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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29일 07시 36분 등록


새로운 비즈니스의 공간을 찾아라, 철도공사, 2005, 5월

톰 피터스를 일약 세계적 경영컨설턴트로 만들어 주었던 책 ‘초우량기업을 찾아서’ in serch of excellence는 20 년도 전에 출판되었다. 이 책 속에서 주인공으로 다루어졌던 기업들 중의 상당수는 출판 후 2년도 되지 않아 사라져 버렸다. 사라졌기 때문에 이름조차 이제는 기억하기 어렵다. 아타리, 데이터 제내럴, 풀루오르, 내셔널 세미콘탁터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 이윽고 5년 뒤에는 이 책에서 다루었던 우량기업의 2/3가 정상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후 12 년 뒤 짐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는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 ( Built to last, 1994)을 출판했다. 톰 피터스가 범한 실수를 피하기 위해 분석 대상을 40년 이상이 된 기업으로 한정해 두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성공하는 기업의 습관’을 가지고 있는 비전 기업들 중 일부의 성공비결은 기업 그 자체에 있었다기 보다는 업계의 경기 상황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좀 더 신중한 관찰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대두되었다..

‘영원히 우수한 성과를 내는 기업’은 없다. 동일한 기업이 어느 때는 뛰어나고 어느 때는 퇴조 할 수도 있다. 산업은 끊임없이 창조되고 시간이 흐르면 확장된다. 산업의 조건과 경계선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개별적이 산업 주체들이 그 형태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고실적 창출을 설명하는 정확한 분석단위는 기업도 산업도 아니고 전략적 이동 (strategic move)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전략적 이동이란 새로운 주요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경영 결정과 실행을 말한다. 전략적 이동을 통해 늘 자신의 비즈니스의 경계선을 허물고 새로운 수요를 찾아내 사업화 할 수 있는 혁신기업만이 번영할 수 있다.

철도 산업의 예를 들어 보자. 철도산업을 철도산업으로 좁게 규정하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내기 어렵다. 철도산업은 운송산업이며, 관광산업이며, 오락산업이다. 다시 말해 철도 산업은 스스로 그 산업의 한계를 새로 규정하고, 철도가 제공할 수 있는 강점을 대안및 대체 서비스와 혼융하여 수요가 급증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전략적 전환과 실천을 통해 번영할 수 있을 것이다.

KTX는 시간이 핵심 경쟁력이다. 도시의 한 복판에서 다른 도시의 한 복판으로 이동하게 해 준다. 이것이 비행기와의 차별성이다. 비행기 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특정한 구간들에서 시간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비행기에 비해 가격 역시 경쟁적이다. 다른 대체제인 자동차 운임보다 비싸지만 역시 시간에서 경쟁적이며 늘 정확한 시간을 맞출 수 있고 소요 시간을 예상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빠른 수송만이 경쟁력이 아니다. 철도는 여행과 관광 그리고 놀이라는 코드와 무관하지 않다. 예를 들어 쌍계사 벚꽃 같이 ‘바로 그때 그곳’의 절정으로 이어지는 적시 관광자원과 연계하거나 부산 국제 영화제처럼 지자체의 이벤트들과 보다 적극적으로 연계되어 합리적 가격의 프로그램 팩키지가 개발되는 이유도 훌륭한 관광산업으로의 가능성을 모색해 보려는 시도일 것이다.

운송과 달리 여행은 시간을 다투는 경우가 별로 없다. 오히려 기차가 가지는 특별한 여행으로의 이미지, 다양한 관광 자원및 교통수단과의 연계, 이동 과정의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는 저속 여행 역시 훌륭한 역발상이다. 모든 트랜드는 역트랜드를 만들어 낸다. 패스트 푸드는 슬로푸드를 만들어 내고, 빠름은 느림의 존귀함을 만들어 내고, 글로벌리제이션은 로칼리제이션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나는 한 여행자로써 철도 여행의 아쉬움을 늘 가지고 있었다. 내가 비즈니스 맨으로 출장을 갈 때는 KTX와 같이 시간적 강점을 경쟁력으로 하는 고속철을 필요로 하지만, 한가한 여행자 일 때는 철도지선망을 연결하는 즐거운 느림보철이 내 요구를 채워 줄 수 있다. 이렇게 하여 새로운 관광 수요를 채울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기획되는 것이다.

또한 열차 안은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훌륭한 무대일 수 있으며, 움직이는 레스토랑이고 바며, 웃고 떠들 수 있는 유쾌한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생각도 해 왔다. 예를 들어 평일 오후 6 시쯤 한 회사의 직원 50명이 특별하게 개조된 열차 한 칸을 빌어 단합을 위한 모임을 갖는 것을 상상해 보자. 간단한 음식과 음료가 제공되고, 팩키지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여흥이 제공된다. 열차는 20개의 차량을 달고 있고 각 차량마다 5가지 정도의 여흥이 번갈아 가면서 제공된다. 열차는 여흥 구간에서는 아주 천천히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4 시간 후에는 서울로 되돌아온다. 이 열차는 30 분마다 혹은 1 시간 마다 한 대씩 출발한다. 만일 이런 상품이 생긴다면 이것은 목적지를 향해가는 여행이 아니라 사람들이 저녁을 함께 할 다이나믹한 공간을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저녁이 되면 삶을 즐기고 싶어 한다. 즐길 수 있는 일은 많다.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 갈 수 있다. 영화업, 요식업, 오락산업의 형태와 기능은 다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 저녁 한때를 즐길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기차는 이때 아주 훌륭한 대안물일 수 있다. 저속 기관차를 버리고 모두 다 고속철화 하는 것은 철도 산업을 운송산업으로 국한하기 때문에 오는 고착화다. ‘열심히 일한 날 저녁, 가볍게 떠나고 싶은 사람들’ 에게 자유의 공기를 주고, 특별한 공간에서 다이나믹한 이동의 즐거움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고객들을 끌어 들일 수 있다면 그것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곳에는 경쟁도 없다. 경쟁이 없는 곳에서의 차별적 서비스처럼 성공의 맛이 느껴지는 곳은 없다.

모든 아이디어는 처음에는 설익고, 우스꽝스러우며, 다소 불순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산업계의 패러다임의 중심에 있지 못하는 주변적 사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영은 기존 산업의 경계 내에서 피나는 경쟁을 통해 이기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훌륭한 경영은 경쟁하지 않는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공간, 누구도 아직 점령하지 못한 새로운 수요의 영역을 창출해 내고 그 자리를 선점함으로 써 번영하는 경영이 바로 혁신 경영인 것이다. 영원한 혁신이 가능할 때, 그 기업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을 가는 비전기업이 되고, 초우량기업이 되는 것이다.


IP *.229.14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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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
2005.06.03 15:17:20 *.23.107.34
삶을 즐길수있는 미래형 기차를 타고 친구들과 여행하고 싶어져요.
‘열심히 일한 날 저녁, 가볍게 떠나고 싶은 사람들’ 에게 특별한 공간을
제공해줄 그누가 꼭 있었음 합니다
아~ 초우량 일인 기업인이 되고싶어라~
소장님의 값지고 귀한글 잘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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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5.06.07 06:00:13 *.190.172.167
우리만을 위한 공간여행의 기차를 만들어보면 좋겠습니다. 빠르고 느리며,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동하고 또 그 이동의 순간이 목적이 될 수있는 달보고 별보는 06년의 새해맞이 해를 맞이하면서 05년의 안녕 등등... 언젠가는 그 빠른 우리들만의 기차를 타고 북한을 지나 중국 몽고 러시아 그리고 유럽까지 갈 수있겠지요? 꿈도 야무지지만 꿈은 이루워 질 것이라 믿습니다. 아름답고 훌륭한 글 잘 읽고 마음깊이 간직하고 갑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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