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한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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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식하러 진주로 떠나며) 3년 전 여름, 44년 동안 살아왔던 내 과거와 작별하는 상징성을 나에게 부여했다.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나는 이 지점에서 과거와 작별한다. 과거와 이어지는 문을 닫고, 지금 막 미래로 가는 문을 열었다."
이것은 서울역을 떠나는 나 자신에게 한 말이었다.
-'그대 스스로를 경영하라' 중-
몇 년 전, 서울에서 부산까지 홀로 도보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2주 정도를 계획했는데 서울을 떠난 지 3일만에 발톱이 빠져 더이상 갈 수 없었다. 하루 30키로 이상을 걸어야 했는데 1키로 걷는데 한 시간이 걸렸으니, 뭘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최대의 고비였다. 그날을 꼬박 고민하다, 나는 결국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 집에서 자전거를 꺼내어 다시 버스를 타고는 내가 멈췄던 곳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자전거여행이 시작되었다. 결국 도보 3일, 자전거 6일 만에 나는 애초 계획보다 빨리 부산에 갈 수 있었다.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오늘은 단식의 마지막 날. 그런데 어제에 이어 몸이 매우 좋질 않았다. 일어나서도 계속 어질어질했다. 그래도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일기쓰고 공부하고, 오전에 관장까지 마쳤다. 오늘부터 일하기로 되어 있어서 간신히 외출준비하고 나갔는데, 기력이 없어 결국 버스에서 도중에 내려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와서 아침부터 저녁 6시까지 내리 잠만잤다. 일어날 힘도 없었다. 마지막이란 사실이 기쁘면서도 두려웠다. 단식이 끝난 이제부터가 진정으로 시작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겨우 일어나 7시즈음 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맑은 공기를 쐬면서 나는 몇년전에 있었던 도보여행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그랬었지... 그런 일이 있었지... 마음이 든든해진다.
"그래, 되돌아 올거였으면, 출발하지도 않았다."
공원을 걸으며, 나는 내내 그렇게 되뇌였다. 거짓말 처럼 힘이 솟아났다.
지리산에서 한 번에 열 알 정도의 포도만 하루 다섯 번 먹고 한달을 굶고 지낸다는 것은, '먹고 산다'는 뜻 그대로 최소한의 것만 있다면 우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는 뜻을 자신에게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지리산에서 보낸 한 달은 내가 나에게 선언한 '나의 날'이었다.
-위의 책-
<단식이 내게 남긴 것>
나는 욕망을 똑바로 보고, 그것을 표현하며, 이끌어 가는 데 있어 강한 존재가 되고 싶었다. 나는 나의 첫번째 싸움에서 전면전을 벌이고, 이겨내고 싶었다. 내게 필요없는 부분을 잘라내고, 날렵하게 나아가고 싶었다. 스스로에게 고맙고 존경스러운 존재가 되고 싶었다.
내가 될 수 있는 최선의 존재 되기.
단식은 그것을 향해 가는 첫 걸음이자, 과정이었다.
1.몸은 확실히 변화가 있었다. 6~8키로 정도가 빠져나갔다. 그만큼 몸이 허약해지기도 했다. 보식동안 얼마간의 살이 다시 붙겠지만, 이제는 몸이 튼튼,탄탄하게 변화할 수 있게 노력 할 것이다.
2.더불어 14일동안 포도만 먹으면서 먹는 습관에 제동이 걸렸다. 나의 식욕은 나의 욕구만큼이나 왕성했고, 제어하기 힘들었었다. 대부분 심리적인 현상에서 비롯된 습관인만큼, '상상력으로' 대부분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 이젠 즐길 방법을 찾아야 겠다.
3.내 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아름답고 건강함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찾아가는 것 뿐이란 걸 안다.
반면, 아쉬움도 있다.
1.아침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기력도 딸린데다,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무엇을 하고 놀면 가장 재미가 있을까? 좀더 많이 생각해봐야겠다.
2.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건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이건 앞으로 내가 해나갈 과제인 것 같다.
지금까지 함께 살아왔지만, 여전히 나를 알아가는 일들이 만만찮다. 단식은 그런 나에게 내민 도전장이자, 친구가 되자는 쪽지이기도 했다. 감히 일상에 내던졌던 변화가 또다른 나의 일상으로 자리잡아가길 바라며...
마지막 인사를 남긴다.
"고맙다, kj "
<오늘의 일상>
06:08 기상
06:30 숯 한숟갈
07:00 바나나 1+1/2 (작은 것)
07:30 ~ 08:20 관장
12:30 바나나 1개, 키위 1개
~18:00 잠
18:10 ~ 18:30 바나나 1개, 복숭아 1/2개
19:10 ~ 20:40 산책
24:00 취침
****오늘은 포도 대신 다른 과일을 먹었다. 이제 내일부터 진정한 보식에 들어간다. 국과 밥으로 메뉴를 간소화시키고, 감자, 고구마, 호박등을 적극 이용, 저녁엔 과일... 흠..메뉴가 고민이다.
이번에 단식일기를 올리면서 기록의 힘을 알게됐다. 기록하면서 스스로를 되새기고, 다짐하고, 다른사람들과 나누는 과정이 내 동력의 90%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보식기간에도 개인적으로 일지에 적어가는 습관을 계속 유지해야겠다.
15일동안 제 일기가 거의 한페이지를 장식했네요.
언제끝날까 했더니 끝이 납니다.
이제 단식일기는 끝이지만, 제목처럼 삶은 계속 되겠지요.
그동안 모두 감사했습니다.
IP *.145.125.146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나는 이 지점에서 과거와 작별한다. 과거와 이어지는 문을 닫고, 지금 막 미래로 가는 문을 열었다."
이것은 서울역을 떠나는 나 자신에게 한 말이었다.
-'그대 스스로를 경영하라' 중-
몇 년 전, 서울에서 부산까지 홀로 도보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2주 정도를 계획했는데 서울을 떠난 지 3일만에 발톱이 빠져 더이상 갈 수 없었다. 하루 30키로 이상을 걸어야 했는데 1키로 걷는데 한 시간이 걸렸으니, 뭘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최대의 고비였다. 그날을 꼬박 고민하다, 나는 결국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 집에서 자전거를 꺼내어 다시 버스를 타고는 내가 멈췄던 곳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자전거여행이 시작되었다. 결국 도보 3일, 자전거 6일 만에 나는 애초 계획보다 빨리 부산에 갈 수 있었다.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오늘은 단식의 마지막 날. 그런데 어제에 이어 몸이 매우 좋질 않았다. 일어나서도 계속 어질어질했다. 그래도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일기쓰고 공부하고, 오전에 관장까지 마쳤다. 오늘부터 일하기로 되어 있어서 간신히 외출준비하고 나갔는데, 기력이 없어 결국 버스에서 도중에 내려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와서 아침부터 저녁 6시까지 내리 잠만잤다. 일어날 힘도 없었다. 마지막이란 사실이 기쁘면서도 두려웠다. 단식이 끝난 이제부터가 진정으로 시작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겨우 일어나 7시즈음 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맑은 공기를 쐬면서 나는 몇년전에 있었던 도보여행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그랬었지... 그런 일이 있었지... 마음이 든든해진다.
"그래, 되돌아 올거였으면, 출발하지도 않았다."
공원을 걸으며, 나는 내내 그렇게 되뇌였다. 거짓말 처럼 힘이 솟아났다.
지리산에서 한 번에 열 알 정도의 포도만 하루 다섯 번 먹고 한달을 굶고 지낸다는 것은, '먹고 산다'는 뜻 그대로 최소한의 것만 있다면 우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는 뜻을 자신에게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지리산에서 보낸 한 달은 내가 나에게 선언한 '나의 날'이었다.
-위의 책-
<단식이 내게 남긴 것>
나는 욕망을 똑바로 보고, 그것을 표현하며, 이끌어 가는 데 있어 강한 존재가 되고 싶었다. 나는 나의 첫번째 싸움에서 전면전을 벌이고, 이겨내고 싶었다. 내게 필요없는 부분을 잘라내고, 날렵하게 나아가고 싶었다. 스스로에게 고맙고 존경스러운 존재가 되고 싶었다.
내가 될 수 있는 최선의 존재 되기.
단식은 그것을 향해 가는 첫 걸음이자, 과정이었다.
1.몸은 확실히 변화가 있었다. 6~8키로 정도가 빠져나갔다. 그만큼 몸이 허약해지기도 했다. 보식동안 얼마간의 살이 다시 붙겠지만, 이제는 몸이 튼튼,탄탄하게 변화할 수 있게 노력 할 것이다.
2.더불어 14일동안 포도만 먹으면서 먹는 습관에 제동이 걸렸다. 나의 식욕은 나의 욕구만큼이나 왕성했고, 제어하기 힘들었었다. 대부분 심리적인 현상에서 비롯된 습관인만큼, '상상력으로' 대부분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 이젠 즐길 방법을 찾아야 겠다.
3.내 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아름답고 건강함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찾아가는 것 뿐이란 걸 안다.
반면, 아쉬움도 있다.
1.아침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기력도 딸린데다,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무엇을 하고 놀면 가장 재미가 있을까? 좀더 많이 생각해봐야겠다.
2.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건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이건 앞으로 내가 해나갈 과제인 것 같다.
지금까지 함께 살아왔지만, 여전히 나를 알아가는 일들이 만만찮다. 단식은 그런 나에게 내민 도전장이자, 친구가 되자는 쪽지이기도 했다. 감히 일상에 내던졌던 변화가 또다른 나의 일상으로 자리잡아가길 바라며...
마지막 인사를 남긴다.
"고맙다, kj "
<오늘의 일상>
06:08 기상
06:30 숯 한숟갈
07:00 바나나 1+1/2 (작은 것)
07:30 ~ 08:20 관장
12:30 바나나 1개, 키위 1개
~18:00 잠
18:10 ~ 18:30 바나나 1개, 복숭아 1/2개
19:10 ~ 20:40 산책
24:00 취침
****오늘은 포도 대신 다른 과일을 먹었다. 이제 내일부터 진정한 보식에 들어간다. 국과 밥으로 메뉴를 간소화시키고, 감자, 고구마, 호박등을 적극 이용, 저녁엔 과일... 흠..메뉴가 고민이다.
이번에 단식일기를 올리면서 기록의 힘을 알게됐다. 기록하면서 스스로를 되새기고, 다짐하고, 다른사람들과 나누는 과정이 내 동력의 90%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보식기간에도 개인적으로 일지에 적어가는 습관을 계속 유지해야겠다.
15일동안 제 일기가 거의 한페이지를 장식했네요.
언제끝날까 했더니 끝이 납니다.
이제 단식일기는 끝이지만, 제목처럼 삶은 계속 되겠지요.
그동안 모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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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지금부터 중요하다. '단식은 곧 보식'임을 잊지마라. 보식의 요령은 한 가지다. 자신에게 엄격하라. 보름 동안은 스스로 엄격해야 탈이 없다.
두 가지 습관을 키워라. 평생의 도움이 될 것이고, 너를 지탱하는 두개의 기둥이 될 것이다.
1. 너를 위한 자유의 시간을 확보하라. 가장 순도 높은 시간대를 골라 매일 그곳에서 동일한 양의 시간을 뽑아 네게 주도록 해라. 포항의 어당팔 선생은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매일 쓸 수 있기 때문에 지금 3권의 책을 썼다. 나는 매년 1 권씩 책을 쓰게 되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너를 위한 자유의 시간을 확보해라. 그것이 자유인이 되는 첩경이다.
2. 건강한 식생활 습관을 유지하라. 적어도 다음 3 가지는 평생 지키도록 해라. 그러면 위가 아프지 않을 것이다.
-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가라. 채식주의자가 되라는 뜻은 아니다.
채소와 과일의 양을 대폭 늘여 그것이 주가 되게 하라는 것이다.
- fast food를 몰아내라.
- 천천히 먹고 많이 씹어라.
두 가지 습관을 키워라. 평생의 도움이 될 것이고, 너를 지탱하는 두개의 기둥이 될 것이다.
1. 너를 위한 자유의 시간을 확보하라. 가장 순도 높은 시간대를 골라 매일 그곳에서 동일한 양의 시간을 뽑아 네게 주도록 해라. 포항의 어당팔 선생은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매일 쓸 수 있기 때문에 지금 3권의 책을 썼다. 나는 매년 1 권씩 책을 쓰게 되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너를 위한 자유의 시간을 확보해라. 그것이 자유인이 되는 첩경이다.
2. 건강한 식생활 습관을 유지하라. 적어도 다음 3 가지는 평생 지키도록 해라. 그러면 위가 아프지 않을 것이다.
-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가라. 채식주의자가 되라는 뜻은 아니다.
채소와 과일의 양을 대폭 늘여 그것이 주가 되게 하라는 것이다.
- fast food를 몰아내라.
- 천천히 먹고 많이 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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