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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28일 21시 19분 등록
목표 중독증에서 벗어나 실험을 즐기는 법, 보령, 2006년 5월 19일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사람을 대보라면 나는 언제나 목표지향적인 사람을 꼽는다. 그들은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언제나 자신의 목표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집착한다. 말하자면 자나깨나 목표 뿐이다. 그 목표가 무엇인지는 매우 다양하다. 3년 안에 10억 벌기 일 수도 있고, 승진 일수도 있고 영어 만점 맞기 일 수도 있다. 그들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저돌적 삶을 표방한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여행의 목적인 사람처럼 과정은 단지 목표지로 가기 위한 행로일 뿐이다. 모든 것은 목표가 말해준다. 이것이 내가 목표 지향적이 라고 부르는 것의 특성들이다.

성공학 책의 99%는 성공하는 사람의 특징으로 목표지향성을 꼽는다. 그래서 99%의 성공학 책은 뻔하고 지루한 것이다. 나는 오히려 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에 목표 지향성을 능가하는 매우 재미있는 특징이 숨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목표를 벗어나는 우연한 일탈을 즐기며, 그 예기치 않았던 일탈을 매우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유로운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0년 쯤 전에 미국의 애틀랜타에 존 펨버턴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약제사였다. 그는 약방을 찾아오는 고객을 위해 여러 가지의 신제품들을 만들어 팔았다. 하루는 펨버턴의 약방에는 일하는 두 명의 점원이 펨버턴의 신제품인 두통약에 물을 섞어 마시며 노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은 그 약을 먹고 두통이 사라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호기심이 일은 펨버턴은 그 두통약에 물을 섞고 탄산수를 섞어 더 근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약국에서 팔기 시작했다. 이것이 코카콜라의 탄생 비화다. 코카콜라의 필기체 로고는 가장 비싼 브랜드 중의 하나지만 광고회사나 미술가의 작품이 아니다. 펨버턴이 거래 내역을 정리를 하기 위해 썼던 장부의 필체 그대로였다. 펨버턴은 코카콜라를 만들어 내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우연이 성공이 걸어와 그의 문을 노크한 것이고 그는 문을 활짝 열어 그 우연을 맞아 들였다.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미국으로 건너와 행상을 하며 지냈다. 그러다가 캘리포니아의 황금 이야기를 듣고 흥분하여 샌프란시스코로 가게 되었다. 골드러쉬를 찾아 여행에 나선 행상 청년은 범선을 타고 떠나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물건을 팔았다. 물건들은 잘 팔렸다. 그러나 그가 준비해간 천막용 캔버스천은 도착할 때 까지 아무도 사지 않았다. 팔리지 않는 물건은 정말 처치 곤란한 것이었다. 그는 고민했다. 우연히 시장통을 거닐다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 바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광산일이 험해서 바지는 가장 빨리 닳아 버렸기 때문이다. 영감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청년은 재단사를 하나 구해 캔버스 천으로 맬빵이 달린 바지를 만들게 했다. 캔버스 천으로 만든 청바지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이었다. 이 젊은 행상의 이름은 리바이 스트라우스였다. 그는 바지를 만들어 파는 재단사도 아니었고, 새로운 바지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도 아니었다. 그저 이곳저곳 수많은 가능성들 사이를 거니다가 마추치게 된 우연한 성공의 손목을 꽉 잡게 된 것이다. 그리고 리바이스 청바지의 창시자가 되었다.

혹시 쵸콜릿 쿠키를 좋아하는가 ? 메사추세츠에는 ‘톨 하우스 인’이라는 호텔이 있다. 그곳에서 일하는 루스 웨이크필드는 초콜릿을 넣은 쿠키를 신제품으로 개발해 볼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우선 너무 달지 않은 초콜릿 한 판을 잘게 다졌다. 처음에는 초콜릿을 녹여서 밀가루 반죽에 섞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바쁘다는 핑계로 편법을 써서 다진 초코렛 조각을 버터쿠키 반죽 위에 그대로 뿌려 버렸다. 굽는 동안에 초콜릿이 녹아 자연스럽게 과자 속으로 녹아 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딴판이었다. 초콜릿이 덩어리 진 채로 그대로 살아 있었던 것이다. 실패작이 만들어 진 것이다. 투덜거리며 이 쿠키를 한 쪽 먹어 보게 되었는데 덩어리 초콜릿 쿠키의 맛은 기대보다 훨씬 더 좋았다. 그래서 지금 여러분들이 커피와 즐겨 먹는 초코쿠키의 원조인 톨 하우스 Toll House 초콜릿 쿠키가 만들어 진 것이다. 우연은 아주 훌륭한 성공의 도우미였다.

그밖에도 3M의 ‘포스트 잇’의 탄생이나 단추대신 사용하는 접착식 테이프인 벨크로등 실패와 우연이 성공으로 이끄는 친절한 손이 된 케이스는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나는 성공으로 가는 가장 훌륭한 안내자 하나를 들라면 목표가 아니라 실험 정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목표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실험정신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목표에 고착되어 그곳에 이르는 한 가지 길만 설정하여 다양한 경로에 대한 대안들에 눈을 감게 될 때 우리는 편협한 성공 지상론자들을 만나게 된다. 인생은 흥미로운 탐험이 아니라 미리 설정된 경로를 따라 치달려야하는 각박한 레이스가 되고 만다.

이제 실험정신을 위한 몇 가지의 원칙을 정하여 유연한 삶을 위한 깊은 숨쉬기로 삼아보자.

*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목표 자체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 너머를 겨누는 것이다. 목표 너머에 존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이다. 마치 여행의 목적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까지의 행로를 즐기는 것이어야 함과 같다.

* 성공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파멸시켜왔다. 성공이 우리를 공격하여 행복을 파괴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가족을 위해 일하지만 가족에게서 멀어지고, 하루를 낭비 없이 보내기 위해 시간을 관리하지만, 정작 나를 위한 시간은 낼 수 없으며, 성공한 자의 삶을 위해 앞서 나가지만, 여유를 잃고 일에 끌려 다니는 것, 이것을 성공의 역습이라고 부른다. 성공은 삶에 있어서 꼭 필요한 불행이며, 특히 불운한 사람에게만 일찍 찾아온다는 역설을 이해하라.

* 실수는 우주가 마음을 다해 선사한 배려이다. 실수하지 않았다는 것은 치열하게 살아 보려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 - 이것이 바로 인생에 대한 최대의 모독이다. 가장 안전한 길이 가장 지루한 길이다.

자, 이제 이러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지금까지 내가 만들었던 실수의 목록을 만들어 보자. 그리고 그 실수들로부터 파생되는 문제들을 나열해 보자. 그리고 그 문제들의 친구가 되어 보자. 꼭 그 문제들을 풀어야할 필요가 없다. 그 문제들을 화두로 삼아 할 수 있는 모험을 시도하라는 뜻이다. 두통약의 또 다른 용도를 찾아내 콜라를 만들어 내고, 애물단지 캔버스천의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 청바지를 만들어내고, 게으름이 선사한 실수로 덩어리 초콜릿쿠키를 만들어 낸 것처럼 신이 선물한 우연과 실수를 그대의 즐거움으로 삼아라. 그냥 기다리지 말고, 내 주위의 실수와 우연을 찾아 내 다가서라. 하루가 즐거울 것이고, 흥미진진할 것이고, 새로운 깨달음으로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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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5.29 11:01:42 *.145.123.218
이거야말로 진정한 실수경영학이라 할 수 있겠네요.
제가 새겨들을 글입니다.

지난날을 돌아봤을 때 아쉬움이 남는 순간은 딱 두경우였습니다.
하나는 이리저리 재느라 미처 시도해 보지 못하고 떠나보낸 기회.
둘은 하나의 목표만 바라보고 전전긍긍하느라 떠나보낸 즐거움.

'실수'의 목록을 만들어보면 아주 재밌을 거 같아요.
거기에 대해 매주 '금주의 실수 표창장'을 만들어 스스로에게 선사한다면, 재미가 더할 거에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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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동행
2006.05.30 17:32:01 *.99.120.184
나의 길을 찾아 걷다가 보면 구본형 선생님의 발자국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글도 그 발자국과 관련이 있습니다. 2년전 우연히 변화에 대한 책을 찾다가 '우연도 인연이 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자네, 일은 재미있나?>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구본형선생님의 추천서가 책속에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여러 채널을 통해 선생님과 만나겠지요. 어디서 어떤 형태로 다시 만날뵐지 기다려집니다. 실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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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박사
2006.06.09 00:37:02 *.110.241.108
참으로 공감가는 글입니다. 구본형선생님의 혜안과 지혜를 크게 우러러 보게 됩니다.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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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경우
2006.06.14 09:25:21 *.51.26.151
연초에 세운 계획중에서 실천못하고 있는 일들때문에 압박감을 느끼는 중에 사부님의 말씀을 읽으니 여유가 좀 생깁니다. 목표중독증때문에 많은것을 놓치고 산다는 말씀을 새겨 듣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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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2006.06.22 00:02:37 *.85.37.125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사람을 대보라면 나는 언제나 목표지향적인 사람을 꼽는다.'라는 첫 글귀가 많이 공감하게 됩니다.
꽉 막힌 듯이 틀에 박힌 계획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다보니 일상이 답답하고 지루한 생활로 받아들여지고 무거운 스트레스로 인해 생활의 신선함 또한 잃어버린 듯해서 어떤 변화를 갖고 시원하게 해소 하고픈 터라 우연과 여유라는 것이 반갑게 와 닿네요.
즐기고 느끼는 삶을 꿈꾸며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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