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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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단군의 후예 3기분들의 100일차 킥오프 모임에서 문득 이런 말을 드렸었다.
"흔히들 저희 민족을 호랑이의 용맹과 기질에 비교합니다. 그런데 저희의 건국신화에 의하면 저희는 곰의 후예입니다. 사실 한민족은 곰보다는 호랑이에 가까운데 말입니다.
여러분, 왜 그런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저는 이 점이 매우 궁금했는데, 오늘 이곳에 오는 차 안에서 문득 생각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그래, 우리는 원래 호랑이의 용맹스러운 기질을 갖고 태어난 민족이야. 다만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용맹한 호랑이가 되기 위해서는 어쩌면 곰의 인내와 끈기가 필요한지도 몰라. 한민족의 시조신은 이미 그걸 간파하시고 민족신화로 곰의 상징을 우리에게 부여하신건지도 몰라..'
단군 3기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은 아마 열정이 가득 넘치실 겁니다. 그러나 새벽기상 습관화를 이루기 위해 지금부터 100일 여정을 걸으실 때 그 열정과 함께 반드시 필요한 것은 바로 끈기와 인내입니다. 호랑이의 열정에 곰의 끈기를 더하여 반드시 여러분 모두 목표하시는 바를 이루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책, 이부영 교수님의 "자기와 자기실현"에서 이 부분에 대해 말씀하고 계신다.
"쑥과 마늘만 먹어야 하고 햇빛을 보아서는 안된다는 금기는 바깥 세상과 일상적인 삶에서 자신을 격리한 뒤 철저하고 영적인 내면세계의 성찰, 즉 내향을 통해서 거듭나는 성인화의 잘 알려진 조건이다 (249)."
"한국의 대표적인 건국신화가 이토록 참을성과 기다림과 금욕을 강조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250)."
모든 민족들의 건국신화가 그러하겠지만, 우리의 단군신화는 이토록 높은 정신세계, 자아성찰의 세계를 담고 있었다. 어릴 때는 그냥 듣던 이야기였는데, 분석심리학 책에서 다시 짚어보는 건국신화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바깥 세상과 단절하고 내부로 들어가 자기성찰로 자기실현의 길을 가야한다. 그리고 그 길에 필요한 것은 인내와 끈기이다..라는 가르침을 주는 우리의 건국신화에서 뜻하는 자기실현의 완성된 모습은 어떠한걸까?
"곰과 호랑이의 짝이 뜻하는 것, 곰은 여인으로 화할 수 있었는데 호랑이는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뜻하는 것은 무엇인가. 분명 잘 알려진 달의 동물이며 모성성과 재생의 상징인 곰을 음의 동물이라고 한다면 호랑이는 양의 동물로서 본능의 양극을 나타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단군신화는 음의 측면을 선택했다. ... 처음부터 단군신화는 내향, 인내, 순종, 끈기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 듯하다. 왜냐하면 환인의 아들 환웅은 필시 태양의 아들, 양의 존재일 듯하기 때문이다 (250)."
"신성혼은 대극합일의 상징으로서 전체가 되는 것, 즉 자기실현의 상징으로 매우 중요한 것이다 (250)."
그러니까 이집트의 파라오가 그러하듯, 우리의 건국신화에 나오는 환웅 역시 환인의 아들로서 태양의 아들이 될 수 있겠다. 그러므로 우리 민족의 핏줄에는 태양, 즉 호랑이의 뜨거움은 선천적으로 흐르고 있으니 이제 대극의 합일을 이루기 위해 (즉, 우리 민족이 온전한 자기실현의 길을 걷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음의 기운, 즉 곰으로 상징되는 끈기있는 인내력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이다.
새삼 태고적부터 한민족에게 주시는 원형적 지혜라는 느낌이 든다..
이제 얼마 안있으면 작년 5월 100일차 여정을 시작한 단군의 후예들이 300일이라는 대망의 대장정의 끝을 내린다. 100일차 새벽기상습관화 만들기, 200일차 천복 (꿈 혹은 이상) 심화 및 300일차 천복에서 천직으로, 라는 주제를 가지고 300일동안 치열하게 자기와의 싸움을 벌인 16명이 영웅여정의 마무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작년 5월 이전과 지금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아마 각자가 품고 있는 스토리가 참 다양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한가지 1기에 동참한 내가 뼈저리게 느낀게 있다면, 변화란 열정의 불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열정은 붉지만 변덕스럽다. 그 열정이 지속되기 위해선 서늘한 푸르름의 "끈기"가 뒷받침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열정과 끈기가 모여야만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에서도 한줄기 새하얀 빛줄기를 따라갈 수 있다..
이론적으로 알지 못했지만 시작했던 단군의 후예.
그러나 교수님 책을 읽으며 우리의 건국신화의 가르침이 그러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러한 무의식적 깨달음이 바로 집단무의식, 즉 한민족으로서 나도 모르게 깨달아 알고 있는 원형적 요인이라 한다).
민족신화에서 일러주는 것처럼
열정과 끈기를 합하여 나 그리고 우리 모두 계속 아름다운 자기실현의 길을 걸어가기 기원한다.
그리하여 다가오는 새봄에는 우리들의 삶 또한 더욱 아름다운 생명력으로 빛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