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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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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7일 14시 14분 등록
* 마쓰시타의 가정용 전자동 제빵기 개발 프로젝트


일본의 가전업체인 마쓰시타(Matsushita)는 1987년 최초로 가정용 전자동 제빵기를 시장에 출시했다. 이 제빵기는 재료를 투입하면 반죽에서 빵 굽기 까지 일괄 자동 작업으로 수행하여 제빵 기술자가 만드는 수준의 맛을 가진 빵을 만들어냈다. 여기서 재료란 밀가루, 버터, 소금, 물, 이스트 등을 말하는데, 이 재료들을 미리 정량해두면 각 재료의 분량을 일일이 측정하는 번거로움 없이 손쉽게 맛있는 빵을 구워낼 수 있다. 마쓰시타의 제빵기는 제빵 전문가의 기술을 제품으로 구현해냈을 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손쉽게 다룰 수 있는 제품이었기 때문에 시장 출시되자마자 큰 성공을 거두었다.


제품의 개발 배경
1970년대 후반 일본의 가전용품 시장이 성숙화 되면서 시장 내 경쟁은 점점 치열해졌다. 기술은 발전하고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가격 경쟁이 벌어졌고 마쓰시타의 수익은 점차 낮아졌다. 1977년 당시 일본의 열 집 중 아홉 집은 컬러텔레비전(95.4%), 진공청소기(94.5%), 냉장고(98.4%), 세탁기(98.5%), 전기다리미(94.3%)를 모두 갖고 있었다.

마쓰시타는 1984년 5월 새로운 경영 정책의 일환으로 3개 부서를 ‘조리용품본부’로 통합하였다. 3개 부서는 마이크로컴퓨터 제어의 밥솥을 생산하는 밥솥 본부, 핫플레이트, 오븐 토스터, 커피 메이커 등을 생산하는 전열기구 본부, 음식 조리기 같은 모터 제품을 생산하는 로테이션 본부였다. 당시 3개 부서의 제품들이 마쓰시타의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매우 컸지만, 시장 상황은 성숙단계에 진입한 상태였다. 대부분의 제품에서 더 이상의 큰 성장은 없는 가운데 구형 제품을 최신 제품으로 바꾸는 교체 수요의 증가만 약간 있을 뿐이었다. 자원의 분산을 없애서 기업 효율을 높이고, 3개 부서의 기술과 노하우를 결합시켜 성장을 회복한다는 것이 부서 통합의 목적이었다.

부서 통합의 효과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통합 후 2년이 지나서야 부서의 이윤율이 잉여 생산력을 제거함에 따라 1984년 7.2%에서 9.0%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매출은 1984년에 627억 엔에서 1986에는 604억 엔으로 하락하고 말았다. 그 결과 회사 내부에는 부서 통합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만연했고, 이는 조리용품 본부에 ‘창조적인 제품을 개발하라’는 압박으로 이어졌다. 당시 전략 기획부서장이었던 이쿠지 마스무라는 이렇게 회고한다.

“부서 통합 후 매출이 서서히 감소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통합이 매출에 미친 영향을 놓고 많은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기존 조직을 통합하여 고정비용을 절감한다는 생존방식이 그리 여의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들 부서의 특징을 활용하여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조리용품 본부의 직원들은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뭔가 획기적인 제품을 개발하거나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자신들의 능력과 존재 가치가 위태로워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조리용품 본부에는 매출 신장과 신제품 개발에 대한 압박 외에도 다른 문제가 존재했다. 당시 통합된 조리용품 본부에는 기존에 몸담았던 부서 문화에 길들여진 1,400여 명의 직원들이 소속되어 있었다. 이들은 근무 배경과 작업 방식 등이 달라 마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같았다. 서로 많이 다르다보니 의사소통과 문화적 통합에 어려움이 따랐다.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경영진은 본부의 중간관리자들에서 시작해 여러 직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사부는 의사소통의 벽을 낮추기 위해 사내 신문을 출간했다. 또한 부서의 모든 직원들이 합심하여 노력할 수 있도록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는 일에도 착수했다. 1984년 기획팀은 미국에 파견되어 미국인들의 생활과 소비 패턴을 연구했다. 기획팀은 ‘미국 내에서 일하는 여성의 증가로 가정에서의 조리가 점차 간편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영양 상태의 불량해지고 있다’는 점을 알아냈다. 이와 비슷한 성향이 일본에서도 시작되고 있음에 주목한 기획팀은 앞으로 신제품 개발에 있어 ‘조리의 편리성, 맛과 영양의 수준도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쉽고 풍부함’으로 요약되는 신제품 개발 방향이었다. 이런 신제품 개발 방향은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면 직업여성과 미식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온 것이었다.

조리용품 본부는 기획팀이 제안한 ‘쉽고 풍부함’이라는 추상적인 제품 컨셉을 ‘자동 제빵기’와 연결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본 최초의 가정용 전자동 제빵기를 개발한다는 목표가 세워지고 직원들의 강한 의지가 모아지기 시작했다.


제품 개발 1단계: 제품의 최초 원형 개발
1984년 가정용 자동 제빵기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당시 조리용품 본부의 책임자였던 케이메노 사노는 조리용품 본부를 포함한 여러 부서의 기술 설계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제품 개발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로 특별팀을 구성하였다. 이 팀은 ‘쉽고 풍부함’이라는 개념을 실현할 수 있는 제품 개념 개발을 주제로 몇 차례 토론회를 가졌다. 이 팀의 리더는 가정용품 연구소의 마사오 토리코시였다. 그는 다음과 같은 분명하고 엄격한 제품 규격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 기준에 대해 어떠한 조정이나 타협도 있을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1. 우리가 개발하는 가정용 전자동 제빵기는 일단 재료를 투입하면, 반죽하고 발효하며 굽는 동작을 자동으로 수행해야 한다.
2. 별도의 재료 반죽을 필요로 해서는 안 된다.
3. 타이머를 설치하여 사용자가 재료를 밤에 준비하여 아침에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 실내온도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5. 빵 모양이 보기 좋아야 한다.
6. 대량생산되어 판매되는 빵보다는 맛이 좋아야 한다.
7. 소비자가격은 3-4만 엔 선을 유지해야 한다.

이런 제품 기준은 당시의 기술 수준에 맞춰 수립된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수준에서 완성된 제품을 묘사한 것이었다. 이런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장애물이 많았다. 사실 이번이 마쓰시다가 제빵기 개발에 처음 도전하는 것은 아니었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까지 제빵기 개발 시도가 몇 차례 있었고 1973년에는 전열기기 부서에서 빵을 발효시키고 구워낼 수 있는 전기 오븐을 개발하는데 성공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도 반죽 기능을 갖춘 오븐 개발에는 실패했다.

1985년 1월 조리용품 본부와 연구소에서 차출된 인원들로 팀이 구성되었다. 프로젝트 리더(Project Leader)는 마사오 토리코시였고 팀원은 총 11명이었다. 1984년 부서 통합이 이뤄지기 전까지 이들은 각각 다양한 부서에서 활동하던 사람들로 전혀 다른 배경을 갖고 있었다. 자동으로 작동하는 제빵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이 필요했고, 이것들을 개발하려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필수적이었다.

프로젝트 팀은 맛 측정 시스템, 조리법, 반죽 및 굽는 기술, 기계 외형, 부품 및 제어 시스템 등을 동시에 개발해 나갔다. 그리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기술들을 적용하여 첫 번째 제품 원형을 완성하였다. 그러나 원형을 통해 나온 빵은 모양이 우습고 겉은 타고 속은 익지 않은 먹을 수 없는 빵이었다. 당시의 제품 원형은 토리코시가 설정한 제품 규격과 큰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팀은 해결해야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팀이 당면한 문제는 이런 것들이었다. 반죽 방법과 반죽을 위한 적절한 케이스 개발, 일본 내에 존재하는 가정용 전기의 주파수 차이를 조절할 수 있는 제어 시스템 제작, 기후 변화를 고려한 적정 온도 유지 기능, 여러 종류의 밀가루와 이스트에서 문제없이 작동해야 한다는 점. 요약하면, 어떤 환경에서든 맛좋은 빵을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완결 구조의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당면 과제였다.


제품 개발 2단계: 맛과 품질 보완
제품 개발의 두 번째 단계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이카쿠 다나카가 전문 제빵 기술자의 반죽기술을 배우는 것에서 시작됐다. 제빵기 개발에 있어 전문 제빵사의 반죽기술을 기계로 재현하는 것이 핵심 사항 중 하나였다. 이것의 가능 여부가 첫 번째 승부처였다. 반죽 기술은 제빵사가 오랜 경험을 통해 얻게 되는 핵심 노하우였고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모든 요리에서 맛을 결정하는 것은 이른바 ‘손맛’인데, 빵 만들기에서는 반죽이 ‘손맛’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었다.

이카쿠 다나카는 고민 끝에 한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데, 이 아이디어는 뛰어난 제빵 기술자의 견습공이 되는 것이었다. 그는 오사카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오사카 국제 호텔의 제빵기술자에게 반죽기술을 직접 배우기로 한다. 다나카는 기술자의 조리 과정을 오랜 시간 관찰하고 수많은 모방과 연습을 거듭하며 조금씩 배워나갔다. 당시의 경험을 다나카는 이렇게 회상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놀라웠습니다. 실패를 여러 번 반복한 끝에, 나는 나와 전문기술자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제빵 기술은 실제로 해보지 않고는 아무도 이해하거나 배울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재료를 사용해 만든 빵이라도 만든 사람에 따라 맛이 달랐습니다. 나는 맛의 차이가 어디서 생기는지를 알아내려 했고 그것을 반죽기술에 반영시켜보려 했습니다.”

제빵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어려운 일차적인 원인은 전문 제빵사가 다나카와 팀원들에게 자신의 기술과 지식을 구체적이고 풍부하게 설명하지 못하는데 있었다. 조리용품 본부의 케이메이 사노는 팀원들을 오사카 호텔로 데리고 가 직접 빵을 반죽하고 구워 보도록 지시했다. 그는 “전문가가 자신의 기술을 말로 설명할 수 없다면 배우려는 자 스스로 전문가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제빵 기술은 기술자의 머릿속에 존재하여 밖으로 표현되기 어려운 지식이었고 제방 기술을 직접 배운 다나카 역시 제품 개발 엔지니어들에게 제대로 표현하는데 애를 먹었다. 더욱이 다나카는 제품 개발 엔지니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고민 끝에 다나카는 엔지니어들이 원하는 기술 규격으로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꼬고 잡아당기라’는 은유로 반죽의 동작을 표현해냈다. 엔지니어들은 이 표현에 주목하여 반죽에 사용될 프로펠러의 동작을 규정할 수 있었다. 엔지니어들은 몇 개월에 걸쳐 실험과 보완의 과정을 통해 기계의 규격을 수정해나갔다. 그 과정에서 프로펠러가 ‘꼬고 잡아당기는’ 동작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특수 가로대가 고안됐다. 결국 1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전문 제빵 기술자의 반죽기술을 재현할 수 있는 기술 규격을 개발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개발한 기술 규격은 실제 제품을 통해 구현되었고 팀원들은 두 번째로 완성된 제품 원형을 집에 가져가 가족들과 함께 빵을 만들며 시험했다. 가족들은 만족했고 좋은 평가를 내렸다. 두 번째 제품 원형은 기술과 맛에 있어서 초기의 제품 규격을 만족시키는 제품이었다. 그러나 아직 한 가지 문제가 더 남아 있었는데 바로 비용이었다.


제품 개발 3단계: 비용절감 그리고 품질 유지
두 번째 원형 개발에 성공한 후, 조리용품 본부장 사노는 이 프로젝트를 기술개발 단계에서 상용화 단계로 전환시키고, 프로젝트를 해당 사업부로 이관시켰다. 그에 따라 디자이너가 보강되고 영업 및 제조부서 직원들이 합류하였다. 프로젝트 리더가 토리고시에서 유주루 아라오로 바뀌었지만, 토리코시는 주요 회의에 계속 참석하여 조언하는 역할을 맡았고 나머지 구성원들도 그대로 팀에 남았다. 이런 조치는 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적시에 공유하고 창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3단계에서 해결해야할 과제는 상용화를 위한 설계, 품질 안정화, 비용절감이었다. 특히, 상용화 단계에 있어 핵심적인 문제는 전체 비용을 줄여서 제품의 소비자 가격을 4만 엔 미만이 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빵의 질을 떨어뜨려서는 안 되었다. 즉, 빵의 질을 유지하는 동시에 제품 생산 단가를 낮추는 것이 중요했다. 생산 단가를 낮추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는 고가(高價)의 이스트 냉각기였다. 냉각기는 이스트를 첨가한 반죽이 고온에서 지나치게 발효되지 않도록 온도를 조절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값비싼 이스트 냉각기를 대체할 수 있는 뭔가 혁신적인 해결책이 필요했다. 팀 전체가 냉각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했다. 그런데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이 문제는 한 팀원이 제안한 간단한 아이디어로 해결되었다. 그 아이디어는 이스트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미리 섞어두고 이스트만 맨 마지막 단계에 넣는 것이었다. 즉, 재료를 섞을 때 이스트를 반죽의 최종 단계에서 첨가함으로써 온도변화에 따른 지나친 발효 요인을 원천적으로 없앨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방법은 온도 조절 수단이 없던 과거에 쓰던 전통적인 방법에서 착안한 것이었는데, 어쨌든 이 방법을 제품 내부에서 구현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마쓰시타는 특허를 획득했다. 이는 후발 주자들에 대한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는 데 기여를 하게 된다.

‘이스트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미리 섞어두고 이스트만 맨 마지막 단계에 넣는다’는 아이디어를 시험하는데 5,000여 개의 빵과 1.5톤의 밀가루, 66kg의 버터, 100kg의 설탕이 소모되었다. 이 아이디어를 제품에 적용하려면 기존의 제품 원형에 대한 부분적인 설계 변경이 필요했다. 문제는 그럴 경우 제품 출시가 예정보다 4개월가량 연기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가정용 제빵기는 이미 사내의 판매자 회의에서 호평을 받은 상태였고 시장에 출시되기만을 고대하는 상황이었다. 또한 경쟁사들이 자체적으로 자동 제빵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었다. 개발팀은 품질향상과 시장선점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책임자였던 사노는 프로젝트의 목표가 ‘신속한 제품 출시’가 아니라 ‘초기에 설정한 신제품 개발 방향(쉽고 풍부하게)을 충족하는 신제품의 개발’이라는 점을 상기했다. 그는 설계 변경을 결정했다. ‘쉽고 풍부하게’라는 신제품 개발 방향을 지키기 위해 제품 출시 지연을 감수한 것이었다.

마쓰시타의 가정용 전자동 제빵기는 예정보다 3개월 늦은 1987년 2월 시장에 출시됐다. 제품 개발에 뛰어든 지 2년을 훌쩍 넘긴 때였다.


가정용 제빵기 개발의 성과와 영향
1987년 2월 36,000엔으로 출시된 마쓰시타의 제빵기는 일 년 만에 약 536,000대가 팔렸다.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든 조리용품의 시장 상황을 감안한다면 기록적인 수치였다.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이 제품은 일본의 ‘어머니날’ 선물로 인기품목 1위에 올랐고 1987년 10월 26일자 ‘포춘’지는 이 제품을 화제의 제품으로 선정했다. 일본 시장에 출시된 지 6개월 후, 제품은 미국, 서독, 홍콩 등지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출지역은 스웨덴, 태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으로 확대되었다. 당시 마쓰시타의 발표에 따르면 이 제품의 수출가는 일본의 내수가보다 훨씬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에서만 100만 대가 판매되었다고 한다.

경제적 성공 외에도 가정용 제빵기의 성공은 마쓰시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우선, 부서를 넘어선 프로젝트 팀의 성공으로 그 동안 조직 내에 깊게 뿌리 잡고 있던 부서 간의 벽과 분리의식을 크게 완화시킬 수 있었다. 특히, 1984년에 있었던 조직개편과 통합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없앨 수 있었고 서로 다른 부서 출신들 간의 갈등도 크게 줄어드는 계기가 되었다.

더욱 긍정적인 점은 업계 최초의 신제품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직원들이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대해 높은 의지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마쓰시타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이고 현상 지향적인 문화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언론들은 종종 소니(Sony)를 ‘모험을 감수하는 개척자’로, 이에 반해 마쓰시타는 ‘개척자의 뒤에서 개선에 집중하는 추종자’로 묘사하곤 했다. 마쓰시타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는 ‘마네시타’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마네시타’에서 ‘마네’는 일본어로 ‘모방’이라는 뜻이다. 과거의 경험을 들여다보면 마쓰시타는 소니 등 다른 업체에서 혁신적 제품을 출시하면 조금 후에 그 제품보다 싸면서도 품질은 좀 더 좋은 제품을 대량으로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이 마쓰시타의 전통적인 방식이었다. 하지만 제빵기의 성공에서 자신감을 얻은 마쓰시타는 이후 여러 차례 혁신적인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게 된다. 1987년 가을에는 일본에서 최초로 원두 분쇄기를 갖춘 자동 커피메이커를 출시하였는데, 이 제품은 커피메이커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1988년에는 일본의 전통 가마솥 원리를 전자동으로 구현한 ‘유도가열 식 전기밥솥’을 내놓아 큰 성공을 거두었다.

마지막으로 마쓰시타는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지식의 중요성에 대해 체감하게 되었다. 제빵기를 개발하는 데는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지식’(knowledge)이었다. 업계 최초의 전자동 제빵기에 대한 제품 기준(규격)을 수립한 과정, 신제품에 필요한 새롭고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 오사카 국제 호텔의 제빵 전문가의 반죽 노하우를 전수 받는 과정, 그리고 전수 받은 노하우를 외부로 표출하고 직원들 간에 공유하는 과정, 신제품 개발 단계 별로 인력이 이동하고 추가되는 과정, 이스트 냉각기를 대체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과정 등의 과정은 여러 사람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유·무형의 지식과 기술이 공유되고, 창조되고 적용되는 과정이었다. 혁신적인 가정용 자동 제빵기는 팀원들이 지식을 공유하고 때로는 창조하고 실제로 제품에 적용함으로써 성공적으로 개발될 수 있었던 것이다.



● 참고 자료:
* 지식창조기업(The Knowledge-Creating Company, 1995), 노나카 이쿠지로(Nonaka, Ikujiro), 히로타카 다케우치(Takeuchi, Hirotaka), 세종서적
IP *.86.1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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