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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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끌림'
사진은 내게 딱 그런 대상이다.
누가 시켜서 해야 하는 일도 아니고, 그것을 통해 밥벌이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나의 사진이 반고흐가 그린 그림처럼 사후(死後)에 예술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사진을 찍고 관리하는 데에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누군가가 묻는다면, 그래서 그에 대한 답을 '알 수 없는 끌림'이라고 한다면 상대방이 얼마나 납득해 주려나.
솔직히 내 경우엔 상대방이 나의 논지를 잘 이해해 주거나 동의해 준다면 상관 없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굳이 상대방을 이해시키려 노력하지 않는 편이다. 견고한 논리를 세워 상대방을 제압한다고 한들 그 사람은 겉으로는 수긍할지 몰라도 속으로는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다. 머리는 동의 했을지 모르지만 마음은 쉽게 동의 하지 않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그리 할 수 없으니 100% 정답은 아니더라도 그럴 듯한 답은 만들어 내야 할 것만 같다. 즉,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도 않은 가정의 가장이 돈 벌 궁리를 해도 모자랄 판에 사진 같은 소일꺼리에 시간과 비용을 그리 투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어쩌면 지금까지는 그 물음 자체를 무시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 물음에 대한 답을 굳이 찾는다고 한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자기합리화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라는 판단을 은연중에 하지 않았을까 싶다. 또 한편으로 그런 문제에 매달려 힘을 쓰느니 그냥 무시하고 즐기는 것이 훨씬 현명한 길이라고 생각했을 법하다.
만일 그 질문에 대한 그럴 듯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사진을 찍는 행위를 더 이상 지속해야 할 명분이 없어지는 것이기에 조금 비겁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아예 그 물음에 답을 하지 않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난 논쟁에 참 약해 보인다. 머리 속에서는 그럴 듯한 논리가 제법 잘 그려져 있는데 그것을 말을 통해 표현 하다보면 애초 생각의 절반도 그려내지 못한다. 거기에 순발력이 떨어지는 탓에 상대방이 예상 못했던 문제제기를 하면 그럴 듯한 대응은 못하면서 씩씩 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많이 겪어 봤다.
써 놓고 보니 그것이 사진을 찍고 있는 몇 가지 이유 중 하나이기는 하다. 말을 조리 있게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혹은 자신이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타인에게 자신의 논지나 의견을 전할 때 꽤나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말 대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지금 내게는 사진을 찍는 것이 그 방법 중 하나이다.
이제 막 14개월이 지난 윤섭이.
몸은 튼튼해서 별로 걱정 없고 성격도 원만한 듯하다.
다만 느긋한 성격 탓인지 또래들보다 걸음마 배우는 속도는 조금 더딘 듯 한데 1주일 정도 전부터 이제 슬슬 걷는 데에 재미를 붙이는 것 같다.
일요일 오후가 되니 창문 사이로 봄기운이 느껴졌고 우리 가족 세 사람, 가까운 산책로로 나갔다. 한참을 걷다 보니 동네 주민을 위한 운동장이 보였고 이제 막 걸음을 걷기 시작한 윤섭이에게 신발을 신겨 내려 놓았다.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녀석은 그곳을 마음껏 누비고 다녔다.
완연한 봄을 느끼기에는 아직 찬바람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조만간 그 바람도 금방 가실 것 같다.
IP *.142.152.25
사진은 내게 딱 그런 대상이다.
누가 시켜서 해야 하는 일도 아니고, 그것을 통해 밥벌이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나의 사진이 반고흐가 그린 그림처럼 사후(死後)에 예술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사진을 찍고 관리하는 데에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누군가가 묻는다면, 그래서 그에 대한 답을 '알 수 없는 끌림'이라고 한다면 상대방이 얼마나 납득해 주려나.
솔직히 내 경우엔 상대방이 나의 논지를 잘 이해해 주거나 동의해 준다면 상관 없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굳이 상대방을 이해시키려 노력하지 않는 편이다. 견고한 논리를 세워 상대방을 제압한다고 한들 그 사람은 겉으로는 수긍할지 몰라도 속으로는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다. 머리는 동의 했을지 모르지만 마음은 쉽게 동의 하지 않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그리 할 수 없으니 100% 정답은 아니더라도 그럴 듯한 답은 만들어 내야 할 것만 같다. 즉,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도 않은 가정의 가장이 돈 벌 궁리를 해도 모자랄 판에 사진 같은 소일꺼리에 시간과 비용을 그리 투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어쩌면 지금까지는 그 물음 자체를 무시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 물음에 대한 답을 굳이 찾는다고 한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자기합리화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라는 판단을 은연중에 하지 않았을까 싶다. 또 한편으로 그런 문제에 매달려 힘을 쓰느니 그냥 무시하고 즐기는 것이 훨씬 현명한 길이라고 생각했을 법하다.
만일 그 질문에 대한 그럴 듯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사진을 찍는 행위를 더 이상 지속해야 할 명분이 없어지는 것이기에 조금 비겁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아예 그 물음에 답을 하지 않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난 논쟁에 참 약해 보인다. 머리 속에서는 그럴 듯한 논리가 제법 잘 그려져 있는데 그것을 말을 통해 표현 하다보면 애초 생각의 절반도 그려내지 못한다. 거기에 순발력이 떨어지는 탓에 상대방이 예상 못했던 문제제기를 하면 그럴 듯한 대응은 못하면서 씩씩 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많이 겪어 봤다.
써 놓고 보니 그것이 사진을 찍고 있는 몇 가지 이유 중 하나이기는 하다. 말을 조리 있게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혹은 자신이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타인에게 자신의 논지나 의견을 전할 때 꽤나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말 대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지금 내게는 사진을 찍는 것이 그 방법 중 하나이다.
이제 막 14개월이 지난 윤섭이.
몸은 튼튼해서 별로 걱정 없고 성격도 원만한 듯하다.
다만 느긋한 성격 탓인지 또래들보다 걸음마 배우는 속도는 조금 더딘 듯 한데 1주일 정도 전부터 이제 슬슬 걷는 데에 재미를 붙이는 것 같다.
일요일 오후가 되니 창문 사이로 봄기운이 느껴졌고 우리 가족 세 사람, 가까운 산책로로 나갔다. 한참을 걷다 보니 동네 주민을 위한 운동장이 보였고 이제 막 걸음을 걷기 시작한 윤섭이에게 신발을 신겨 내려 놓았다.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녀석은 그곳을 마음껏 누비고 다녔다.
완연한 봄을 느끼기에는 아직 찬바람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조만간 그 바람도 금방 가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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