알람을 새벽 5시에 맞춰두었지만
오늘도 몸은 7시가 다 되서야 깨기 시작했다.
일어나자마자 숯가루 한숟갈 먹어주고, 바로 포도를 먹었다.
먹고나면 허기져서, 다음 포도 먹을 시간만 기다리느라 내 고개는 줄곧 시계를 향해 있다.....
위가 상태를 회복했다는 신호를 보내는 건지, 수시로 배고프다 아우성을 친다.
줄것도 없는데 이럴때 참 난감하다.
오늘은 위가 괜찮아진 대신 아랫배가 묵직하다. 뮤지컬 관람하러 외출하느라 평소보다 2시간 당겨서 한 '관장'도 효과가 없다. 내심 숙변이 나올 것이라 기대했지만, 물이외에는 나오지 않는다. 씹다만 껍처럼 뭔가 미적지근한 기분이 든다.
간만에 외출하면서 한가지 알게 됐다. 사람들에게서 나는 냄새가 아주 고약하다는 것이다.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향수를 뿌린 사람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이 요상꾸리한 홀아비 냄새가 났다. 신기한건 이 냄새를 나만 맡는다는 것이다. 내 몸에서 나는 냄샌가 하여 여기저기 맡았는데, 틀림없이 외부에서 나는 냄새다. 배가 고프니, 후각만 슈퍼급으로 발달하는가 보다. 사람들의 냄새와 매연 냄새가 어제보다 짙어졌다.
우후엔 뮤질컬을 볼 기회가 생겨 간만에 외출했다. 내가 본 것은 '밴디트'였는데, 여자 죄수들 4명이 밴드를 만들어 탈옥하고서 자유를노래하는 내용이다. 덕분에 내내 음악에 젖어서 몸을 흔들어 대다 결국엔 탈진 지경에 이르렀다. 단식임을 망각하고 공연 내내 소리지르고, 박수치고 흔들어 댄 결과다. 집에 와서 일기 쓰고, 공부하고, 책보며 하루를 마무리 하고 나니 배고픔은 극에 달했다. 배고픈 세포들의 비명을 뒤로하고 잠을 자야하는 상황에서 나는 그나마 위를 눌러보려고 몸에 끼는 쟈켓을 입고 잠을 청했다. 아프리카에선 배가 고파 잘때는 돌을 배위에 얹어놓고 잔다지. 나야 부족할 것없는 상태에서 자발적인 배고픔을 겪는 것이지만, 배고픔으로 굶어죽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상황을 생각해보니 가슴이 아파온다. 배고픔은 참...말못할 고통이다.
오랜만에 본 친구들이 단식 5일째란 말에 놀란다.
"어떻게 밥을 안먹고 살 수 있어?"
나도 살수 없을 줄 알았다. 근데 또 살아진다. 밥 세끼 먹고도 간식을 챙겨먹을 정도로 먹을 걸 좋아하던 내가 살 수 있다면, 누구나 다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어쨌든 단식은 철저한 '육식'이라는 말, 오늘 절감했다.
자는 동안 지방이 소모되는 소리가 들리는고나~~~~
<오늘의 일상>
일상이 갈수록 단순해져 간다. 평소처럼 많은 활동을 하지 못해서기도 하지만, 복잡한 것을 생각할 힘도 없다.
06:30 기상
07:00 숯 한숟가락
07: 30 포도 10알
10: 00 포도 9알
*독서
13:00 포도 9알
*리뷰, 인터넷
16:00 포도 8알
16:00~16:40 관장
*뮤지컬 밴디트 관람
21:00 포도 7알
22:00 포도 5알
*영어암송
23:40 취침
****나는 내가 '경쟁심'이 없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사실은 아닌것 같다.
제한된 시간에 누군가와 싸와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이 능숙하지 않을뿐,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실상 나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것이 내 자신일 경우에는 더욱더.
이제 단식이 얼마남지 않았다. 며칠 더 해보려 했으나, 할일이 많아서 아쉬운대로 하루 더 연장한 수요일에 마치기로 합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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